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2, 3루 넥센 허정협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2, 3루 넥센 허정협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5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영웅들이 4연승의 반전을 만들며 5할 승률에 근접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의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12-2로 대승을 거뒀다. 작년 시즌 15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랐던 신재영은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두 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1번 타자 고종욱을 제외한 선발 타자 전원이 안타를 때려낸 넥센은 2명의 선수가 3안타, 4명의 선수가 2안타를 때려냈을 정도로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넥센은 최근 3경기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넥벤저스'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특히 작년까지 1군 출전경력이 거의 없었던 외야수 허정협은 최근 2경기에서 6안타 6타점을 터트리며 넥센 타선의 새로운 비밀 병기로 떠오르고 있다.

두 번의 지명 실패와 풀리지 않았던 1군 생활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2, 3루 넥센 허정협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안타를 날리고 2루에 세이프 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2, 3루 넥센 허정협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안타를 날리고 2루에 세이프 되고 있다. ⓒ 연합뉴스


허정협은 나이나 경력에 비해 그리 평탄하지 않은, 나름대로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난 허정협은 부천중 졸업 후 서울 중앙고로 진학했지만 1년 만에 전주고로 전학을 갔고 졸업은 인천고에서 했다. 고교 생활 3년 동안 서울과 전주, 인천을 오가며 야구를 한 것이다. 하지만 고교 시절 그리 돋보이는 선수가 아니었던 허정협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 야구 중에서도 약체인 서울문화예술대로 진학했다.

대학 진학 후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허정협은 1학년을 마치고 현역으로 군복무를 했고 복학 후 외야수와 3루를 오가며 활약했지만 또 한 번 프로구단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허정협은 대학 졸업 후 육성 선수로 넥센에 입단했다. 하지만 넥센 입단 후 잠재력을 보인 허정협은 2015년 스프링 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히어로즈 구단 역사상 육성 선수가 스프링 캠프 명단에 포함된 것은 서건창에 이어 역대 2번째였다.

거포 유망주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렇다고 허정협이 입단 첫 해부터 곧바로 1군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허정협은 2015년 퓨처스리그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고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337 19홈런 70타점 61득점을 기록했다. 홈런, 타점, 득점 모두 팀 내 1위였다. 허정협은 9월 확장 엔트리 때 1군에 호출돼 4경기에 출전하며 6타수2안타1득점을 기록했다.

허정협은 작년 시즌에도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한 달 동안 타율 .397 4홈런19타점을 기록하며 개막 한 달 만에 1군에 호출됐다. 허정협은 5월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대타 안타로 생애 첫 타점을 기록했고 1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67.59m 높이의 고척 스카이돔 지붕을 맞추기도 했다(안타깝게도 이 타구는 허경민이 잡아내면서 아웃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역시 1군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허정협은 작년 시즌 1군에서 13경기에만 출전해 타율 .176(17타수3안타) 1타점 3볼넷에 그쳤다. 반면에 퓨처스리그에서는 타율 .337 12홈런56타점으로 여전히 뛰어난 활약을 이어갔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잘하지만 1군에만 올라오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전형적인 1.5군 선수가 바로 작년 시즌의 허정협이었다.

3년 만에 찾아온 기회 확실히 잡고 있는 넥센의 깜짝스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장정석 감독으로부터 자체 선정 MVP에 지목된 허정협은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261 1홈런3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3월 30일에 발표된 개막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물론 중견수 후보 임병욱의 팔꿈치 부상으로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육성 선수로 입단해 2년 동안 1군에서 17경기 밖에 뛰지 못한 허정협에게는 커다란 기회였다.

그리고 허정협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월 31일 LG트윈스전에서 9회 대타로 출전해 2루타를 터트린 허정협은 시즌 첫 선발 출전이었던 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롯데의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를 상대로 1군 첫 홈런을 터트렸다. 그리고 9일 두산전에 다시 선발 출전한 허정협은 결승 밀어내기 타점을 포함해 3안타 3타점을 쓸어 담으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허정협의 상승세는 11일 kt전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2회 첫 타석에서 중전 안타로 시동을 건 허정협은 3회 2사 2, 3루 기회에서 좌측 담장 상단을 때리는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허정협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2사 1, 3루에서 다시 한 번 좌측 펜스를 때리는 적시타를 추가했다. 허정협은 이어진 김하성의 3점 홈런 때 홈을 밟으며 득점 하나를 더 적립했다. 허정협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볼넷을 출루하며 두 경기 연속 3안타 4출루 경기를 만들었다.

9일 두산전에 이어 2경기 연속 3안타 3타점 4출루를 기록한 허정협은 시즌 성적을 타율 .692 1홈런7타점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904로 끌어올렸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해도 OPS가 2에 육박하는 것은 황당한 설정의 야구만화나 비디오게임이 아니면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물론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 기록은 당연히 내려가겠지만 허정협이 시즌 초반 보여주고 있는 존재감은 분명 놀랍기 그지 없다.

넥센에는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통해 '바람의 손자' 이정후라는 준비된 스타를 발굴했고 4번타자 윤석민은 '천하의' 이대호(롯데)와 시즌 초반 타율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즌 개막 후 최악의 출발을 했던 '서교수' 서건창의 타율도 어느덧 .324가 됐다. 여기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또 한 명의 깜짝 스타 허정협까지 등장했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영웅들의 반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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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허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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