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관한한 엄청난 인기와 전통을 자랑하는 '축구종가' 잉글랜드. 하지만 국제대회만 나서면 그들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한 잉글랜드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총 14번 월드컵 본선에 나섰지만, 1966년 우승을 제외하곤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도 월드컵은 봐줄만 하다. 유럽축구선수권에서 그들의 신세는 초라할 정도다. 일단 우승 기록이 단 한 번도 없고, 최고성적은 21년 전에 거뒀던 4강이다. 지난 2016 프랑스 대회에선 '축구변방' 아이슬란드에게 패하며 16강에서 쓰러지는 굴욕을 맛봤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부재 현상도 잉글랜드로서는 자존심 상한다. 잉글랜드는 보비 찰튼(1966)-케빈 키건(1978)-마이클 오언(2001)을 끝으로 더 이상 발롱도르(Ballon d'or) 수상자를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2005년 프랭크 램파드와 스티븐 제라드가 2, 3위에 오른 이후엔 발롱도르 '탑 랭커' 조차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침체기에 빠진 잉글랜드 축구계가 요즘 한 공격수의 활약에 열광하고 있다. 잉글랜드 팬들 사이에선 '축구종가의 유일한 구세주'라는 말까지 나온다. 주인공은 바로 토트넘 핫스퍼의 해리 케인이다.

메날두 이을 '킬러'... 케인의 기대되는 미래


국내 팬들에겐 손흥민의 동료로 잘 알려진 케인은 다재다능하다. 축구팬들 사이에선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그리즈만(AT마드리드)과 함께 '메날두'(메시-호날두)를 이을 차세대 공격 주자로 케인을 꼽을 정도다.

케인은 아직 전성기에 도달하지 않은 24살의 '젊은 피'지만 골 결정력과 체력, 그리고 위치선정능력에서 최정상급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188cm의 장신 스트라이커' 케인은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일정한 패턴 플레이가 거의 없어 상대 수비진들에게 '마크하기 힘든 선수'로 통한다. 여기에 이따금씩 선보이는 중거리 슈팅은 빠르고 정확하다.

케인은 유연성과 반사 신경 또한 탁월해 상대를 등지고 때리는 슈팅이 일품이다. 현역 시절 터닝 슈팅에 능했던 '독일 축구의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을 연상케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케인은 세대교체 작업이 진행 중인 잉글랜드 대표팀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평가 받는다. 케인은 지난 2016 유로 대회 때만 하더라도 경험 부족으로 이렇다 할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로서 잉글랜드를 이끌어야 하는 숙명을 떠안게 됐다. 

현재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무패행진(6승 2무)을 달리며 F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잉글랜드는 사실상 러시아 월드컵 본선 행을 예약해뒀다.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메이저 대회에 '한' 맺힌 잉글랜드 팬들로서는 내년 월드컵에서 케인이 그 숙원을 이뤄주길 고대하고 있다. 

클럽에서의 역할 또한 마찬가지다. 케인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명실상부 토트넘의 간판스타로 거듭났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15~16, 16~17시즌)을 거머쥔 그는 팬의 지지도와 팀의 전술 기여도 모두 팀 내 '넘버 원'이다.

물론 이러한 기대의 부응이라도 하는 듯 케인는 27일(한국시간) 아포엘FC(키프로스)와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케인은 올 한해에만 6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내고 있다. 

2010년 프로(토트넘), 2015년 A대표팀에 데뷔한 이후 어느덧 클럽과 대표팀 모두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선 케인의 차기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월드컵 동시 석권. 그러기 위해서는 두 소속팀 모두를 최고 반열에 올려놓아야 한다. 케인이 자신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야할 목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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