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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는 '글발' 없는 라디오 방송작가 송그림(김소현 분)과 사는 게 재미 없는 톱 배우 지수호(윤두준 분)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지난 1월 29일 시작한 이 드라마는 지금까지 총 4회분이 방송됐으며, 서브 작가였던 송그림이 '지수호를 DJ로 영입하면 메인 작가를 시켜준다'는 담당 PD의 제안을 받고 갖은 고생을 한 끝에 결국 지수호 설득에 성공한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악연과 인연이 회상 장면을 통해 소개됐다. 송그림이 라디오 방송작가를 꿈꾸게 된 사연부터 지수호가 수면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 원인, 라디오 방송국의 일상 풍경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 라디오 방송 시스템에서 '을 중 을'인 방송작가들의 위상과 열악한 업무 현실 등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됐다.

방송작가의 열악한 처우, 현실적인 묘사

지금까지 방송분에서 필자가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방송작가에 대한 묘사였다. 각종 언론 매체 보도를 통해 익히 접해왔던 이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드라마에서 방송작가는 단순히 글만 쓰면 되는 직업이 아니다.

라디오 방송국 시스템은 작가들에게 글과 아이디어 그리고 취재뿐만 아니라 각종 섭외, DJ 및 게스트 관리까지 요구한다. 그뿐인가. 서브 작가로 불리는 사람들은 잔업이 일상인 데다 시스템 내부 서열에 따라 '왕작가'나 PD들의 '욕받이'가 되기 일쑤고 '막내'로 불리는 이들은 '빵 셔틀' 같은 허드렛일까지 감수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각종 섭외와 DJ 및 게스트 관리는 방송작가보다는 매니저나 코디네이터로 불리는 직군이 담당해야 할 일이다. 팀 안에 이런 직군이 없다면 AD가 담당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작가가 호칭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일까지 담당하게 된 이유가 뭘까? 물론 방송국 비용 절감 차원에서 생긴 일로 보이지만,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이건 방송작가, 특히 서브 작가로 불리는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즉,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일부 직군을 없앤다고 해서 해당 업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누군가 그 일을 떠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방송작가들이 이를 떠맡는다고 해서 방송국이 보수를 특별히 더 챙겨주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이 드라마에서 서브 작가 송그림은 월급으로 120만 원을 받았다. 다시 말하면 그가 맡은 모든 업무가 120만 원어치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합당한 계산법에서 나온 결과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그림은 자신이 사랑해 마지 않는 라디오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정받는 작가가 된 다음 따뜻한 글을 써서 청취자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라디오가 진심을 주고받는 매체라고 믿는 인물이다.

진심이 담긴 매체 라디오, 진심을 담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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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라디오를 바라보는 이 드라마의 기본적인 시선은 어떤 것일까? 이 사랑 이야기에는 지금 시대 라디오를 정의하는 다양한 시선이 담겨 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벌이도 이슈도 되지 않는 라디오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또 '높은 청취율과 광고 완판을 빼면 뭐가 남느냐'는 라디오 방송국 간부의 고민이 나오는가 하면, 이에 대해 '의미와 감동이 남는다'고 대답하는 PD도 있다.

이 드라마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시놉시스를 보면 "'진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나와 있다. 그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이 드라마가 결국 진심에 대해 이야기해왔다고 생각한다. 당장 두 주인공이 처해 있는 녹록지 않은 현실 자체가 진심과 무관하지 않다.

'쇼윈도 패밀리' 일원으로서 가짜 웃음을 지으면서 살아온 지수호는 자신의 본래 모습과 감정을 숨기고 살아야 한다는 스트레스 덕분에 우울증에 걸렸다. 송그림도 지수호 못지않다. 라디오 방송작가가 되겠다는 열망 때문에 각종 '갑질'을 당하면서도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하고 버텨온 그는,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만만한 존재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온 에어(on air)'의 주역으로서 당당하게 서기를 열망하는 라디오 방송작가 송그림과, 끝없이 가짜 인생을 연기하는 자신에게 누구라도 '컷(cut)'을 외쳐주기를 갈망하는 배우 지수호의 사랑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 드라마는 자의 반 타의 반 꾸며진 모습으로 살아온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자신들의 진짜 모습을 회복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리고 중심 소재인 라디오 방송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두 주인공의 변화를 견인하는 중요한 매개로 활용될 듯하다. 그 과정에서 라디오 방송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또한 그 방식이 라디오 방송의 어떤 특성을 드러내고 부각시킬지, 그 양상을 지켜보는 일은 앞으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얻게 될 주요 즐거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라디오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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