지난해 11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최하원 집행위원장과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최하원 집행위원장과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제53회 대종상영화제 개막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후보작의 주요배우 및 홍보대사까지 불참을 밝히면서 반쪽짜리 행사가 우려되고 있다. 행사를 준비 중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측은 "문제없이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종상영화제에 얽힌 몇 가지 사안이 행사 전후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우선 행사 주체에 대한 논란이다. 지난해 조근우 대종상 사업본부장의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상식에 나오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이른바 '출석상'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직후 사업 운영을 두고 대종상 측은 내분을 거듭해왔다. 김구회 조직위원장과 영화인총연합회는 사업 운영 계약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였고, 지난 9월 법원이 김구회 위원장 쪽 손을 들어주면서 갈등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행사 강행이 능사인가

사안이 이렇게 흐르면서 대종상의 연내 개최는 불투명해 보였다. 통상 11월 20일 전후로 열리던 행사라 적어도 6월부터는 심사위원을 꾸려 작품 선별을 진행했어야 하기 때문. 반목으로 상당 시간을 허비했고,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신뢰를 회복하고 잘 정비해서 내년 3월이라도 꼭 치르겠다"며 연내 개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영화인총연합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11월 말 심사위원을 구성해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작을 공개했다. 여타 영화제에 비할 수 없는 매우 빠른 발표였다. 행사 개최 시간과 장소 역시 27일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로 공지하며 연내 개최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오마이스타>는 그간 양측을 접촉하며 진행과정을 살폈다.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무조건 개최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며 "이 상태로 개최하는 건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한 영화인총연합회와 업무협약서 일부 내용을 가지고 조율 중인 사실을 전했고, 운영주체에 대해 법정다툼 중임을 알리는 내용증명을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와 영화인총연합회 측에 보내기도 했다.

20일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오마이스타>에 "지난해를 정말 반성하고 대종상을 정말 생각한다면 이렇게 일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영화인총연헙회에서) 수정된 협약서에 도장도 안 찍은 상태로 시간을 끌어왔는데 나 역시 본안 소송 및 손해배상을 그대로 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종상을 끝마치고도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이 커 보이는 이유다.

홍보대사 및 출품작 배우들과 제작사 "부담스럽다"

 대종상홈페이지. 개최일자와 장소는 정해졌으나 정상 개최여부는 불투명하다.

대종상홈페이지. 개최일자와 장소는 정해졌으나 정상 개최여부는 불투명하다. ⓒ 대종상영화제


운영 주체 갈등과 더불어 여전히 대종상영화상 참석을 부담스러워 하는 영화계 기류 또한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남녀주연상 후보 등이 모두 불참한 데 이어 올해 홍보대사로 지명된 배우 황정민과 전지현, 그리고 배두나, 심은경 등이 스케줄 문제를 들며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최우수작품 후보로 선정된 영화들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아가씨>나 <부산행> 등이 출품 안 한 걸 기사를 통해 알게 됐는데 우리 역시 출품에 고민이 많았다"며 "다른 제작사들도 같은 이유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또 다른 출품작의 관계자 역시 "그냥 작품만 내놓고 솔직히 상은 안 받았으면 좋겠다"며 참석 자체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출품하지 않은 쪽은 "대종상영화제 갈등과 논란, 정체성" 등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했다.

행사 주체와 주인공 모두 혼란스러워 하는 중에 분명하게 정해진 건 개최 장소와 시간, 그리고 중계방송사(K-Star)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행사주체에 관한 내용증명을 보냈기에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

행사 장소를 빌려주는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 담당자는 20일 오전 <오마이스타>에 "내용증명이 와서 당황스러웠고, 진행 여부에 대해 영화인총연합회 측에 공문도 보내는 등 난처한 입장이었다"이라며 "양질의 행사라 판단되면 대관은 진행하는데 일단 분쟁은 양측에서 해결할 일이고, 학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영화인총연합회 쪽 의지가 강한 만큼 일단은 진행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근우 사업본부장의 인사말은 홈페이지에서 최근 삭제됐다. 영화인총연합회 관계자는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전했으나 김구회 조직위원장 측은 "믿을 수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대종상영화제 전지현 황정민 곡성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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