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들 전체 사진 전체 수상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수상자들 전체 사진 전체 수상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스포츠서울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한파의 절정 속에서 지난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을 찾았다. 매서운 칼바람에 날은 추웠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식전부터 돗자리를 펴고 앉은 학생들은 직접 만든 응원 도구와 예쁜 고품질의 사진을 팔기 바빴고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 브로마이드, 야광봉으로 몸을 감싼 이들도 많았다.

돋보이는 건 연령대였다. 딸의 사진을 찍어주는 아버지, 여러 명의 조카를 이끄는 삼촌, 간식거리를 잔뜩 챙겨온 중년층의 여성들까지. 많은 세대가 시상식장을 찾았다. 심심찮게 들리는 '익스큐즈 미'란 목소리를 좇으니 다국적의 외국인 또한 만날 수 있었다. 인종, 세대, 연령을 아우르는 K팝의 위력이 느껴졌다. 그 열기에 날씨는 문젯거리가 아니었다.

 시상식이 시작 되기 전 무대 사진

시상식이 시작 되기 전 무대 사진 ⓒ 박수진


무대를 데울 짧은 식전 공연 이후 7시에 딱 맞춰 시상이 진행됐다. 흐름은 깔끔하고 칼 같았으며 감기는 태엽처럼 장단이 맞았다. "오신 분들에게는 무조건 상을 드리죠"란 MC 신동엽의 말처럼 호명된 뮤지션들을 저마다 트로피를 손에 쥐고 무대를 오르내리기 바빴다. 그중 총 12팀에 부여된 '본상'은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게 수상의 가치를 나눴다.

별다른 소개 없이 수상 이후 바로 이어지는 무대 역시 '치고 빠지기'가 다반사였다. 생방송인 만큼 엄격한 시간 준수가 필요했겠지만 당시 관객과 뮤지션 사이의 적절한 대화와 소통이 있었다면 조금 더 풍성한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음악 방송과 다를 바 없이 펼쳐지는 정형화된 공연과 기계처럼 전달되는 상들은 '상을 위한 상', '시상을 위한 시상'은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수상 하고 있는 아이엠낫 올해의 밴드상을 수상한 아이엠낫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수상 하고 있는 아이엠낫 올해의 밴드상을 수상한 아이엠낫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스포츠서울


원로 가수부터 인디 밴드까지, 풍성했던 음악축제

그래도 발전하고 있는 듯했다. 제작자, 심사위원 특별상을 통해 원로 가수 챙기기도 잊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밴드상을 유일하게 제정하는 등 음악계 전반에 시선을 두었다. 방탄소년단의 제작자이자 올해의 제작자 부분 수상자인 방시혁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는 장내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이어졌다. 밴드 부분의 트로피를 거머쥔 인디 그룹 아이엠낫 역시 수상과 공연을 통해 두 차례 무대에 서며 더 많은 대중에게 존재를 알렸다.

울림으로 가득 찼던 장내에 어둠이 내려앉고 커다란 화면에 고인이 된 뮤지션들의 이름과 그들의 생전 목소리가 퍼졌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로 1950~60년대 인기몰이를 했던 나애심과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포크신의 대부 조동진을 시작으로 작곡가 정원영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얼마 전 세상을 뜬 그룹 샤이니 멤버였던 고(故) 종현의 사진이 화면에 나오자 아이돌이 지배하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비장함이 흘렀다. "무대에서 볼 수는 없지만 음악은 우리 곁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MC의 말처럼 여전히 그를 기억할 팬들의 마음에 샤이니의 응원봉이 유독 파란빛을 내며 반짝였다.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대상의 영광은 방탄소년단에게 돌아갔다.

▲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대상의 영광은 방탄소년단에게 돌아갔다. ⓒ 스포츠서울


올해의 대상은 방탄소년단에게 돌아갔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를 비롯하여 국내외 음원 차트까지 바쁘게 오갔던 그들은 MAMA, 멜론 뮤직어워드, 골든 디스크에 이어 이번 서울가요대상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로써 소년들의 방탄은 또 한 겹 두꺼워졌다. "저희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아미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차분하게 정돈된 감사 인사에 우레와 같은 함성과 고성이 이어졌다.

저마다 각자 응원하는 뮤지션의 굿즈를 손에 쥔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시상의 마지막을 즐겼다. 돌아선 사람들은 없었다. 대중의 곁을 함께한 가수가 무대에 오르면 함께 즐겼고 내 가수이면 조금 더 신나게 즐길 뿐이었다. 깨끗하게 치워진 화장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던 흡연실, 꼼꼼하게 나눠놓은 좌석 배치까지 3시간 남짓 시상식을 관람하는 데 걸림돌은 없었다.

이로써 한국대중음악상을 제외하고 작년과 연을 맺은 주요 음악 시상식이 모두 마무리됐다. 유독 다사다난했던 2017년. 그럼에도 우리를 달래준 노래 속에서 마음껏 보고 즐긴 시간이었다. 큰 무대와 많은 가수들 그리고 팬들이 함께했던 시간. 내년에는 이 거대한 파급력의 어울림 판이 좀 더 부드러운 호흡으로 여유롭게 흐를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워너원 가요대상 하이원 하이원가요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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