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 모터스와 FC서울의 경기. 전북 김신욱이 서울 곽태휘를 피해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7월 2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 모터스와 FC서울의 경기. 전북 김신욱이 서울 곽태휘를 피해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7.5cm-97kg, 압도적인 체격을 갖춘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 김신욱. 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뉜다.

2012시즌, 김신욱은 중앙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전환해 첫 두 자릿수 득점(13골)에 성공했고,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무패우승을 달성했던 울산 현대의 선봉장이었다. 2013시즌에는 K리그 클래식 36경기에 나서 19골을 몰아쳤고, 2015시즌에는 38경기에 나서 18골을 기록하며 생에 첫 득점왕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두 자릿수 득점 달성에 실패한 2014시즌과 2016시즌처럼 부상이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김신욱은 명실상부한 K리그 최고의 공격수다. 지난 시즌, 건강을 회복한 여름부터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중심에 섰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김신욱은 2017시즌에도 이동국, 에두 등과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9골을 기록 중이다. 무지막지한 득점 감각을 뽐내고 있는 수원 삼성의 조나탄(19골)과 FC 서울의 데얀(16골)을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만, 두 자릿수 득점 달성은 시간문제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김신욱이 주전 스트라이커로 나서야 한다'라고 말한다. 출전 시간을 보장하고, 높이와 발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이 갖춰진다면, 김신욱의 진가가 드러날 것을 확신한다.

부정적인 목소리도 만만찮다. 김신욱은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것이 적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A매치 35경기에 나섰지만, 3골밖에 넣지 못했다. 2014년 1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이 마지막으로 골맛을 봤던 경기였다. 김신욱이 그라운드로 들어서면, 긴 패스만 활용하는 단순한 전술이 야기되고, 승리를 챙기기도 어려워진다.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던 홍명보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김신욱을 외면했던 가장 큰 이유다. '김신욱 대신 황희찬과 같이 발기술이 좋고, 빠른 선수를 써야 한다'라는 팬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울산에 발목 잡힌 전북, 이타적인 김신욱의 아쉬움

전북 현대가 무너졌다. 전북 현대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5라운드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 0-1로 졌다. 지난달 8일, 전주성에서 4-0으로 손쉽게 이겼던 울산에게 패한 것. 2017시즌 K리그 클래식 단독 선두를 유지하고, 최다 득점(46골)과 최소 실점(22골)을 사수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4연승의 흐름이 끊겼고,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응원을 멈추지 않은 홈팬들 앞에서 패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전북은 울산의 수비를 공략하지 못했다. 김신욱과 이동국이 전방에서 호흡을 맞췄고, 징계에서 돌아온 로페즈와 이재성 등 '닥공'이 가능한 자원이 총출동했지만, 날카로움이 없었다. 로페즈와 이재성의 드리블은 울산의 협력 수비에 막혔고, 김신욱의 높이도 강민수와 리차드의 집중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동국도 많은 움직임을 통해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울산의 골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원정팀 울산은 효율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지난 전북 원정 대패의 경험 때문인지 1차적으로 수비에 집중했다. 미드필더 라인을 페널티박스 부근까지 내려 앉혔고, 슈팅이 나올 수 있는 지역을 촘촘하게 메웠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내주더라도 슈팅은 막겠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

공격은 오르샤의 빠른 발을 활용했다. 전북의 공격을 끊어내면, 오르샤에게 볼을 전달했고, 단독 드리블에 이은 크로스 혹은 슈팅을 시도했다. 오르샤의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낮고 빠른 크로스가 수보티치의 슈팅으로 이어진 장면도 두 차례 있었다. 이를 제외하면, 울산은 철저하게 실리적인 축구를 유지했다.

전북이 후반 5분 만에 이승기를 투입하며 득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김신욱과 이동국을 앞세워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지만, 울산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울산이 강력한 한방을 꽂아 넣었다. 지난 시즌, 전북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이종호였다.

수보티치 대신 전주성을 밟은 이종호는 후반 30분, 전북의 골망을 갈랐다. 이명재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높이 뛰어올라 헤더로 연결해 골문을 열었다. 자신보다 10cm나 더 큰 김민재와 경합을 이겨내고 터뜨린 득점이라 더욱 돋보였다. 이 골로 울산은 전북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함과 함께 선두 추격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전북이 패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징계에서 돌아온 '에이스' 로페즈의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고, '닥공의 지휘자' 이재성도 무더위에 지쳐 보였다. 올 시즌 전북 공격의 핵으로 떠오른 왼쪽 풀백 김진수도 두터운 울산 수비 앞에서 무기력했다. 페널티박스 부근에 밀집한 수비를 끌어내는 데 필요했던 중거리 슈팅도 보기 어려웠다. 

가장 아쉬운 선수는 김신욱이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밀집된 상대 수비와 싸워야 했지만, 존재감이 없었다. 경기 초반 기습적인 헤딩슛을 제외하면, 높이의 강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기회를 잡는 것이 어렵다 보니 바깥 지역으로 밀려났고, 김신욱의 위력은 반감됐다.

득점이 최우선 목표인 스트라이커임에도 이타적인 모습은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전반 36분,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볼을 잡은 김신욱은 절묘한 침투 패스로 이동국에게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줬다. 이동국의 슈팅이 아쉽게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밀집된 울산 수비를 무너뜨린 좋은 패스였다. 

후반 29분, 전북은 상대의 압박을 이겨낸 이재성이 빠른 공격을 전개했고, 로페즈의 침투 패스가 이승기를 거쳐 수비를 등지고 있던 김신욱에게 향했다. 정상급 공격수라면, 슈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신욱은 주변 동료를 살피다 볼을 빼앗겼고, 공격은 무산됐다. 페널티박스 안쪽, 골문 바로 앞쪽에서 볼을 잡았음에도 이타적인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상적인 슈팅 장면은 없었다. 이 두 차례의 상황만이 뇌리에 남았다. 김신욱은 올 시즌 9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도움은 없다. 득점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임에도 슈팅 대신 패스를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김신욱의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때도 로페즈와 레오나르도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손흥민과 구자철 등 2선 공격 자원을 살리는 데 열중한다. 자신의 득점보다는 팀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스트라이커 김신욱.

주변 동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스트라이커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스트라이커의 존재 이유는 득점이다. 득점력이 있어야 상대 수비에 부담을 가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주변 동료도 살릴 수 있다. 득점력이 없는 스트라이커는 수비수의 부담을 덜어주고, 2선 공격진을 봉쇄하는 데 더욱 힘을 쏟을 수 있게 만든다.

득점 욕심이 필요하다. 스트라이커라면, 슈팅이 우선이어야 한다. 2선 공격 자원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지금보다는 이근호와 호흡을 맞추며 아시아를 정복하던 때의 김신욱이 보고 싶다. 그의 높이도 동료를 살릴 때보다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을 만들어낼 때 더욱 빛날 수 있다.

김신욱은 강점과 약점이 분명하다. 전문가와 팬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는 이유다. 발기술, 느린 발 등의 약점을 숨기고, 프리킥으로 증명한 슈팅력, 높이를 활용한 헤더 등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김신욱이 주인 없는 국가대표팀 최전방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득점을 터뜨릴 수 있는 스트라이커란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스트라이커는 득점력이 있어야 가치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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