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민병헌

롯데 민병헌 ⓒ 롯데 자이언츠


무성했던 소문이 결국 사실이 됐다. FA 시장 개막 후 '부산행' 루머가 돌았던 민병헌의 롯데 이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지난 11월 28일 롯데는 두산 소속이었던 FA 외야수 민병헌과 4년 80억의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민병헌과 계약을 맺기 이틀 전인 26일, 팀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을 4년 98억에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민병헌의 롯데행 소문에 대해 외야수에 이미 100억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던 롯데가 포지션이 겹치는 민병헌을 영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었다.

틀린 지적은 아니었다. 두산시절 민병헌의 주요 포지션은 우익수로 손아섭과 위치가 겹친다. 물론 중견수부터 외야 전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민병헌이지만 롯데 역시 외야 자원이 부족한 팀은 아니다.

올시즌 주전 중견수 전준우를 비롯해 김문호,박헌도,나경민 등 저마다 특색있는 외야수들로 1군 외야를 구성했었다. 황재균의 이탈 이후 헐거워진 내야에 비하면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선수 구성을 갖춘 것이 롯데 외야였다.

※ 롯데 민병헌의 최근 6시즌 주요 기록
 롯데 민병헌의 최근 6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롯데 민병헌의 최근 6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그런데 왜 롯데는 80억의 거액을 들여 민병헌을 영입했을까? 민병헌은 분명 뛰어난 선수지만 이 계약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손아섭과 중복되는 투자라는 지적과 함께 리그 최상위권 성적을 내본 적이 없는 민병헌에게 4년 80억 계약은 오버페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민병헌의 홈/원정별 기록을 살펴보면 롯데가 그를 선택한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최근 3시즌 간 민병헌은 홈보다 원정에서 월등한 타격 기록을 냈다. 특히나 장타 생산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2년간 민병헌은 원정경기에서만 두자릿수 홈런을 터뜨렸지만 홈에서는 2년 동안 5개의 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원정에서는 5할을 훌쩍 넘는 장타율을 기록하며 장타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지만 홈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 최근 3시즌 민병헌 홈/원정별 주요기록 비교

 최근 3년간 민병헌 홈/원정별 주요 기록(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최근 3년간 민병헌 홈/원정별 주요 기록(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그 이유는 그간 민병헌의 홈구장이 잠실구장이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어지간한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도 잠실에서는 플라이 아웃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민병헌은 홈에서는 주로 컨택 위주의 간결한 스윙을 보이지만 원정 구장에서는 장타를 노리는 스윙으로 1할 가까이 높은 장타율을 기록했다.

민병헌이 새로 쓰게될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은 상대적으로 좁은 편에 속한다. 최근 2년간 원정 구장에서만 두자릿수 홈런을 뽑아냈던 민병헌은 '탈잠실 효과'가 기대되는 타자다.

실제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던 홍성흔과 최준석은 홈구장이 바뀐 이후 장타력이 상당폭 상승했다. 롯데는 내년 시즌 민병헌에게 한 층 더 높은 레벨의 타격 성적을 충분히 기대할만 하다.

롯데가 민병헌에게 바라는 것은 탈잠실로 인한 장타력 상승 효과 뿐이 아니다. 롯데는 민병헌이 두산에서 쌓은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을 팀에 전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경찰청 제대 이후 2013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던 민병헌은 이후 5시즌 동안 4번의 한국시리즈 무대를 경험했다.

두산은 이 시기동안 2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유달리 강세를 보였던 두산이 시리즈에서 패한 것은 2013년 삼성과 올해 KIA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준 것 뿐이었다.

올시즌 롯데는 5년만에 가을무대에 나섰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NC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 앉고 말았다. 5차전까지 가며 백중세의 승부였지만 경험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오랜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롯데는 시리즈 동안 경직된 모습이었고 연속해서 가을 무대를 밟았던 NC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최근 2개의 우승반지를 낀 민병헌이 팀에 '가을 DNA'를 심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시리즈만 6회를 경험한 민병헌의 풍부한 경험은 롯데 선수단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주전포수 강민호를 잃었지만 통 큰 투자로 전력 유출을 최소화한 롯데는 가을야구에서 올해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새롭게 유니폼을 바꿔 입은 민병헌이 '탈잠실 효과'에 힘입어 2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리고 '가을 DNA'를 롯데 선수단에 전파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다면 민병헌 계약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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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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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야구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그런데 다스는 누구 겁니까?
프로야구 KBO 롯데 민병헌 8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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