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마고 리 셰털리의 동명 논픽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히든 피겨스>. 이 영화는 제23회 미국배우조합상, 제88회 미국비평가협회상에서 캐스팅상과 앙상블상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외의 각종 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작품상, 음악상 등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각종 캐스팅상을 수상하였을 만큼 세 주인공의 '케미'가 폭발한 이 영화 <히든 피겨스>는, 제작비 2500만 불에 현재까지 전미 1억6286만1188달러(14일 기준)로 무려 6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무시무시한 작품이다. 월드와이드와 DVD 수익까지 더해질 경우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지 않겠냐고 예상한다. 흑인들로만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 <문라이트>처럼, 본 영화의 세 메인 주인공은 모두 흑인 여성이다. 백인 남성 위주로만 구성되었던 할리우드 영화가 점점 바뀌고 있다는 증거일까.

냉전시대의 미국과 러시아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여전히 '장벽'이었던 시대.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여전히 '장벽'이었던 시대.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 <히든 피겨스>는 1961년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주 항공분야는 냉전 시대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미국과 러시아 간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다. 두 나라 중 누가 먼저 우주로 탐사 위성을 쏘아 올리는지,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지, 모든 것이 전 국민이 지켜보는 치열하다 못해 뜨거웠던 대결이었다.

미국 나사(미국항공우주국)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했지만, 영화 속 세 주인공이 등장한 1961년은 아직도 인종차별과 남녀차별이 자연스레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을 때였다. 연방 법원이 인종차별을 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는 아직 인종차별을 폐지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고 한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러빙>은 타 인종 간 동거와 결혼이 유죄판결을 받아 워싱턴으로 이주해야 했던 러빙 부부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이 <러빙>의 배경도 이 당시의, 심지어 아직도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알려진 버지니아 주였다. 연방 법원이 인종차별의 철폐를 선언했지만, 오랜 시간 백인들의 뇌리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생활 속에 녹아든 차별들은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Colored(색깔이 있는) / White(백인)으로 화장실을 포함해서 식당, 버스 좌석, 도서관, 학교 심지어 물을 마시는 급수관까지도 표기하여 구분했다. 백인들 사이를 걸어 다닐 때 항상 시선들이 그들을 따라 다니고, 백인들보다 더 우수해도 이름을 올릴 수 없으며, 인정받을 수도 없었던 그 시대. 당시의 '낭중지추'였던 세 여성의 이야기가 본 영화에 그려져 있다.

낭중지추 삼인방

 좌측부터 매리 잭슨,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이들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당당했고, 결국 스스로 증명했다.

좌측부터 매리 잭슨,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이들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당당했고, 결국 스스로 증명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첨단 기술을 가진 나사도 이런 시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흑인, 특히 여직원들은 백인보다 더 뛰어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정직원이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대부분이 임시직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1960년대 머큐리 계획의 숨은 공신이었던, 매리 잭슨(자넬 모네), 캐서린 고블(타라지 P. 헨슨),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트리오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으로 다이아몬드같이 공고했던 당시 사람들의 편견을 뚫었다. 그런 최악의 상황 속에 이루어낸 그들의 업적. 만약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없었다면 더 높이 더 크게 그들의 꿈을 펼치고, 더욱더 빛나는 업적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더 상세한 내용은 영화를 관람할 독자들을 위해 생략한다. 위트 넘치는 세 주인공의 꿈을 향한 여정이 궁금하다면, 수저의 색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사회에서 희망은 없다는 낙담을 잠시 멈춰두고, 영화관에서 본 영화와 만나 보길 추천해 드린다.

실제 그녀들은 어떻게 됐을까?

매리 잭슨은 나사뿐만 아니라 전미 최초로 아프리카계-미국인 항공 엔지니어가 됐다. 또한, 1979년 랭리의 여성 프로그램 관리자로 임명되었으며 여성의 권익을 위해 앞장섰다고 한다.

캐서린 존슨(고블)은 아틀라스, 프랜드쉽7, 아폴로 2 임무와 우주 왕복선 관련 전산원 임무를 수행하였고, 2016년 나사는 우주여행 분야에서 그녀의 획기적인 업적을 기려 '캐서린 존슨 전산동'을 헌정하였다. 97세가 된 그녀는 대통령으로부터 자유 수훈했다. 도로시 본은 나사 최초의 아프리카계-미국인 관리자가 되었다. 전자 연산이라는 신분야의 포트란 전문가로서 나사 최고 수재 중 한 명이라 인정받았다고 한다.

천재성엔 인종이 없다.
강인함엔 남녀가 없다.
용기엔 한계가 없다.

위의 세 문구가 관객의 가슴에 남을 영화 <히든 피겨스>는 오는 23일부터 정식으로 극장을 찾아올 예정이다.

 영화 <히든 피겨스> 포스터. 오는 23일 개봉한다.

영화 <히든 피겨스> 포스터. 오는 23일 개봉한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현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13suj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히든피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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