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일정이 상당히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매 시즌 9개월여의 장기 레이스를 겨울 휴식기 없이 치러낸다. 특히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박싱 데이를 시작으로 새해 첫 주까지 일주일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3경기를 치르는 등 강행군이 반복된다. 같은 수의 경기를 치르는 다른 유럽 빅리그들에 비해 시즌 중반에 짧은 휴식 후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몰려 있다.

어떤 선수가 많은 경기에 출장해 긴 시간 뛰었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팀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으며 부상과 징계 등의 변수를 잘 피해 왔다는 뜻이다. 체력적인 부담과 관리의 필요성이 분명히 있지만 선수들에게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100% 완주하며 팀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올 시즌 역시 강행군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속팀의 경기에 단 1분도 빠지지 않고 출전한 '철인'들이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필드 플레이어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소화한 선수들은 누구일까?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통계 자료를 들여다보도록 하자.

전 경기 풀타임 소화 (20라운드 현재)


전 경기 풀타임 출전 중인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골키퍼 제외)

▲ 전 경기 풀타임 출전 중인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골키퍼 제외) ⓒ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첼시), 나다니엘 클라인(리버풀), 스티브 쿡(본머스), 벤 깁슨(미들즈브러), 마이클 킨, 벤 미(이상 번리), 가레스 매컬리(웨스트 브롬), 웨스 모건(레스터 시티)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소속 팀 수비진의 주축 선수라는 것이다. 부상이나 심각한 부진이라는 변수가 있지 않다면 조직력이 중요한 포지션 특성상 주전 수비진 조합은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 번리에서 유일하게 두 명의 '철인'을 배출했는데, 팀의 주전 센터백 듀오인 벤 미와 마이클 킨은 지금까지 리그 전 경기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 명단에 있는 다른 선수들 역시 주로 중앙 수비수로 뛰고 있으며 리버풀의 클라인이 측면 수비수로는 유일하게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 현재 고전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 시티의 웨스 모건(트로피 든 선수)은 두 시즌 연속 전 경기 풀타임 출전을 노린다. 지난 시즌 웨스 모건은 리그 우승 팀 선수(골키퍼 제외)로는 세 번째로 전 경기 풀타임 출장을 이룬 바 있다. 모건 이전에 이 기록을 가지고 있던 필드 플레이어는 2014-2015시즌의 존 테리(첼시)와 1992-1993시즌의 개리 팔리스터(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두 명밖에 없었다.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이름은 웨스트 브롬의 '골 넣는 수비수' 가레스 매컬리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의 어떤 수비수보다도 많은 골(4골)을 기록하고 있는 이 북아일랜드 국가대표 선수는 1979년생으로 지난 12월 만 37세 생일을 맞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매컬리보다 많은 나이로 리그 경기에 개근한 선수는 없었다. 만 37세 시즌에 전 경기를 뛴 선수는 지금까지 2006-2007시즌의 고 개리 스피드(볼턴 원더러스)가 유일했다. 매컬리가 전 경기 출장, 그리고 전 경기 풀타임 출장까지 달성한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출전 시간을 기준으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을 분류했을 때(골키퍼 제외) 상위 11명 전원이 수비수 포지션에서 뛰고 있다. 수비수가 아닌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소화한 선수는 이번 시즌 선더랜드의 주포인 저메인 데포(34)다. 20경기 모두 출장하며 11골을 기록해 선더랜드의 잔류 경쟁을 이끌고 있다. 이외에 철인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공격수들로는 A매치 피로에도 개의치 않고 전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아스날의 알렉시스 산체스, 왓포드의 현재진행형 전설 트로이 디니나, 징계 결장 한 차례를 제외하곤 모든 경기에서 90분을 소화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있다.

리그가 반 이상 진행된 가운데 상당히 많은 숫자의 선수들이 리그 경기에 성실하게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20라운드 현재 필드 플레이어들 중 75명이 19경기 이상 출전했으며(전 경기 출장 26명) 골키퍼의 경우에는 7개 팀의 넘버 원 골키퍼가 전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기록을 살펴보면, 매 시즌 10~15명 안팎의 선수가 리그 경기에 (교체 출장 포함)개근하고 있는데, 이들 핵심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은 순위표의 곳곳에서 펼쳐지는 전쟁들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단단하고 내구성 좋은 이 철인들의 꾸준한 활약을 남은 일정들에서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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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를 꿈꾸는 대학생&아마추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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