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지난 12월 26일, 왓포드와 크리스탈 펠리스(1-1 무승부)의 경기를 시작으로 프리미어리그(EPL)만의 악명높은 박싱데이(Boxing Day) 일정이 시작되었다.

박싱데이는 영연방 국가들의 독특한 전통으로 대부분의 유럽 축구 리그들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겨울 휴식기를 가지는 것과 달리 EPL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26일 리그 일정을 소화한다.

박싱데이 경기는 보통 정상적인 리그 일정과 별도로 편성되기 때문에 박싱데이 기간에는 경기일정이 대단히 타이트 해진다. 다만 올해는 12월 26일이 월요일인 관계로 예년보다는 편안한 일정이 편성되었다.

박싱데이 첫날에는 상위권 팀들이 만족스러운 경기를 치뤘다. 12연승을 달린 첼시(vs. 본머스 3-0 승)를 비롯해 맨체스터 시티(vs. 헐시티 0-3 승), 아스널(vs. 웨스트 브롬 1-0 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vs. 선덜랜드 3-1 승)까지 상위권 클럽들이 모두 좋은 출발을 했다.

박싱데이 주간에는 빡빡한 일정으로 경기를 소화하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리그 순위가 요동을 친다. 게다가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어렵고 부상위험도 크기 때문에 구단의 박싱데이 이후 경기력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박싱데이 주간 성적에 따라 리그 판도가 좌우될 것이라 짐작하기도 한다.

 박싱데이 주간 승점과 시즌 최종 승점의 상관관계.

박싱데이 주간 승점과 시즌 최종 승점의 상관관계.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하지만 박싱데이 성적은 생각만큼 리그 판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위의 그래프는 2010~2011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지난 6시즌 간 박싱데이 기간 승점과 시즌 최종 승점을 나타낸 것이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박싱데이 승점과 시즌 최종 승점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

사실 박싱데이 승점은 거의 모든 성적과 큰 관련이 없다. 전반기 승점(박싱데이 이전), 후반기 승점(박싱데이 이후), 시즌 승점과의 상관계수를 살펴보면 전반기 승점과는 .375, 후반기 승점과는 .329, 시즌 승점과는 .509로 모두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시즌들을 돌이켜 봐도 박싱데이 성적과 최종 성적이 높은 연관이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다. 2011~2012시즌 우승팀인 맨체스터 시티는 박싱데이 2경기에서 1무 1패로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극적으로 꺾고 역사적인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5~2016시즌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며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레스터시티 역시 박싱데이 3경기에서 2무 1패로 승점 2점을 얻는 데 그쳤었다.

 최근 6시즌 간 박싱데이 주간 승점 9점을 얻은 클럽들의 시즌 최종 성적

최근 6시즌 간 박싱데이 주간 승점 9점을 얻은 클럽들의 시즌 최종 성적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반대로 박싱데이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둔 팀들도 있다. 2010~2011시즌 토트넘은 박싱데이 3경기 전승을 거두고도 5위(승점 62점)로 시즌을 마감했다. 같은 시즌 맨체스터 시티 역시 박싱데이 3경기 전승을 하고 리그 3위(승점 71점)에 머물렀다.

지난 6시즌 간 박싱데이에서 승점 9점을 얻은 6팀 중 우승을 차지한 팀은 2012~2013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13~2014시즌 맨체스터시티 2팀뿐이었다. 승점 7점을 얻은 12팀 중에서는 2010~201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단 1팀만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박싱데이 기간의 경기 수는 2~3경기. 총 38경기를 치르는 EPL에서 어떤 의미가 있기는 부족한 경기 수다. 물론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 팀 분위기 등 숫자로 보이지 않는 영향이 있긴 하겠지만, 숫자로 보았을 때는 박싱데이는 리그의 판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다만 대부분 리그가 휴식기에 들어간 지금, EPL의 박싱데이는 축구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이벤트다. 숫자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해도, 구단이나 팬들에게 심리적으로 다가오는 박싱데이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박싱데이 1차전에서 여러 팀이 울고 웃은 가운데 박싱데이 주간 동안 어느 팀이 두각을 드러낼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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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길준영 기자 / 감수 및 정리: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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