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청각을 가진 112 신고센터장 강권주(이하나 분)과 무진혁 팀장(장혁 분)의 활약이 갈수록 빛나고 있다. <보이스>는 7화, 8화를 통해 수림동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은형동 살인사건의 진범이라 주장하는 남상태(김뢰하 분)와의 추격전을 그렸다.

한편, '좋은 친구들'이라는 단체에 이용당해 강제로 박복순 할머니로 얼굴을 바꾸고 살아야 했던 심춘옥이 은형동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추정되는 자에게 처참하게 살해되는 장면도 등장했다. 화가 거듭될수록 은형동 살인사건의 진범에 대한 추격의 끈을 조이는 골든타임팀과 오히려 이를 이용하며 농락하는 진범의 힘겨루기가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좋은 경찰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를 더욱 많이 보고 싶다. <보이스>의 권주처럼. 그런 경찰들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더욱 우리는 '국민다운' 삶을 느끼고 '좋은 경찰'에 의해 보호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를 더욱 많이 보고 싶다. <보이스>의 권주처럼. 그런 경찰들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더욱 우리는 '국민다운' 삶을 느끼고 '좋은 경찰'에 의해 보호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 OCN


7, 8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하나 뽑자면 춘옥이 권주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이다. 춘옥은 연신 고맙다고 하며 권주에게 식혜라도 가져다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가 권주에게 이렇게 고마워하는 이유는 이렇다.

사회의 약자 중의 약자라고 할 수 있었던 춘옥 남매. 장애를 가진 동생과 함께 사는 춘옥은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싼 곳에서 세 들어 사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사회는 따뜻한 곳이 아니다. 장애를 가진 동생에게는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접근하고 가진 것 없는 춘옥에게 권력은 친절하지 않다. 아마 숱하게 많은 의심을 받으며 살아오게 됐을 것이다. 가진 자보다 없는 자에게 더 쉽게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곳이 사회였으니까.

경찰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충동조절 장애로 폭력전과까지 있는 동생에게 경찰들의 태도는 어땠을까. 그를 위험분자로 여기고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마다 원인을 동생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춘옥 남매는 권력과 경찰에게 불신을 가지게 됐다. 그녀는 믿으라는 경찰에게 줄곧 말한다. "당신들은 우리들의 편이 아니자나" 그녀의 눈빛과 말에서는 경찰에 대한 불신이 가득 묻어난다.

이를 깨트린 것이 권주였다. 섣불리 의심하지 않고, 억압하려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바꾸고 살아야 했던 춘옥의 이야기를 믿고 충동조절 장애를 가진 동생에게도 무작정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 않는 그녀에게 춘옥은 많은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최대한 춘옥 남매가 억울함을 벗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은 꽁꽁 얼었던 춘옥의 불신을 녹여낼 수 있었다.

줄곧 그랬다. 권주는 들으려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편견의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상대방을 억측하지 않고 최대한 믿어보려고 했다. 신고자의 이야기를 믿고 힘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피의자의 사연에 파고들어 진실에 닿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정말 좋은 경찰이었다.

현실에서도 만나고 싶다

 7, 8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하나 뽑자면 춘옥이 권주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이다. 춘옥은 연신 고맙다고 하며 권주에게 식혜라도 가져다주고 싶다고 말한다.

7, 8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하나 뽑자면 춘옥이 권주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이다. 춘옥은 연신 고맙다고 하며 권주에게 식혜라도 가져다주고 싶다고 말한다. ⓒ OCN


정말 좋은 경찰임이 분명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만나온 경찰들은 권주와는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경찰에 대한 경험이 엄청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좋지 않은 기억들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천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이에 동참하고 있었다. 광주에 사는 나는 서명운동을 위해 서울을 방문했었고 서명운동을 하기 위해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티를 입고 인사동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유도 모른 채 경찰들에 의해 길을 가로막히게 됐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 인사동으로 서명운동하기 위해 간다고 대답을 해보았지만, 경찰들은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이후 경찰들은 묵묵부답하며 길을 계속 막았다. 누가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 길을 막는 경찰들의 관등성명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끼리의 추측으로 세월호가 연상되는 티를 입은 우리가 가는 길목에 주한미국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생각할 뿐이었다.

길을 돌고 돌아 인사동에 도착한 우리. 이제 서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사복을 입은 남자들이 다가왔다. 다짜고짜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무전기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복경찰임이 분명해 보였다. 특별히 사람들에게 위해가 될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단지 서명을 받기 위한 볼펜과 서명 용지 뿐이었지만 우리는 사복경찰들의 감시를 계속 받아야 했다. 그렇게 세월호 서명운동을 하는 동안 주변에는 사복경찰로 보이는 자들이 지속해서 따라다녔다.

열심히 치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칭찬이라도 했어야 하나. 경찰의 업무가 세월호 서명운동을 감시하는 것이라니. 황당했다. 다른 기억도 있다. 고전압의 송전탑 공사가 진행 중이던 청도에는 할머님들이 이를 막으며 투쟁을 하고 계셨다. 할머님들을 땅바닥으로 던지고 마구잡이로 끌고 가는 동영상 등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던 나는 할머님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가서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공연들을 통해 잠깐의 기쁨이라도 드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머님들과 함께 힘을 나눴던 우리는 다음 일정을 향해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가던 중 전화가 왔다. 우리가 있는 동안 묵묵히 지켜보던 경찰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할머님들은 다시 경찰들에 손에 의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끌려나갔다. 힘이 특별히 좋은 분들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할머님들. 손자를 위해서 맛있는 것을 주기 바빴던 나의 할머니와 다를 게 없는 그런 분들이었다. 우리는 버스를 빠르게 돌렸고 경찰 버스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할머니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돈의 지팡이냐", "민중을 패는 몽둥이냐" 등의 말들을 쏟아냈다.

그렇게 계속하자 경찰 책임자가 나왔다. 그리고 할머님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할머님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마음이 아팠다. 처음으로 받는 사과라고 했다. 수백 번 땅바닥에 던져지면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사과였다. 할머님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걸린 중요한 문제였는데, 법원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은 채로 무작정 집행하는 한전의 잘못이 있는데도 경찰은 한쪽 말만 들었다. 그렇게 돈 없고, '빽' 없고 힘없는 할머님들은 돈 많은 한전의 말만 듣는 경찰에 의해서 매번 고통을 받았다.

이러니 경찰을 보면 기분 나쁜 경험부터 떠오른다. 약자들의 곁에서 보호하고 함께 힘 써주는 경찰이란 없는 걸까 봐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는 저렇게 멋지고 약자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경찰들이 나오는데 우리의 곁에는 왜 안 보이는 건지. 진짜 국민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경찰은 죄다 어디 갔는지.

물론 좋은 경찰들도 많이 있다. 밤낮없이 범인을 잡기 위해 힘을 다하는 경찰들도 있고 작은 것들도 신경 쓰며 우리 곁을 지켜주는 경찰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다. 집회에 나갈 때마다 경찰과 기 싸움을 하고 신경질이 나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고, 힘 있는 자들의 명령에 군말 없이 받들며 때로는 국민을 억압하는 경찰보다 어렵더라도 국민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찰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를 더욱 많이 보고 싶다. <보이스>의 권주처럼.

그런 경찰들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더욱 우리는 '국민다운' 삶을 느끼고 '좋은 경찰'에 의해 보호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경찰은 약자의 편을 들지 않아준다며 불신하는 춘옥이 아니라 감사하다며 함께 할 수 있는 우리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보이스 경찰 청도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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