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KB스타즈를 제물로 4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신기성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14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WKBL) 5라운드 KB스타즈와의 원정경기에서 68-64로 승리했다.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이 23득점 9리바운드4어시스트로 신한은행의 승리를 이끌었고 '토종 에이스' 김단비도 13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5스틸 2블록슛으로 다재다능한 활약을 펼쳤다.

사실 이날 KB는 득점 2위(20.47점), 리바운드 3위(11.16개)에 올라 있는 외국인 선수 다미리스 단타스가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다. 이 때문에 30대 중반의 모니크 커리가 단 1초도 쉬지 못하는 풀타임 강행군을 펼쳐야 했다. 하지만 단타스의 결장을 감안하더라도 9승11패의 신한은행이 15승5패의 KB를 잡은 것은 대단한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4연승을 달린 신한은행은 10승11패로 5할 승률에 임박하며 단독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초반 상승세 이어가지 못하고 7연패 수렁에 빠진 신한은행

 김단비가 아무리 다재다능한 만능선수라 해도 팀의 모든 부분을 책임질 수는 없다.

김단비가 아무리 다재다능한 만능선수라 해도 팀의 모든 부분을 책임질 수는 없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신한은행은 비시즌 동안 FA 자격을 얻었던 김단비를 연봉 2억5천만 원에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김단비가 신한은행 내에서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비중을 생각하면 신한은행은 오프시즌 동안 가장 큰 숙제를 해결한 셈이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한 쏜튼은 이미 지난 시즌 KEB하나은행에서 활약하며 득점력을 검증 받은 선수이고 188cm의 신장을 가진 르샨다 그레이 역시 골밑을 사수해 줄 수 있는 좋은 빅맨 자원이었다.

2017-2018 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신한은행은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 위비를 꺽으며 상쾌한 출발을 알렸다. 물론 우리은행이 갑작스런 외국인 선수 교체로 전력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지난 시즌 33승2패로 역대 한 시즌 최고 승률 기록을 갈아치운 우리은행을 개막전에서 꺾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신한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우리은행의 개막 14연승을 좌절시킨 바 있다).

시즌 개막 후 10경기 동안 6승4패를 기록한 신한은행은 KB와 우리은행에 이어 3위권을 형성하며 중상위권을 주도했다. 김연주의 외곽슛 감각이 다소 기복을 보였지만 막강한 프런트코트를 앞세워 세 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복귀가 어렵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달콤한 꿈은 3라운드부터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3라운드 첫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주얼 로이드가 부상으로 빠진 KDB생명 위너스에게 49-63으로 덜미를 잡힌 신한은행은 그 경기를 시작으로 내리 7연패를 당하며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물론 연패 기간 동안 '양강' 우리은행과 KB스타즈를 각각 두 차례씩 만났을 정도로 일정이 지나치게 사나웠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6개구단으로 운영되는 WKBL에서 7연패는 플레이오프에 도전하는 팀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일단 경기를 이끌어 갈 만한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없다 보니 에이스 김단비에게 경기 운영을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부담이 더해진 김단비의 슈팅감각 저하로 이어졌다. 김연주의 컨디션이 지난 시즌 같지 않은 상황에서 김단비마저 흔들리면 사실상 신한은행의 외곽슛은 거의 기대를 하기 힘들다. 그나마 김아름이 좋은 슛감을 유지했지만 김아름은 시즌 평균 출전 시간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식스맨 자원이다.

연패와 연승 반복하고 있는 '도깨비팀' 신한은행

 신한은행의 주득점원 쏜튼은 코트 위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해주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득점원 쏜튼은 코트 위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해주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WKBL은 트레이드가 활발한 리그가 아니다. 그것도 전력을 단숨에 끌어 올릴 수 있는 주전급 선수들 간의 시즌 중 거래는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활약이 나쁘지 않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 함부로 위험한 모험을 걸어볼 수도 없는 상황. 결국 신한은행으로서는 현재 가지고 있는 전력으로 더 열심히 뛰면서 반전의 기회를 엿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신한은행은 7연패 기간 도중에도 마냥 패배감에 빠져 있지 않고 부진을 탈출할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지난 4일 하나은행전에서 82-65로 승리하며 지긋지긋한 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연패탈출의 감격(?)은 신한은행 선수들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신한은행은 14일 KB전까지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나아진 경기력은 연승 기간 동안 에이스 김단비의 성적 변화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 골밑을 맡기고 득점과 경기 조립에 집중한 김단비는 연승기간 동안 14.8득점3.5리바운드4.8어시스트3스틸을 기록하며 신한은행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쏜튼의 출전시간을 덜어주는 역할에 그치던 그레이가 골밑에서 자신감을 되찾으며 적극적으로 득점과 리바운드에 가담하고 있는 부분도 대단히 고무적이다.

14일 KB와의 원정경기는 코트에서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여준 신한은행 선수들의 근성으로 얻어낸 승리였다. 신한은행은 KB의 센터 박지수(23득점19리바운드)에게 어느 정도 실점을 하더라도 적극적인 수비로 KB의 나머지 선수들을 압박하며 12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KB에게 14개의 턴오버를 유도했다. KB의 스틸이 3개, 신한은행의 턴오버가 6개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신한은행 선수들이 40분 동안 얼마나 부지런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였는지 알 수 있다.

4연승을 달린 신한은행은 오는 18일 KDB생명, 21일 하나은행과 홈경기를 치른다. 경기 일정상 6연승까지도 가능한 대진운이다. 물론 이번 시즌의 신한은행은 개막 후 3연패와 3연승, 7연패와 4연승을 반복하고 있는 종잡을 수 없는 '도깨비팀'이라 섣불리 미래를 전망할 수는 없다. 하지만 4연승 기간에 보여준 투지와 경기력을 남은 시즌에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신한은행의 봄농구 복귀도 가까이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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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2017-2018 시즌 신한은행 에스버드 김단비 카일라 쏜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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