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이 또다시 고양 오리온을 잡고 대망의 챔프전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지냔 1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삼성은 오리온에게 84-77로 승리했다. 11일 1차전을 78-61로 완승했던 삼성은 적지에서 쾌조의 2연승을 거두며 챔프전 진출에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역대 KBL 4강 시리즈 중 먼저 2연승을 거둔 팀이 챔프전 진출에 실패한 경우는 아직 없다.

예상을 깬 결과다. 오리온은 지난 시즌 챔피언인 데다 올해 정규시즌 삼성과의 상대 전적에서 4승 2패로 우위를 점했다. 일찌감치 4강에 직행하며 충분히 휴식을 취한 오리온과 달리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자랜드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면서 체력 소모도 심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오리온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양팀의 대결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단 외국인 선수 매치업에서 삼성이 완승했다. 삼성의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4강전에서도 '더블-더블' 머신의 위용을 이어가며 그야말로 골밑을 장악하고 있다. 1차전에서 33점 19리바운드로 오리온의 골밑을 맹폭한 라틀리프는 2차전에서도 21점 16리바운드로 지난 시즌 포함 플레이오프 10경기 연속 더블-더블 기록을 이어갔다. 외국인 정통 센터가 없는 오리온으로서는 라틀리프를 막을 만한 선수가 없었다.

 1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라틀리프가 공을 받고 있다.

1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라틀리프가 공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2차전에서 절치부심한 오리온은 라틀리프에게 강력한 더블팀을 계속 시도했다. 삼성은 오리온의 수비에 대하여 외곽슛으로 대응했다. 라틀리프가 수비가 강하게 붙을 때면 욕심을 부리지 않고 동료에게 공을 잘 빼줬다. 라틀리프는 1차전에서 한 개도 없었던 어시스트를 2차전에서만 4개나 기록했다. 임동섭, 문태영, 주희정, 김준일 등이 오픈 찬스에서 고비마다 적극적인 외곽슛을 시도하며 이날 삼성은 11개의 3점을 성공시켜 48%나 되는 적중률로 오리온의 외곽 수비를 흔들어놓았다.

 1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크레익이 몸을 돌려 골밑슛하고 있다.

1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크레익이 몸을 돌려 골밑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한 명의 외국인 선수 마이클 크레익의 부활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크레익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무리한 개인플레이로 하마터면 시리즈의 X맨이 될 뻔했다. 하지만 오리온과의 4강전 들어서는 욕심을 버리고 팀플레이에 치중했다. 수비에서 오리온의 주포 애런 헤인즈를 잘 견제한 것은 물론이고 공격에서는 확률 높은 포스트업과 어시스트 패스 등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삼성은 수비에서는 짜임새 있는 지역방어로 오리온의 강점인 공격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정규시즌 82.8점을 기록했던 오리온의 화력은 1차전 61점, 2차전 77점에 그치며 한번도 80점대를 넘기지 못했다. 높이의 우위를 십분 활용하며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삼성이 오리온을 압도했다.

오리온은 어려울 때 경기를 풀어줘야 할 해결사들이 하나같이 제 몫을 못해주고 있다. 정규시즌에서 23.8점을 기록했던 에이스 헤인즈는 PO 들어서 1차전 16점, 2차전 13점에 그쳤다. 특히 2차전에서는 17개의 슛을 시도하여 단 4개만 적중시키며 야투율이 24%에 그치는 최악의 난조를 보였다.

1차전을 포함해도 야투율이 34%로 정규시즌 53.6%에 이르던 확률 높은 플레이와 거리가 멀다. 삼성의 지역방어에 고전하고 있는 데다, 자신보다 신장은 작지만 힘이 좋은 데다 운동능력까지 갖춘 크레익의 밀착 수비에 어려움을 겪으며 무리한 플레이가 많아졌다. 슈터 문태종도 1차전 8점, 2차전에는 2점에 그치며 3점슛은 3개 시도했으나 하나도 림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오리온이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와 올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플레이 메이커의 부재다. 지난 해는 '돌격대장' 조 잭슨과 리딩이 가능한 만능포워드 김동욱이 이 역할을 분담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 두 선수가 모두 없다. 잭슨은 해외 리그로 떠났고, 김동욱은 3월에 당한 무릎 부상의 후유증으로 플레이오프에서도 아직까지 코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이들의 역할을 대체해줘야 할 선수는 단신 외국인 선수인 오데리언 바셋이다. 하지만 바셋은 공격에서 삼성의 지역 방어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비에서도 활약이 애매하다. 1차전 10점 1어시스트, 2차전 11점 3어시스트 3리바운드의 기록에서 보듯 중요한 순간에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나마 올린 기록도 이미 승부가 거의 넘어간 상황에 주로 몰려 있어서 영양가가 없었다. 정규 시즌 기복 심한 플레이에도 끝까지 교체 없이 바셋을 신뢰해왔던 추일승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오리온은 지난해 정규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4강에서 2위 울산 모비스를 3연승으로 업셋하는 이변을 일으켰고 결국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불과 1년 만에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엔 오리온이 3위 삼성에게 스윕을 당할 위기에 놓이며 지난해의 모비스와 동병상련의 신세에 처하게 됐다. 반면 삼성은 2008-09시즌 이후 무려 8년 만의 챔프전 진출이라는 대업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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