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로마의 기적같은 4강 진출 소식을 알리고 있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페이지(uefa.com)

AS 로마의 기적같은 4강 진출 소식을 알리고 있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페이지(uefa.com) ⓒ 유럽축구연맹


1 더하기 3은 4라는 답이 나온다. 이 사실을 모르는 축구팬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그 상대가 FC 바르셀로나라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일을 로마의 자줏빛 전사들이 누구보다 용감하게 해냈다. 1년하고도 33일 전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을 상대로 6-1 승리를 거둔 FC 바르셀로나의 기적과도 겹치기에 축구장의 잊을 수 없는 명승부 역사를 또 하나 새긴 셈이다.

에우제비오 디 프란체스코 감독이 이끌고 있는 AS 로마(이탈리아)가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3시 45분 로마에 있는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벌어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홈 경기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두고 1, 2차전 합산 점수 4-4를 만들며 어웨이 골 우대 규정에 따라 기적처럼 4강에 올랐다.

'너희도 했는데 우리가 못 해낼 일 없어!'

홈 팀 AS로마는 지난 5일 캄프 누에서 열린 1차전 어웨이 경기에서 80분에 에딘 제코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자책골이 두 개나 포함된 1-4의 완패를 당하고 돌아왔다. 그 결과만으로도 4강에는 전통 강팀 FC 바르셀로나가 올라갈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5만6580명 로마 홈팬들은 디 프란체스코 감독과 선수들을 믿고 함성을 모으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후 6분 만에 기적의 싹이 텄다. 주장 완장을 찬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가 절묘하게 찔러준 공을 받은 에딘 제코가 몸 균형을 끝까지 유지하며 왼발 슛을 침착하게 차 넣은 것이다. 대역전 드라마를 꿈꾸며 그라운드에 들어온 로마 선수들은 이른 시간에 먼저 골을 넣었으니 3-0이라는 목표 점수판이 그리 멀어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선취골의 주인공 에딘 제코의 활약은 후반전 초반에도 이어졌다. 57분에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귀중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그를 따라잡던 바르셀로나의 센터백 헤라르드 피케가 제코의 손을 잡고 넘어지는 장면을 골문 바로 옆 추가 부심이 놓칠 리 없었다.

이 11미터 페널티킥 기회 앞에 주장 다니엘레 데 로시가 서서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데 로시는 물론 수많은 관중들도 마음을 모아 성공을 위해 기도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제 로마 선수들에게 필요한 골은 단 1골뿐이었다. 지난해 3월 9일 바르셀로나에 있는 캄프 누에서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파리 생 제르맹을 6-1로 이겼는데 1차전 0-4 패배를 뒤집은 것이어서 근래에 보기 드문 기적의 역전승(1, 2차전 합산 점수 6-5) 역사를 만든 바 있다. 그들은 더 놀라운 기적을 연출했으니 우리도 못할 것 없다는 확신이 로마 선수들의 눈가에 보이기 시작했다.

축구장의 새옹지마

지난 주 캄프 누에서 열린 1차전에서 로마의 핵심 두 선수가 뜻하지 않게도 자책골의 주인공으로 기록지에 적혔다. 분명히 의도한 것이 아니었기에 비난의 화살을 받을 이유는 없지만 마음 한 구석 찜찜한 기운은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주장 다니엘레 데 로시와 코스타스 마놀라스 두 선수였다.

그런데 이들 앞에 축구장의 새옹지마라는 말이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니엘레 데 로시는 에딘 제코의 선취골을 절묘한 전진 패스로 도왔고 에딘 제코가 얻은 페널티킥을 자신감 넘치는 오른발 슛으로 성공시키는 감격을 누린 것이다.

그 대열에 코스타스 마놀라스까지 합세했다. 82분, 교체 선수 센기즈 운더가 오른쪽 구석에서 올린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코스타스 마놀라스가 뛰어들며 기막히게 머리를 쓴 것이다. 짧게 날아오는 코너킥 공이 마놀라스의 머리에 맞고 방향이 바뀌며 FC 바르셀로나 골문 왼쪽 구석에 꽂혔다. 순발력 뛰어난 골키퍼 테어 슈테겐도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궤적이었다.

기적을 이룬 마놀라스는 그 감격을 수많은 로마 홈팬들과 나누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이 믿고 준비했던 바로 그 순간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 어웨이 경기 80분에 에딘 제코가 넣은 만회골이 그들을 4강으로 이끈 결승골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믿기 힘든 역전패의 순간을 견뎌야 했던 FC 바르셀로나는 상대를 너무 가볍게 본 대가를 뼈아프게 치렀다. 그들도 최소 1골이라도 넣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많은 축구팬들이 아는 FC 바르셀로나다운 축구를 펼치지 못한 것이다.

리오넬 메시의 왼발 슛(74분)은 AS 로마 골키퍼 알리송 베커의 정면으로 날아가 잡혔고, 메시의 패스를 받은 루이스 수아레스의 오른발 슛(90분)은 바로 앞 수비수의 다리에 막혔다. 후반전 추가 시간 종료 직전에 로마 골키퍼 알리송의 몸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향해 뎀벨레가 오른발 로빙 슛으로 진정한 극장 골을 노렸지만 공은 야속하게도 빈 골문 위를 살짝 넘어가 떨어지고 말았다.

이 마지막 순간은 지난 해 3월 9일 캄프 누의 추가 시간 종료 직전(90+5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FC 바르셀로나가 5-1로 그 경기를 끝낼 경우 합산 점수는 5-5가 되지만 1차전을 4-0으로 이긴 파리 생 제르맹이 어웨이 골 우대 규정에 따라 8강에 오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다 되어서 네이마르의 도움을 받은 세르지 로베르토의 절묘한 오른발 발리슛이 버저 비터처럼 빨려들어갔다. 합산 점수 6-5라는 기적의 결과가 FC 바르셀로나 선수들 앞에 놓인 것이다.

그로부터 398일 지난 오늘, FC 바르셀로나가 입장이 바뀐 역전패의 팀이 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다. 축구장의 새옹지마 앞에 누구도 장담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또 한 번 맞아떨어졌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결과(11일 오전 3시 45분, 스타디오 올림피코-로마)

★ AS 로마 3-0 FC 바르셀로나 [득점 : 에딘 제코(6분,도움-다니엘레 데 로시), 다니엘레 데 로시(58분,PK), 코스타스 마놀라스(82분,도움-센기즈 운더)]
- 1, 2차전 합산 점수 4-4, 어웨이 골 우대 규정에 따라 AS 로마 4강 진출!

★ 맨체스터 시티 1-2 리버풀 FC(에티하드 스타디움-맨체스터)
- 1, 2차전 합산 점수 5-1로 리버풀 FC 4강 진출!
축구 AS 로마 챔피언스리그 에딘 제코 FC 바르셀로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