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녕 히어로> 포스터

영화 <안녕 히어로> 포스터 ⓒ 시네마달


"아빠 직업이 뭐지? 사회운동가? 해고자? 노동운동가?"

영화 <안녕 히어로>는 김정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수석부지부장이 아들(현우)의 생활기록부 '아버지 직업란'을 채우기 위해 고민하며 시작된다. 2009년 쌍용자동차는 경영난을 이유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실시했고,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투쟁으로 맞섰다. 김정운은 그 과정에서 해고됐다. <안녕 히어로>는 정리해고 이후의 투쟁을 김정운의 아들인 현우의 시선으로 그렸다. 과연 쌍용차 투쟁을 해고자의 가족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안녕 히어로> 시사회에서 <안녕 히어로> 관계자들(왼쪽부터)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 한영희 감독, 주인공 김정운, 쌍용자동차 지부장 김득중)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안녕 히어로> 시사회에서 <안녕 히어로> 관계자들(왼쪽부터)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 한영희 감독, 주인공 김정운, 쌍용자동차 지부장 김득중)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시네마달


쌍용자동차 투쟁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는 <안녕 히어로>가 처음이다. 24일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안녕 히어로> 언론 시사 현장에는 한영희 감독과 주인공인 김정운 수석부지부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참석했다.  

대중들에게 일명 '쌍차 투쟁'은 잔혹하게 기억된다. 해고자의 가족이 중심인 이 영화에서는 자세히 묘사되지 않았지만,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은 해고 철회를 위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였다. 경찰 측은 강제진압 과정에서 헬기를 동원해 최루액을 살포했다. 이어진 굴뚝농성과 단식 농성, 그리고 노조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그렇게 당시 파업 이후 94명이 구속되고 3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김정운은 노조 수석부지부장을 지냈을 정도로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아들 현우에게는 영웅이지만 사회에서는 끝내 영웅이 되지 못한 그. <안녕 히어로>는 '영웅이자 영웅이 되지 못한'  김정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간다. 아들 현우는 아빠가 '지는 데도 계속 싸우는' 이유가 궁금하다. 또 가끔 '사회'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다른 해고자들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불사한 아빠 김정운이 감옥에 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감옥 하면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죽인 사람들이 가는 곳인데 왜 아빠가 간 건지 이해가 안 돼요."(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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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복직이 되지 않았다

"2009년 쌍용자동차 직원 2646명이 길거리로 내몰렸고, 해고자 186명이 9년간의 투쟁을 이어왔다. 그중 돌아가신 분, 정년퇴직하신 분도 있고 합의 시점(2015년 12월)에 복직지원서를 낸 167명 중 37명이 복직했다. 현재(2017년 8월) 복직 희망자 130명이 남아 있다." (김득중)

2015년 쌍용차는 극적으로 해고자들과 단계적 복직에 합의한다. 김정운은 합의안에 따라 '먼저' 복직했다. 복직 심정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이 질문만큼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사회에 왔다"고 말했다. 아직 복직하지 못한 해고자들이 있는데, 복직 심정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나머지 해고자들이 모두 복직을 할 때쯤에야 (그 질문에) 답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득중 지부장은 아직 복직되지 않았다. 김 지부장은 이날 현장에서 "저희는 일괄복직이 되지 않았다. 단계적으로 복직이 진행 중이고 제가 지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제일 마지막으로 복직하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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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마지막이길

'쌍차 투쟁'과 해고자 가족을 바라보고 이들을 카메라에 담은 한영희 감독은 "투쟁 현장에 있던 분들이 보시기엔 밋밋한 영화일 수 있다"며 영화의 한계를 말했다. "한 가정의 고통과 경험을 살려서 (아들이) 아빠를 통해 바라본 세상을 깨닫고 정리해나가는 과정에 주목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쌍용차 투쟁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가족. 그 속에 있는 자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해고자 가족들도 고통의 시간을 이겨왔고, 아빠의 투쟁을 진심으로 응원해왔다고 생각한다. 싸움에서 드러나지 않았었지만, 아이들의 분명한 목소리, 아빠를 통해 봤던 '세상 이야기들'을 펼쳐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영희)

영화 <안녕 히어로>는 제8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제17회 인디다큐페스티벌, 제22회 인디포럼, 제22회 서울인권영화제에 초청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달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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