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경기에서 NC는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달성했다. 9월 12일 두산전에서 14점을 준 이후 6경기 내리 두 자릿수 실점을 기록한 것. 이 기간 동안 NC는 무려 77실점했다. 선발도 부진했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필승조의 부진이었다. 김진성은 3경기에 등판해 4이닝 3실점, 원종현은 3경기 2.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마무리 임창민도 3경기 동안 3이닝 7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도합 9.1이닝 12실점).

그러는 동안 롯데는 NC를 밀어내고 3위 자리에 등극했다. 롯데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필승조의 재건에 있었다. 전반기 NC가 팀 방어율 2위(4.57)를 기록할 동안 롯데는 전체 6위(5.00)에 처져있었다. 그러나 후반기 롯데는 팀 평균자책점 전체 2위(4.00)를 기록했고 NC는 6위로 떨어졌다(5.01).

지친 NC, 팔팔한 롯데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NC의 불펜이 지쳤기 때문이다. NC의 불펜을 구성하는 핵심선수는 김진성과 원종현, 임창민이다. 이 세 선수는 전반기에 118경기에 등판해 10승 7패 31홀드 21세이브를 합작했다. 방어율도 3.13으로 좋았다. 그런데 후반기 세 선수는 70경기에 출전해 7승 8패 5홀드 8세이브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방어율은 무려 4.95로 치솟았다.

 김진성

김진성 ⓒ NC다이노스


김진성은 2016년 84.1이닝을 던졌고 올해도 88.2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대장암을 이기고 돌아온 원종현도 저번 시즌 70.2이닝, 올 시즌 77이닝을 소화했다. 마무리 임창민은 저번 시즌에는 70이닝을 소화했고 올해는 64이닝을 소화했다.

세 선수는 지난 시즌 225이닝을 소화했고 올해도 이미 220이닝 이상을 던졌다. 올해 등판 경기 수 20위 안에도 세 선수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김진성 6위, 원종현 7위, 임창민 19위). 김진성은 2016 시즌에도 이 부문 4위, 임창민도 15위를 기록한 바 있다. 많이 던지기도 했지만 연투도 많았다. 세 선수의 전체 출전 경기 중 연투와 하루 휴식 후 등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등판의 52.1%에 달했다.

많은 경기에 등판에 많은 이닝을 자주 던진 세 선수의 피로가 지금 터져 나오고 있다.

NC 필승조 경기수/이닝
김진성 - 67경기(6위) 88.2이닝
원종현 - 65경기(7위) 77이닝
임창민 - 58경기(19위) 64이닝

롯데 불펜은 전반기에 윤길현-장시환-손승락으로 필승조를 구성했다. 세 명의 선수는 100경기에 출전해 3승 9패 21홀드 15세이브를 기록했다. 방어율은 4.62. 반면 후반기는 조정훈-박진형-손승락으로 필승조가 재편됐다. 세 선수는 후반기 78경기에 등판해 5승 5패 18홀드 23세이브 2.70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강민호와 박진형

강민호와 박진형 ⓒ 롯데자이언츠


전반기 많은 경기를 뛰지 않은 롯데의 필승조는 다른 팀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유리하다. 박진형의 경우 선발투수로 던지기는 했지만 많은 이닝을 던지지는 않았다. 또 선발투수로 등판했을 때는 투구수가 70-80개 정도가 되면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했지만(방어율 7.17) 짧게 집중해서 던질 수 있는 불펜으로는 기록이 훨씬 좋아졌다(방어율 3.40). 조정훈의 경우 7월 9일에 첫 등판을 가졌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연투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올 시즌 단 3번). 손승락은 비교적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연투도 꽤 있었지만 지치기는커녕 후반기 오히려 기록이 더 좋아졌다.

요약하자면 손승락이 여전히 굳건한 가운데 체력적 부담이 적은 조정훈, 박진형이 활약하면서 롯데의 불펜은 환골탈태했다.

롯데 필승조 경기수/이닝
박진형 - (불펜)34경기 38.1이닝
조정훈 - 25경기 21.2이닝
손승락 - 59경기(15위) 60.1이닝

기다린 롯데, 바빴던 NC

올 시즌 드러난 조원우 감독의 색깔은 젊은 투수 육성과 관리 야구였다. 특히 젊은 투수들에게 꾸준히 선발 등판 기회를 주고 지친 기색이 보이면 과감히 휴식을 부여한 것이 후반기 돌풍의 원동력을 만들었다. 롯데의 불펜을 재건할 수 있었던 것도 박진형이 좋지 않았을 때 충분한 휴식을 주고 후반기에 불펜으로 전환시킨 선택과 조정훈의 등판간격을 조절해준 관리였다. 많은 팬들은 승부처가 없다며 비아냥거렸지만 조원우 감독의 인내가 이제 열매를 맺었다.

김경문 감독과 NC는 매 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2014년 3위를 기록한 이후 2015년 3위, 2016년 2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도 가을 야구 진출권에 있다. 4년 연속 가을 야구가 확정된 것. 그러나 매 시즌 치열한 승부를 벌이다 보니 주력 투수들을 제대로 관리해줄 수 없었다. 당장 눈앞의 승부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필승조를 구성하는 선수들은 최근 2~3년 간 많은 이닝을 소화해왔다. 바빴던 NC의 투수들은 이제 지쳤다.

후반기 엇갈린 롯데와 NC의 순위. 그 이면에는 롯데의 관리와 NC의 피로 누적이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의 3위 싸움, 그리고 가을 야구에서의 성적에 두 불펜의 체력 차이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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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6기 김철희
롯데자이언츠 NC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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