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필, 데뷔 50주년!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차 한잔 할까요?>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조용필은 1968년 데뷔, 정규앨범만 19집 20개 앨범 등 비정규앨범을 포함해 50개에 달하는 음반과 수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조용필은 5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5월 19일), 광주(6월 2일), 의정부(6월 9일)에서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민
"제가 조용필씨에 대해 이렇게 쓴 기억이 있습니다. '대중가요 역사 속에 1위를 꼽으라면 조용필이다. 1이란 숫자는 그를 위해 영구결번으로 남겨 둬야할지도 모른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자간담회의 진행을 맡은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위의 말로 간담회 문을 열었다. 조용필을 바라보는 음악팬들의 시선은 아마 임진모 평론가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 조용필은 조금의 들뜸도, 조금의 과한 표현도 없이 간담회 내내 담담했다.
"저는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너무 행복합니다. 지난 반세기, 5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깊은 관심에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가왕의 첫 마디는 간결하고 차분했다.
"저는 사실 '선생님', '가왕' 이런 말들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려고 노래하고 음악한 거 아니거든요. 음악이 좋아서 한 것인데 그런 말들 들으면 저한테는 부담으로 옵니다."
자신을 치켜세우는 수많은 말들에 조용필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단지 노래가 좋아서 노래한 사람일 뿐이라는 정의, 딱 그 정도까지만 자신에게 허용하고 있었다. 이런 조용필의 의지(?)는 "50주년 기념 그런 걸 내가 왜 해야 하느냐"는 고집으로도 이어졌다. 오는 5월 시작하는 50주년 기념 투어 공연 < Thanks to you >의 연출자가 무대에 잠깐 올라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조용필씨가 말하길) '세계적으로 찾아봐도 그런 거(50주년 기념 공연) 한 가수가 없더라, 근데 내가 왜 그걸 해야 해?' 그랬다. 50주년을 이렇게 거대하게 챙기는 걸 극구 반대하셨다. 그렇지만 우리는 조용필을 조명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용필씨는) 표가 다 매진되면 '왜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까?' 되게 궁금해 하신다. '왜 표가 다 매진됐을까?' 아직도 이렇게 묻는다. 본인을 좋아해주시고 애쓰신 분들에게 깊게 감사하고 있고, 늘 두려움을 갖고 계신다고 말했다."
연출자는 고집을 부리는 조용필에게 "이건 조용필을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고 조용필의 음악을 처음부터 하나씩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하는 거"라고 설득했더니 그제야 겨우 "하겠다"고 허락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변 스태프들과 팬분께 감사를 표현하는 의미를 담고 싶다"고 해서 공연명이 < Thanks to you >가 됐다.
이런 에피소드는 화려한 것들과 명성에는 별 관심 없는 조용필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하다. 조용필의 관심은 음악에 밀도 있게 집중돼 있었다. 기록이니 뭐니 하는 것들도 관심밖이었다. 임진모 평론가는 "국내 최초 단일 앨범 백만 장 판매, 최초 누적앨범 천 만장 판매, 국내 가수 최초 미국 라디오시티홀 공연" 등 조용필의 기록들을 나열하며 "최고, 최초, 최다의 기록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조용필은 역시 덤덤하게 말했다.
"저는 정상이 뭔지 기록이 뭔지 잘 모릅니다. 오랫동안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거죠. 무엇을 위해서 제가 음악을 했고 그런 거는 전혀 없어요. 그냥 음악이 좋아서, 음악 듣는 걸 좋아하고 음악으로 감동받고 그래서 한 겁니다."
노력에 노력... 거장의 노력엔 끝이 없다
▲ 50년 조용필, "감사합니다"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차 한잔 할까요?>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조용필은 1968년 데뷔, 정규앨범만 19집 20개 앨범 등 비정규앨범을 포함해 50개에 달하는 음반과 수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조용필은 5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5월 19일), 광주(6월 2일), 의정부(6월 9일)에서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민
조용필은 "지금도 매일 음악을 듣는다"고 말했다. 요즘 나오는 젊은 아이돌의 신곡도 "당연히" 듣고 해외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 듣는다. 주로 유튜브를 통해 접하는데 그 가수의 공연 영상도 찾아본다고 말했다. 요즘 좋다고 생각한 가수를 묻는 질문엔 "음악적으로 좋다고 느낀 건 샹들리에를 부른 호주의 시아(Sia)"라고 답했다.
"이 가수가 좋다 싶으면 앨범으로 들어가서 발표한 곡들을 다 들어요. 이 사람이 어렸을 땐 어땠고 어떻게 음악적으로 변화해 가냐를 봅니다. 특히 코드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를 듣고 화음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중점적으로 듣습니다."
'바운스'처럼 젊은 감각의 노래를 할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다음처럼 답했다.
"제가 나이가 많아지고 몸도 늙고 하지만 음악적인 건, 음악을 듣는 걸 통해서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음악들을 들음으로써 젊은 감각을 찾아낼 수 있어요."
임진모 평론가가 '바운스' 열풍에 대해 극찬하자 조용필은 다음처럼 덧붙였다.
"제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딱 한 가지 생각한 건 있어요. 젊은이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으면 그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나를 기억할 수 있겠구나 하고요. 예를 들어 지금 15살이 나를 기억하면 앞으로 이 사람이 60~70년 동안 살면서 계속 나를 기억할 거니까요. 나와 맞는 젊은 노래를 계속 고민하다가 '바운스', '헬로'를 찾은 거예요."
조용필의 노력은 음악을 듣는 일 외에 신체적 자기관리로도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건 목소리 관리. 그는 "내 소리에서 어느 부분이 취약한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며 "나이가 들면 중저음의 힘이 떨어진다. 그래서 사무실 위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중저음 곡을 골라서 중저음만 집중적으로 연습한다"고 밝혔다.
젊은 외모의 대명사인 조용필의 '동안'도 거저 이뤄진 게 아니었다. 동안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조용필은 '소식'을 꼽았다. "간식은 전혀 하지 않고 아침은 꼭 먹고 점심도 조금이라도 먹고 저녁은 일찍 조금만 먹는다"고 말했다. "밤에 음악 듣느라고 12시, 1시가 되면 배가 고파서 배가 아픈데 그래도 참는다"고. 술을 좋아했지만 2000년 이후로는 줄여나갔고 2년 전부터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공연 스태프들이 찾아와서 난리 칠 때만" 조금 마신다.
방탄소년단, 엑소, 빅뱅... 유명한 이유 있어
▲ 땡큐! 조용필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차 한잔 할까요?>에서 가수 배철수와 아이유의 감사영상을 보며 엄지척을 하고 있다.
조용필은 1968년 데뷔, 정규앨범만 19집 20개 앨범 등 비정규앨범을 포함해 50개에 달하는 음반과 수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조용필은 5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5월 19일), 광주(6월 2일), 의정부(6월 9일)에서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민
▲ 땡큐! 조용필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차 한잔 할까요?>에서 가수 배철수와 아이유의 감사영상을 보며 엄지척을 하고 있다.
조용필은 1968년 데뷔, 정규앨범만 19집 20개 앨범 등 비정규앨범을 포함해 50개에 달하는 음반과 수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조용필은 5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5월 19일), 광주(6월 2일), 의정부(6월 9일)에서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민
나이가 음악을 구속하지 않게 부단히 노력하는 조용필에게 "요즘 후배들 중 누가 눈에 들어오는지" 물었다. 그는 다음처럼 말했다.
"현재 누가 유명하면 그 사람에게 뭔가가 있다는 거예요. 뭔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열광하는 것이고 많은 팬들이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방탄소년단, 엑소, 빅뱅 이런 그룹들의 노래를 다 들어보고 공연 영상도 유튜브로 봐요. 보면서 '그래 맞아' 하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잘한다든지 잘생겼다든지 하는 '매력'이 있어요. 사랑 받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조용필은 아이돌의 탁월한 비주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엔 "좋은 거 아닌가요?" 되물으며 "저는 지금 태어났으면 키도 작고 해서 비주얼로는 절대 가수가 못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양 공연 자책 많이 해... "최악의 몸으로 최선 다했다"
▲ 조용필, 50주년은 팬들 덕분!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차 한잔 할까요?>에서 질문에 답하며 음악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소짓고 있다.
조용필은 1968년 데뷔, 정규앨범만 19집 20개 앨범 등 비정규앨범을 포함해 50개에 달하는 음반과 수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조용필은 5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5월 19일), 광주(6월 2일), 의정부(6월 9일)에서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민
4월 초 공연을 위해 평양에 다녀온 이야기가 이어졌다. 북한에서 공연한 소감을 묻자 그는 "저 자신에 대해 자책을 많이 했고 안타까웠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습니다. 의료진도 따라 갔지만 잘 (컨트롤이) 되지 않아서 잘 먹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최악의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무대에 나갈 때 굉장히 어지러웠습니다."
조용필은 "옥류관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몸이 아파서 호텔 방에서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며 무척 아쉬워했다. 지난 2005년에도 북한에서 무대를 꾸민 조용필은 그때 만난 안내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는 호텔과 공연장밖에 못 다녔는데 이번에 가보니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그때 안내원 한 분이 이번에도 오셨는데 반가웠어요. 그때 계셨던 여자 분은 결혼을 해서 아이 놓고 잘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분이 오셨어요."
한 가지만 하는 성격... 올해는 신곡 못 낼 듯
▲ 조용필, 음악인생 50년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차 한잔 할까요?>에서 임진모 음악평론가와 함께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조용필은 1968년 데뷔, 정규앨범만 19집 20개 앨범 등 비정규앨범을 포함해 50개에 달하는 음반과 수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조용필은 5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5월 19일), 광주(6월 2일), 의정부(6월 9일)에서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민
공연 연출자는 조용필에 대해 "저희가 상상할 수 없는 디테일을 다 챙기고 있어서 이런 좋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용필 역시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며, 때문에 올해는 새 앨범을 못 낼 것 같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조용필은 "한 번 무엇에 꽂히면 다른 걸 못하고 그것만 하는 성격"이라며 앨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50주년 콘서트 준비를 하게 되면서 앨범 작업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바운스'가 담긴 19집 앨범 이후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솔직하게 덧붙였고, 이어 음악에 대한 철학도 차분하지만 거침없이 말했다.
"'그 나이 되면 인생에 관한 음악을 발표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하고 내게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럴 때 저는 속으로 '웃기고 있네' 해요. 음악은 음악 그 자체입니다. 인생에 대해 말하는 건 시인들이 문학 작품에서 하는 일이고 노래는 노래일 뿐이에요."
뮤지컬을 매우 좋아한다는 조용필은 언젠가 노래를 그만둔다면 프로듀서나 뮤지컬 제작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유행곡으로 뮤지컬을 만들 생각도 있다고. 그의 뮤지컬 열정은 대단했다. 보고 싶은 공연을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가서 한 달 동안 머물며 하나의 뮤지컬을 11번이나 보기도 했다. 하루는 조명만 집중적으로 보고, 하루는 음악만 집중적으로 듣는 식으로 말이다.
"죽을 때까지 배우다가 끝날 것 같아"
▲ 50년 조용필, 할아버지에서 손주까지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차 한잔 할까요?>에서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조용필은 1968년 데뷔, 정규앨범만 19집 20개 앨범 등 비정규앨범을 포함해 50개에 달하는 음반과 수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조용필은 5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5월 19일), 광주(6월 2일), 의정부(6월 9일)에서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민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조용필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다음처럼 말했다.
"저는 폐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그만뒀을 때 팬분들이) '평생을 저 사람 노래 들으면서 살아왔는데 저 사람이 그만두면 난 뭐야, 난 뭐가 되는 거야' 라고 생각하실까봐 이게 가장 두렵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좋아해준 분들이 실망하는 게 두렵고, 그래서 허락되는 날까지 노래를 할 것입니다."
5~6살 때 시골에서 하모니카 소리를 처음 듣고 '음악'이란 것에 눈을 떴다는 그는 새로운 표현들을 발견하고 배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50년을 돌아봤다. 그리고 "저는 계속 배우고 있고 죽을 때까지 배우다가 끝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가수로 살아온 50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 물음에 그는 주저없이 "공연했을 때 관객이 만족스러워하면 너무 행복하다"고 답했다. "관객이 즐거워하는 모습보다 행복한 건 없다"고.
"모든 직업이 자기가 만족해야 오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운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50년을 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저를 많이 사랑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내가 있었고 그래서 참 고맙습니다."
▲ 50년 조용필, 가왕의 감사 인사!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차 한잔 할까요?>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조용필은 1968년 데뷔, 정규앨범만 19집 20개 앨범 등 비정규앨범을 포함해 50개에 달하는 음반과 수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조용필은 5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5월 19일), 광주(6월 2일), 의정부(6월 9일)에서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