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용관 부산영화제 신임 이사장 ⓒ 유성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신임 이사장으로 부산국제영화제(아래 BIFF)에 돌아온다. 박근혜 정권과 갈등을 겪다 지난 2016년 2월 임기 만료로 집행위원장에서 자동 해촉된 지 2년 만의 복귀이다.

31일 오전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2018년 BIFF 제1차 임시총회에서 참가자들은 압도적 찬성으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집행위원장은 전양준 BIFF 부집행위원장이 맡게 됐다. 이용관 이사장의 임기는 4년, 전양준 집행위원장의 임기는 3년으로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한 이날 임시총회는 약 한 시간가량의 협의 끝에 두 사람의 복귀를 전격 결정했다. 임시의장을 맡았던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은 임시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의 선임 소식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춘연 이사장은 "문제가 <다이빙벨> 상영으로 불거졌잖나"라면서 "최소한 그 전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정상화라는 데 의견을 통일했고, 그 결과가 오늘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선출로 나왔다"고 말했다.

"표결까지 가는 과정 끝에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바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컸다"고 이춘연 이사장은 설명했다.

대법 벌금형 판결 있었지만 자격에 문제 없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인정한 대법원의 벌금형 유죄 판결이 이용관 이사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지만 큰 고려 대상은 아니었다. 앞서 부산시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이 위원장 등 BIFF 관계자 3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대법원은 지난 24일 벌금형을 확정됐다.

이춘연 이사장은 "사건 자체가 정치적인 외압, 정치적 압력, 탄압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했다"면서 "부당한 재판을 받은 사람이 돌아와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동시에 임시총회 측은 두 사람의 복귀에 법적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BIFF는 정관에 대한 로펌의 유권 해석을 통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를 거쳤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제1차 임시총회가 31일 오후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이번 임시총회에서는 이용관 전 BIFF 집행위원장을 새로운 조직위원장으로, 전양준 전 BIFF 부집행위원장을 신임 집행위원장에 임명했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제1차 임시총회가 31일 오후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이번 임시총회에서는 이용관 전 BIFF 집행위원장을 새로운 이사장으로, 전양준 전 BIFF 부집행위원장을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했다. ⓒ 정민규


실제 BIFF 정관은 제12조 임원 해임에 대한 규정에서 ▲ 법인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 임원 간의 분쟁, 회계 부정 또는 현저한 부당행위 ▲ 법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의 경우 총회 의결을 통해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해임에 대한 규정이고 위촉에 대해서는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해임 규정 역시 '해임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이 당연 규정은 아니다. 다만 이 이사장은 신임 임원의 제한 규정을 정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향후 개정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상화의 첫걸음"... 기대감 드러낸 영화계

영화계는 이용관 이사장의 복귀가 BIFF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를 안고 있다. 이춘연 이사장도 "탄압을 받은 사람이 돌아오는 게 정상화의 첫걸음"이라며 "많은 비전과 발전 방향을 갖고 더 잘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부산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이후 BIFF와 이용관 이사장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이후 임기 만료를 통한 자동 해촉이란 방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부산시는 당시 집행위원장이던 이용관 이사장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할 마지막 정기 총회를 보류시키며 사실상 해촉을 끌어냈다.

이를 두고 영화계에서는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이용관 이사장을 불편하게 바라보던 부산시가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영화인들의 보이콧과 상영 거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BIFF는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제22회 BIFF를 끝으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사퇴하며 3개월 넘게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두 자리 모두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지난해 11월 임시 이사회에서 인사추천위 구성에 합의한 BIFF는 올해 초까지 공개 추천을 진행해왔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