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환

두산 김재환 ⓒ 두산 베어스


지난 8월 29일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격돌한 잠실 경기. 홈팀 두산은 '허슬두 데이'를 진행했다. 두산 구단은 스타 마케팅의 일환으로 매월 특정일 홈경기에 한 명의 선수를 선정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주인공은 두산 김재환이었다. 두산 구단은 '김재환 허슬두 데이'에 김재환의 캐리커쳐 손거울을 '허슬두데이존' 좌석한 예매한 팬들에 배포했다. 하지만 이날 두산 구단의 행사는 그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되었다.

김재환은 지난 시즌 이후 리그 정상급 타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2016년 타율 0.325 37홈런 124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1.035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5.9를 기록하며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처음으로 수상했다. 

올시즌도 그는 타율 0.345 33홈런 103타점 OPS 1.044 WAR 6.74로 맹타를 휘두르며 두산 타선을 이끌고 있다. 그의 활약이 더해진 두산은 지난해 통합 우승을 달성했으며 올해도 2위로서 정규시즌 2연패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하지만 구단의 스타마케팅과 일부 매체의 호들갑이 어색할 정도로 김재환의 활약을 바라보는 대다수 야구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김재환이 2011년 도핑테스트에서 경기력 향상 약물 사용 사실이 적발된 적이 있는 금지약물 전력 선수이기 때문이다.

# 2017시즌 WAR 1~10위 (9/10 현재) (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2017시즌 WAR 1~10위 (기준:9/10)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7시즌 WAR 1~10위 (기준:9/10)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지난해 팀 MVP로 김재환을 꼽는 김태형 감독이나 '김재환 허슬두 데이' 개최를 통해 알 수 있듯 두산 구단은 김재환 스타마케팅에 꺼리낌이 없다. 하지만 이 같은 구단의 태도에 양식있는 대다수 두산 팬들조차 난감해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만일 금지약물 적발 전력이 없었다면 '김재환 허슬두 데이'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벤트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 물색없는 스타만들기, 가장 불편한 것은 선수 당사자

어쩌면 자신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이나 보도에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당사자인 김재환 본인일 가능성이 높다.

매일 그라운드에 나서서 팬들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구단이 '스타 만들기'에 나서고 언론이 그의 활약에 집중할수록 과거 전력이 부각되고 그를 향한 시선은 싸늘해지며 야유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공식 징계를 끝낸 후 '봉인해제'라는 경솔한 발언으로 인해 오랜 기간 질타받았던 선수 본인은 지난 시즌 이후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동정 여론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상치되는 두산 구단의 무리한 스타 마케팅과 금지 약물 전력을 역경 극복으로 포장하는 일부 기사는 대다수 프로야구팬들의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

# '경기력 향상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KBO의 안이한 인식

사실 이 모든 불편함과 논란의 근원을 따지자면 '기록 스포츠'인 야구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경기력 향상 약물의 위험에 대한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안이한 문제 인식과 현실적 억제력이 없는 징계 규정을 질타해야 한다.

KBO는 김재환의 금지 약물 복용을 적발하고 2012년 1군 10경기 출전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2015시즌 적발된 최진행*도 30경기 출장정지에 그쳤다.

지난해 이후 규정이 강화되어 경기력 향상 목적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될 경우 72경기 출장 정지(2017시즌 삼성 최경철* 적발)로 늘었지만 최소 1시즌 이상의 징계가 주어져야 실질적 억제력을 가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KBO의 안이함은 이 뿐이 아니다. 지난 시즌 이후 공식 시상에 김재환의 이름을 올렸다. 2016년 5월과 2017년 7월 월간 MVP에 두 번이나 선정했으며 2016년에는 시즌 종료 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 금지약물 전력 선수의 기록 별도 관리해야

금지약물 사용에 엄격해진 한국 야구팬들의 의식 수준에 눈 높이를 맞추고 금지 약물 사용 척결에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자 한다면 약물 사용 전력 선수들을 개인 수상 명단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이 신설되어야 한다.

이 경우 이미 징계를 받은 선수에 대해 소급 처벌이 될 수 있으며 과거 금지 약물 전력이 밝혀진 스타플레이어(진갑용*, 리오스*)들의 수상 기록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기록 스포츠인 야구의 가치를 지키고 리그에 대한 팬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일단 현역에 있는 경기력 향상 금지약물 적발 선수들부터 개인 시상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 생활 동안 금지 약물 사용이 밝혀지거나 적발된 은퇴 선수들의 경우 타이틀 박탈은 어렵더라도 그들의 기록은 (*)표를 표시하는 형태로 별도 관리해야 한다. 거센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 정도의 강경한 조치가 선행되어야만 기록의 순수성과 선의의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고 리그 자정이라는 명분도 인정받을 수 있다.

# 제 식구 감싸기는 이제 그만

최근 KBO는 수년 전 일어난 '심판 매수 스캔들'의 수렁과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사건들로 허우적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두산 구단 수뇌부가 KBO 심판에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두산을 포함 다수 구단 수뇌부 인사의 심판에 대한 금품 제공은 리그의 근간을 뒤흔드는 비윤리적 행위다.

일파만파로 사건을 키운 것은 KBO의 안이한 대처다. KBO는 해당 심판 위원의 비위를 적발하고도 그가 사직하는 선에서 눈을 감았다. KBO가 비위 사실을 적발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상식적 태도를 보였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져 리그 존립이나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는 새로운 시대를 택했고 절대 다수 국민들은 '적폐 청산'이라는 화두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는 곳곳에서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금처럼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는 태도로는 팬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 '세컨드 찬스' 부여에는 동의, 명예까진 허용 말아야

솜방망이라고 해도 이미 규정대로 징계를 받은 선수가 다시 활약을 펼치는 것은 불편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일부 의견처럼 잘못을 저지른 선수에게도 이른바 '세컨드 찬스'는 주어져야 한다. 기존 규정에 따라 징계를 다 받은 선수들이 경기에 출장하는 것은 소속 구단과 감독이 결정할 소관이다(금지약물 복용 전력 선수를 기용하거나 영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득과 실은 결국 해당 구단이 책임질 부분이다.)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부와 성공을 넘어 명예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 이들에게 '명예'까지 부여한다면 누가 그 리그의 공정성을 신뢰하겠는가? 훗날 한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금지약물 전력 선수들이 줄줄이 입회하게 되는 끔찍한 장면을 상상해 보길 바란다.

(관련 기사: '리그 최고' 김재환-헥터, '민망한 찬사'는 이제 그만 )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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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해 [오마이뉴스]에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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