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아넨코 표도르, 미르코 크로캅, 안드레이 알롭스키, 케인 벨라스케즈,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알리스타 오브레임 등등 MMA 헤비급은 역사가 쌓인 만큼 전설적 파이터들도 상당수 배출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강함을 넘어 자신만의 캐릭터를 통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헤비급에서 엄청난 포스를 뿜어냈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이들 역시 제각각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표도르는 헤비급답지 않게 빠르고 위기관리 능력이 좋았지만 사이즈가 작았다. 맷집도 평범한 수준이었다. 한창 표도르가 맹위를 떨칠 때도 팬들이 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던 이유이기도하다.

벨라스케즈같은 경우 엄청난 체력을 겸비한 최고의 돌격형 레슬러였다. 5라운드 내내 테이크다운 시도와 더티복싱이 가능한 무한압박을 헤비급에서 펼쳐 보인 괴물중의 괴물이다. 하지만 헤비급치고 작은 신장은 아쉬움이 남았고 결국 사이즈를 겸비한 베우둠에게 참패를 당한다.

그 외… 도스 산토스는 공격 옵션의 대부분이 펀치에 집중된 펀처스타일이었으며 알롭스키, 오브레임은 테크닉은 좋았으나 맷집이 약해 경기를 잘 풀어나가다가도 한방을 잘못 허용해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파이터라도 한 두가지의 단점은 모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의 미오치치는 UFC 헤비급에서 적수를 찾기가 힘들 뿐더러 뚜렷한 약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의 미오치치는 UFC 헤비급에서 적수를 찾기가 힘들 뿐더러 뚜렷한 약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 UFC


최고의 밸런스,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현 UFC 헤비급 챔피언 '스톤 콜드' 스티페 미오치치(36·미국)는 딱히 어느 한쪽에서 약점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격, 레슬링을 모두 겸비한 데다 사이즈(193cm), 맷집, 체력 등 타고난 조건 역시 아주 좋다. 그야말로 흠 잡을 데 없는 밸런스다.

이렇듯 가진 패가 많다보니 미오치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와 경쟁이 가능하다. 맷집이 약한 테크니션은 육체적 강함을 살려 힘과 내구력으로 부숴버린다. 타격 위주의 선수는 레슬링을 섞어 경기 리듬을 깨트려버리고, 그라운드가 위협적인 선수는 테이크다운을 막아내며 타격으로 마무리 짓는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 자신을 능가하는 맷집과 힘을 갖춘 '포식자' 프란시스 은가누(31·카메룬)와 맞붙었으나 이번에는 상대의 투박함을 노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이렇듯 미오치치는 어떤 유형과 맞붙어도 철저하게 약한 구석 공략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역대 헤비급선수 중 가장 밸런스가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격언처럼 언젠가 약점이 드러나거나 만들어질 수도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언터처블'급 포스를 뽐내고 있다.

다소 과묵한 성격으로 인해 실력에 비해 인기는 높지 않은 편이지만 기량 하나만큼은 헤비급 역대 최강자에 이름을 올려도 손색없는 파이터다.

약점을 파악하고 철저히 공략한다!

2014년 1월 UFC on Fox 10에서 있었던 가브리엘 '나파오' 곤자가(39·브라질)전에서는 멈추지 않는 앞손 잽이 빛났다. 이날 경기에서는 미오치치의 앞손 잽이 인상적이었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서서히 곤자가를 침몰시켜갔다. 아니 단순한 가랑비로 보기에는 너무 묵직하고 위협적이었다.

익히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곤자가의 초반 화력은 상당하다. 과거 랜디 커투어(55·미국)와의 경기에서 가드를 했음에도 그의 팔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혔을 정도다.

당시 경기에서 곤자가의 묵직한 로우킥이 연신 들어갔으나 미오치치는 개의치 않고 압박을 감행했다. 주짓수에 능한 곤자가가 순간적으로 뒤를 잡고 테이크다운을 시도했지만 이내 순발력과 힘으로 뿌리쳤다. 곤자가도 만만치는 않았다. 미오치치의 킥 타이밍에서 펀치 카운터를 노리고 타이밍 태클까지 성공시켰다. 그러나 미오치치는 이내 뿌리치고 일어났다. 레슬링 실력도 좋지만 힘에서 밀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2라운드부터는 흐름이 바뀌어갔다. 곤자가의 태클을 날렵하게 막아냈고 짧지만 묵직한 펀치정타가 연신 들어갔다. 앞손 레프트를 짧게 치면서 뒷손 라이트를 계속 장전시켰다. 미오치치의 펀치력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 곤자가는 가드를 바싹 올리며 방어에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핑거글러브의 특성상 가드를 뚫고 들어가는 공격이 적지 않았다.

미오치치의 잽이 계속될수록 잔매는 쌓이고 곤자가의 충격은 누적되고 있었다. 곤자가의 얼굴은 일그러져갔다. 기회를 노려 크게 휘두르는 펀치나 태클 시도도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미오치치는 앞손 잽을 계속 넣어주면서 각을 만들어 뒷손을 쳐주고 바디블로우와 로우킥도 섞어줬다.

3라운드 들어 안되겠다 싶은 곤자가는 케이지로 밀려서 잽을 계속 맞기보다는 앞으로 밀고 들어가려 애썼다. 미오치치는 유연하게 백, 사이드 스탭을 활용하며 치고 빠지며 앞손 잽을 멈추지 않았다. 외려 마음이 급해진 곤자가의 허점을 노려 자신이 테이크다운까지 성공시킨다. 그 과정에서 서두르지 않고 탑 포지션에서 지속적으로 파운딩을 쳐주며 점수를 완벽하게 빼앗아버린다. 원숙한 경기 운영을 앞세운 미오치치의 만장일치 판정승이었다.

 UFC 헤비급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의 또 다른 직업은 소방관이다.

UFC 헤비급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의 또 다른 직업은 소방관이다. ⓒ 미오치치 인스타그램


상대에 따라 다른 패턴!

2012년 5월 UFC 146에서 있었던 셰인 델 로사리오(35·미국)와의 경기에서는 싸움꾼 기질이 돋보였다. 로사이어는 사우스포 자세에서 왼발 킥을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오치치는 일정한 펀치 거리를 유지하며 로사리어가 쉽사리 킥을 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압박을 하다가 묵직한 양훅을 휘두르고 다시 빠지기를 반복했다.

훅, 어퍼컷 등 날카로운 단발 혹은 연타로 로사리오의 공격 타이밍을 지워버렸다. 공격을 치고 사각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 로사리오는 공격 셋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오치치는 지속된 데미지에 로사리오가 지쳐갈 때 쯤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고 상위 포지션에서 날카로운 엘보우 파운딩을 거침없이 날려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얼굴이 피로 물든 로사리어는 강도를 서서히 높혀가는 미오치치의 전략적 폭격을 버틸 방법이 없었다.

2015년 5월 UFC 파이트 나이트 65에서 격돌한 하드펀처 마크 헌트(44·뉴질랜드)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미오치치는 공이 울리기 무섭게 초반부터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켜 헌트의 머릿속에 그라운드에 대한 부담감을 안겨줬다. 그리고는 리치의 장점을 살려 원거리에서 앞손 잽으로 견제를 하고 헌트가 파고들면 뒷손으로 카운터를 노렸다.

자신보다 훨씬 큰 데다 날렵하게 거리 싸움을 잘하고 테이크다운까지 섞어주는 공격형 레슬러 미오치치는 헌트 입장에서 최악의 상성이었다. 헌트가 펀치를 치려는 순간 긴 리치로 다리를 잡고 넘겨뜨리는 테이크다운 기술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헌트는 스탠딩 거리 싸움과 테이크다운의 이지선다형으로 압박하는 미오치치에게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일단 본인의 거리를 잡을 수가 없어 평소의 냉정하고 짧은 펀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른바 의미 없는 붕붕훅으로는 허공을 가르는 게 고작이었다. 기세가 산 미오치치는 클린치 상태에서 더티복싱까지 섞어주며 헌트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맷집 역시 헌트 못지않은지라 어쩌다 맞춘 짧은 공격 정도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돌주먹으로 그대로 돌려줬다. 헌트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UFC에서 치른 모든 경기를 통틀어 헌트가 가장 일방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완패한 경기였다. 말 그대로 '학살'이나 다름없었다.

앞선 경기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오치치는 신체적 능력이 최상급이면서 상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경기에 임하는 작전수행능력까지 좋다. 자신이 우세를 잡고 있다고 방심하는 법도 없고 공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미오치치 천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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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헤비급 챔피언 크로아티아 스티페 미오치치 미오캅 현직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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