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네오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영주 버전의 포스터.

ⓒ 벨라뮤즈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국내에도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때문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연극으로 오른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관심과 함께 우려의 눈길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원작 못지않은 작품이 가능하다는 점, 즉 창작극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조제'로 불리고 싶은 쿠미코, 우연히 유모차에서 처음 만난 쿠미코와 인연이 닿아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츠네오. 영원히 함께할 수 없음을 알게 된 두 사람의 가슴 아픈 이야기다. 덕분에 작품을 본 누군가에게는 풋풋한 첫사랑이 떠오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과거까지 떠올릴 수 있다. 사랑의 다양한 색을 들춰내며,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마주하게 만드는 작품인 셈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츠네오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서영주를 지난 10일 오후, CJ 아지트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났다.

츠네오와 조제의 만남, 우연 아닌 필연

츠네오로 분한 서영주, 조제를 만나다 지난 9월 7일, 서울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일본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츠네오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영주가 장면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 곽우신


"이제 공연 중반을 넘겼어요.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아직 물음표가 많지만, 그만큼 느낌표도 많아졌죠. 공연을 시작할 즈음에는 '츠네오의 감정'에 서영주로서 다가가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츠네오 안의 무언가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 거죠. 하지만 공연 전날, 깨달았어요, 내 감정의 변화가 섞인다면? 이라고요. 무대 위 츠네오는 서영주의 모습이 많아요."

서영주는 츠네오가 아닌 자신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덕분에, 관객들은 잊고 지낸 자신의 풋풋함을 마주할 수 있었으리라. 서영주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다양한 감정에 대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얘기고, 또 사랑에 관한 얘기잖아요. '현실 서영주가 연애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사랑을 하면 '상상했던 이상'도 있을 것이고, 또 '현실적인 사랑'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걷지 못하고 유모차를 타고 다니는 쿠미코. 하지만 독특한 말투에 당당한 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아리송하다가도, 또 여린 감정의 소유자. 그런 쿠미코와 사랑에 빠진 츠네오에 어떻게 다가가고 싶었을까.

"사실 영화 속 인물이 너무 좋아서, 영화의 좋은 점 몇 가지, 소설의 좋은 점 몇 가지를 무대에서 구현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아, 아쉬움이 남아요. 영화의 클로즈업. 떨림 등이요."

무대에서 감정 표현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서영주는 그 작은 감정까지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다. 인물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고, 더 가까이 전하고 싶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진정성이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제가 생각한 것은 쿠미코(조제)가 그리워서 흘리는 눈물이에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윤'이 안타까워 눈물을 흘린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미안하다. 한 번만 울게' 이런 마음. 하지만 작품에 오르면서, 현실적인 사랑인 '윤'과 시작하는 츠네오가 자신의 '이상이었던 쿠미코'를 바라보고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쿠미코는 츠네오에게 이상인 거예요. 구름을 '둥둥둥'이라고 하거나, 기차를 보고 놀란다거나. 츠네오를 즐겁게 해주죠. 취직을 고민하는 등 '그 울타리' 안에서 나름 웃으면서 살아가고 있으면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거예요. 하지만 너무나 사랑함에도 현실을 바라보게 되고, 이상이 깨지면서 같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아마 헤어짐도 담담했을 거예요. 친구도 될 수 없는 관계처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없기에. 그래서 츠네오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닐까요. 사랑을 버리고 현실을 바라보게 된 거니까요. 어쩌면 정말 나쁜 사람일 수도 있지만요."

때문에 츠네오와 쿠미코의 만남 역시 '우연'으로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서영주는 이들의 만남을 꼭 만나야할, '필연'이라고 설명했다.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쿠미코와 츠네오의 만남 역시 필연인 거죠. 꼭 만나야 했던 인연이요. 츠네오가 쿠미코와 할머니에 관한 얘기를 우연히 듣긴 하지만, 이를 흘려듣다가, 유모차에서 만나고, 그의 집에서 밥을 먹고, 또 알아가는 과정이 무언가를 바라거나 노리고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그 시점에서 츠네오에게 쿠미코라는 존재가, 쿠미코에게 츠네오라는 존재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작품 이전의 서영주 그리고 이후의 서영주

츠네오로 분한 서영주, 조제를 만나다 지난 9월 7일, 서울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일본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츠네오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영주가 장면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 곽우신


츠네오로 분한 서영주, 조제를 만나다 지난 9월 7일, 서울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일본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츠네오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영주가 장면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 곽우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서영주 자신도 달라진 점이 있을까.

"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츠네오 나이가 될 때까지 제가 겪는 일들에 대해 '츠네오는 이런 감정이었을 거야' '츠네오는 이랬지' 등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아요. 영화를 보든, 공연을(초연이지만, 재연한다면) 다시 보든, 책으로 보든, 츠네오가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다른 츠네오도 궁금해서(웃음), 쭉 찾아볼 것 같아요."

서영주는 츠네오를 분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 아직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앞으로 꼭 느껴야 할 '이 감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때, 자신의 감성 등에 따라 너무나도 달라질 수 있는 '그 감정'에 대해.

"연극 <에쿠우스>에서 17세 소년을 분했어요. 사랑 얘긴데, 뭔가 잘못된 사랑을 하는. <조제>는 형들(김찬호, 백성현)이 20대에 느낀 감정, 사랑에 관해 얘기를 많이 해주는데 전 아직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지만, 앞으로 겪을 감정이잖아요. 작품을 하면서, 나 역시 츠네오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영화는 워낙 감명 깊게 본 작품이었고, 소설을 안 본 상태여서 정말 '그 자체가 츠네오'였어요. 그래서 공감을 주고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아프게 한 게 아닐까요. 영화를 보고 소설도 봤는데 연극은 영화와 소설의 중간 정도인 것 같더라고요. 츠마부키 사토시가 영화를 보면서 츠네오의 감정을 느낀 것 같아, 저 역시 그러고 싶었어요. 아직 완벽하지 않은 것 같지만(웃음)."

서영주가 작품에 오르면서 느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주제를 떠올리기 때문에, 그가 다가간 지점이 궁금했다.

"사랑과 성장 얘기라고 생각해요. 츠네오가 쿠미코를 바라보는 시점. 사랑이 변했고, 떠났다는 것을 확실하게 바라보는 쿠미코에 대한 시점은 더 안타깝고 궁금한 것이 많을 것 같더라고요. 연극에서는 쿠미코의 입장으로 다가간 지점이 있어, 대사 역시 의미심장하더라고요."

츠네오로 분한 서영주, 조제를 만나다 지난 9월 7일, 서울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일본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츠네오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영주가 장면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 곽우신


이제 20살이 된 배우. 영화 <범죄소년> <뫼비우스> <밀정> <눈길>, 드라마 <황금무지개> <솔로몬의 위증> 등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수식어가 그의 이름을 장식했다. 하지만 어떠한 수식어로도 서영주를 수식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지닌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급급한 배우들과 달리 이 시점에서 연극을 선택한 그의 용기, 스타가 아닌 배우를 꿈꾸는 그의 도전이 입증하듯이.

"일 년에 한 번씩 연극을 할 계획이에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대본 받았을 때 보자마자. 영화 속 장면들이 생각났어요. 소설을 보고 더 알아보고 싶었고, 배우가 배운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부끄럽기도 한데, 항상 연기를 잘 할 수 없잖아요. 물론 항상 잘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정말 잘하는 배우'가 되니까요. 그래도 더 노력하고 싶고, 알아가고 싶어요. 모른다고 해서 그냥 '모르니까'라고 둘 수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작품이 너무 좋아요. 작품을 통해 성장하게 된 느낌이에요.

배우라면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모든 장르에 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은 아직 노래 실력이 부족해서, 도전할 수 없는 장르지만, 열심히 연습해 꼭 오를 것이고요. 연극을 통해 연기와 드라마를 보여주고. 가장 매력적인 곳은 무대라고 생각해요. 배우, 관객 모두에게 말이에요. 무대가 가진 힘은 정말 엄청난 것 같아요."

배우 서영주에게, 연극의 의미

츠네오로 분한 서영주, 조제를 만나다 지난 9월 7일, 서울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일본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츠네오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영주가 장면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 곽우신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작품에 대해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한 지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진지함'이 묻어난다. 역시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속을 꽉꽉 채워나가고 있었다.

"문화생활을 많이 하려고 해요. 영화, 연극도 많이 보려고 하고 책도 시간 날 때 보는 편이에요. 소설도 좋고 시도 참 좋아해요. 이정하의 '편지'를 최근에 봤는데, 옆에 내가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시를 눈으로 보는 것과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어떤 감정으로 썼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소설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 아서 밀러의 <시련>도 봤어요. 소설은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책으로 느끼게 해줘요. 그보다 좋은 게 어딨나 싶죠. 정말 재밌어요."

무대에 오르면서 매번 벅찬 가슴을 안고 있는 서영주. 그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더 마음을 '쾅' 울리는 대사는 과연 무엇일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조제니까" 그 대사요. 그때마다 다른 감정이 들어요. 극단적으로 보면, 조제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 하는 말인가? 싶다가도, 조제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표현을 할까,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하는 말 같아요. 단순하게 봤을 때, 너무 예쁘죠. 조제라는 이름도, 조제를 위해 책을 구해다 주면서 알게 된 이름이고, 특별하잖아요. 그래서 "조제니까"라는 대사가 제일 좋고, 마음도 먹먹해져요. 조제로서 바라봤을 때 맘이 아프고, '사랑하는 사람이 여깄다'라고 하는 거 같아 좋기도 해요."

서영주에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작품 이상이었다. 사랑에 대한 생각도, 앞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할 배우이자, 인간 서영주에게 크나큰 의미가 돼 버렸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앞으로 느껴야 할 내 감정들, 만날 사람들이에요. 나를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요.

아직은 사랑에 대한 이상을 꿈꿔요. 하지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자체로도 너무 아름다워요. 츠네오가 만약에 결혼을 하더라도 그때만큼 행복할까요? 종착점이 있다고 완성은 아닌 것 같아요. 연애에서 결혼으로 환승을 하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하는 것도 좋겠지만, 현재만 행복해도 완성이 아닐까요. 모두가 미래를 걱정하잖아요. 시작하니까 달려야 하고, 머물지 않게 잘하고 싶고요. 음 앞서 작품을 하면서 바뀐 점이 없다고 했는데, 바뀐 거 같아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달까요. (웃음)"

ⓒ 벨라뮤즈


자투리 일문일답
- 연극 무대에 서면서 영향을 준 배우가 있다면요?
"전박찬 배우. 정말 연기를 소중하게 하는 분이에요.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죠. 그 형 덕분에 버텨나갈 수 있었고. 저도 연극, 작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전박찬 형은, 정말 캐릭터를 잘 살리고, 대사할 때도 어떤 의미인지 다 들려요. 나도 연극할 때 형처럼 소중하게 하고 싶어요. 무대에서 배우가 행복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형이 그렇죠. 그 감정을 토대로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 츠네오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츠네오는 나쁜 사람일 수도 있지만, 무대에 서는 입장에서 츠네오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정직하고 감정에 솔직한, 사랑 앞에서 용감한 사람이에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서영주 츠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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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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