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경기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기.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경기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기.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6월 15일 오전 0시(이하 한국 시간)에 울리는 휘슬을 시작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들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A조 조별리그 1경기)을 시작으로 단 하나뿐인 FIFA컵 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해 32개국 대표팀이 치열한 경기를 시작했다.

첫 단추를 꿰는 만큼 월드컵 개막전에 대한 관심은 팬들에게 있어 자국 대표팀의 경기에 버금간다. 해외축구 경기를 많이 접하는 최근에 들어서는 국내 팬들도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 뿐만 아니라 각자가 관심있는 국가 대표팀들의 경기를 챙겨 볼 정도로 월드컵을 보는 안목은 많이 넓어진 상태다.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으로 시작되어 8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월드컵은 이번 러시아 대회가 역대 21번째 대회다. 제 2차 세계 대전(1939 ~ 1945)으로 인하여 1942년 대회가 열리지 못했고, 전후 처리 문제로 인해 1946년 대회도 열리지 못했지만, 이 2번을 제외하고는 4년 주기로 빠짐없이 열렸다.

월드컵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은 주로 개최국이나 디펜딩 챔피언 자격을 갖고 있던 국가들의 경기로 시작됐다. 조별리그 A조의 첫 경기를 개막전으로 하기 때문에 포트1에 배정된 국가들 중 A조에 고정되는 국가들이 개최국 또는 디펜딩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대한민국·일본 대회까지는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대회 본선에 자동 진출했지만, 그 혜택이 없어진 2006년 독일 대회부터는 개최국이 개막전을 치르는 것으로 고정됐다.

개최국 or 디펜딩 챔피언 위주의 개막전, 예외도 존재

첫 월드컵이었던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에서는 개최국 우루과이가 개막전을 치르지 않았다. 초대 FIFA 회장이었던 쥘 리메가 프랑스 사람이었기 때문에 FIFA는 예우 차원에서 프랑스의 첫 경기를 공식 개막전으로 정했고, 프랑스와 멕시코의 경기가 역대 첫 월드컵 경기가 됐다.

제 2회 대회인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은 모든 라운드가 토너먼트로 진행되었고, 각 토너먼트 라운드의 경기는 모두 같은 시간에 열렸다. 공식 개막전은 개최국 이탈리아와 미국의 경기였으며, 이탈리아는 모든 라운드를 승리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방법으로 열린 1938년 프랑스 월드컵의 개막전은 토너먼트 첫 경기인 독일과 스위스의 경기였다(경기 1-1 무승부, 재경기 2-4 스위스 승리).

제 4회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은 한국 시각으로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오전 3시에 시작되었고, 경기가 진행됨과 동시에 지구 반대편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이 대회에서는 다시 조별리그로 돌아갔으며 A조 1경기를 치른 개최국 브라질이 멕시코에 4-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브라질은 결승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루과이에게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마라카낭의 비극).

제 5회 월드컵은 특이한 조별리그 제도를 채택했다. 풀리그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대한민국은 같은 조였던 서독(현 독일의 전신)과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이 대회의 개막전은 개최국 스위스가 아닌 유고슬라비아와 프랑스의 경기로 치러졌다. 제 6회 스웨덴 월드컵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서독이 A조에 배정되어 공식 개막전을 치렀다.

7회 칠레 월드컵에서는 소련과 유고슬라비아가 A조에서 개막전을 치렀고, 여기서 승리한 소련은 8강까지 진출했다. 8회 잉글랜드 월드컵에서는 자칭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A조에서 개막전을 치렀으며, 개막전부터 순항한 잉글랜드는 유일한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8회 잉글랜드 월드컵(잉글랜드 0-0 우루과이)부터는 한동안 개최국이 공식 개막전을 치렀다. 9회 멕시코 월드컵(멕시코 0-0 소련), 10회 서독 월드컵(서독 1-0 칠레), 11회 아르헨티나 월드컵(아르헨티나 2-1 헝가리) 대회까지 개최국이 개막전을 치르며 이 4경기에서 개최국은 2승 2무로 선전했다.

12회 스페인 월드컵에서는 개최국 스페인이 E조에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C조에 배정되면서 공식 개막전은 A조에 배정된 이탈리아가 치렀다. 13회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다시 디펜딩 챔피언이 공식 개막전을 치렀다. 14회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개최국 이탈리아가 개막전을 치렀고 8강전까지 5승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4강전 승부차기 탈락).

15회 미국 월드컵에서도 개최국 미국이 개막전을 치렀다. 미국은 스위스와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이후 조 3위를 차지했으나 당시 24개국 시스템에서의 와일드 카드 규정(3위 6개국 중 승점 상위 4개국 16강 합류)에 의해 16강에 가까스로 합류할 수 있었다.

1998년부터 32개국 체제, 개최국 첫 경기 성적 역대 7승 3무 무패

이렇듯 역대 월드컵 개막전이 항상 개최국만 치르는 것은 아니었다. 개최국와 함께 본선 자동 진출권을 얻었던 디펜딩 챔피언들이 개막전을 치르는 사례도 있었고, 간혹 특수한 사연으로 제3국이 개막전을 치른 경우도 있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는 본선이 32개국 시스템이다(2026년 미국-캐나다-멕시코 대회부터 48개국 확대). 그리고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 대회까지는 디펜딩 챔피언에게 자동 진출권이 주어졌으며,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회부터는 개최국에게만 자동 진출권이 주어졌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회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브라질이 A조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렀고, 스코틀랜드에 2-1 승리를 거뒀다(2승 1패 A조 1위). 개최국 프랑스는 C조에서 시작했고, 월드컵 첫 출전국이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3-0 대승을 거뒀다(3전 전승). 디펜딩 챔피언 브라질과 개최국 프랑스가 결승전에서 맞붙었고, 개최국 프랑스의 3-0 승리로 프랑스가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 대회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A조에서 시작했으며, 개최국 대한민국과 일본이 각각 D조와 H조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공식 개막전을 치른 프랑스는 한때 자신들이 식민 통치했던 세네갈에게 0-1로 패했고, 결국 조별리그 무득점 탈락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희대의 굴욕을 당했다(무득점 1무 2패 최종 28위).

공동 개최국이었던 대한민국과 일본은 각각 첫 경기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먼저 경기를 치렀던 일본은 벨기에를 상대로 한때 역전했으나 2-2 무승부에 머물렀다. 밤 경기를 치른 대한민국은 폴란드에 2-0 승리를 거두며 본선 역사 48년 만에 최초 승리를 거뒀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각각 2승 1무 조 1위를 거두며 16강에 올랐다(대한민국 최종 4위, 일본 9위).

2006년부터는 개최국이 A조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르는 것으로 고정됐다. 개최국 독일은 개막전에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4-2 대승을 거두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고, 독일은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하여 16강전까지 4전 전승을 거뒀다.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와 승부차기로 4강 진출을 결정지은 독일은 이탈리아(우승)에게 패하며 3위를 기록했다.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열렸던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개최국 남아공이 멕시코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남아공은 2번째 경기인 우루과이에게 0-3으로 대패했다. 마지막 3번째 경기에서 프랑스에 2-1 승리를 거두며 개최국 무승 탈락의 굴욕은 면했지만, 남아공은 역대 개최국 중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한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개최국의 선전은 이어졌다. 브라질은 개막전에서 크로아티아에 3-1 승리를 거뒀고, 이후 멕시코와 0-0 무승부, 카메룬에 4-1 대승을 거두며 2승 1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16강전에서 칠레와 승부차기 혈투를 펼쳤고, 8강전에서는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지만, 핵심 플레이어였던 네이마르가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탈하는 비극을 겪었다. 그리고 4강전에서 독일(우승)에게 1-7로 대패하며 역대 개최국 중 희대의 비극을 겪게 됐다(미네이랑의 비극, 최종 4위).

 9일(한국시각) 오전 열린 독일과 브라질의 4강전이 끝났음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7-1로 대패한 브라질 선수 다비드 루이즈(오른쪽)와 단테가 경기장에 무릎을 꿇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9일(한국시각) 오전 열린 독일과 브라질의 4강전이 끝났음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7-1로 대패한 브라질 선수 다비드 루이즈(오른쪽)와 단테가 경기장에 무릎을 꿇고 있다. ⓒ EPA-연합뉴스


참가국 32개국 중 랭킹 31, 32위의 개막전... 개최국 러시아 5-0 대승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의 개막전 매치업은 앞에서 언급한대로 개최국 러시아와 A조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경기였다. 그런데 월드컵 개막전 치고 그 무게가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이번 참가국 32개국 중에서 러시아는 FIFA 랭킹 70위로 가장 낮고, 사우디가 67위로 그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꼴찌 왕중왕전인데, 역대 월드컵 개막전에서 꼴찌와 그 두 번째 팀이 개막전을 치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A조는 러시아와 사우디 이외에도 이집트와 우루과이가 함께 배정되어 있는데, 이들 중 월드컵 2회 우승 경력의 우루과이가 16강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았고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있는 이집트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그 다음으로 높았다.

그나마 러시아는 개최국의 이점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개최국들 중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는 2010년 남아공뿐이었으며, 개최국이 조별리그에서 최하위를 했던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 경기. 전반전 러시아 유리 가진스키가 선제골을 넣고 동료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 러시아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 경기. 전반전 러시아 유리 가진스키가 선제골을 넣고 동료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우디 대표팀은 1994년 미국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로는 3회 연속 조별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에서는 첫 경기에서 독일에 0-8로 대패한 것을 시작으로 하여 한 골도 넣지 못하고 12실점하며 32개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말았다. 2010년과 2014년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사우디는 이번에 12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에 한때 동유럽의 강호라 불렸다. 역대 최고 성적은 1966년 잉글랜드 대회로, 당시 북한(8강)에게도 승리하며 4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소련이 해체되는 1990년대에 들어와서 러시아는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990년, 1994년, 2002년, 2014년에 각각 4번의 대회에서 모두 조별리그 하위권으로 대회를 마쳤다.

꼴찌 왕중왕전이라 불릴 법도 했던 개막전이지만, 러시아와 사우디는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전력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그나마 승점을 확보하기 쉬운 경기였고, 이후 이집트나 우루과이를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두 팀 모두 승점 3점을 확보하기 위한 혈투를 펼쳤다.

그러나 개최국 러시아가 득점을 시작하면서 경기 분위기는 차차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갔다. 특히 전반전에 부상으로 인해 러시아는 예정에 없던 조기 교체를 단행해야 했는데, 이후 교체했던 선수들이 5골 중 3골을 책임질 정도로 신의 한 수가 된 교체가 많았다. 결국 러시아의 과감한 플레이에 눌린 사우디는 첫 경기부터 5점 차 대패를 당하며 2002년의 충격적인 8점 차 대패(당시 상대 팀 독일)가 생각날 정도로 큰 충격에 빠졌다.

알란 자고예프를 대신하여 투입된 데니스 체리셰프는 전반 43분에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러시아의 2번째 골을 작렬했다. 체리셰프는 후반전 추가시간에도 골을 추가하며 이 날 2득점으로 최고 수훈선수가 됐다. 체리셰프뿐만 아니라 후반에 교체 투입된 아르템 주바 역시 1득점 1도움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종료 직전에 프리킥으로 골을 넣은 알렉산드르 골로빈도 2도움을 기록하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러시아가 개막전에서 무려 5점 차 대승을 거두면서 A조의 판도까지 크게 영향을 미쳤다. 당초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우루과이(2회)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이집트가 다소 유리한 위치에서 러시아가 빈 틈을 노릴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오히려 러시아가 첫 경기부터 골 득실차 +5라는 엄청난 우위를 갖고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오히려 부담을 갖게 된 쪽은 이집트와 우루과이다. 한국 시각으로 15일 밤에 서로 경기를 치르는 이집트와 우루과이는 일단 첫 경기부터 양보할 수 없게 됐다.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위치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만나려면 가장 힘들 수도 있는 첫 경기부터 이기고 봐야 한다. 러시아의 대승 때문에 사우디를 상대로도 최대한 많은 득점을 올려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안고 시작하게 됐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경기 기록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홈 어드밴티지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개막전이었다. 개최국의 16강 진출 100% 확률은 2010년에 깨졌지만, 개최국의 첫 경기 무패 기록은 이어지게 됐다.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게 된 러시아가 소련 해체 이후 첫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러시아 월드컵 엠블럼 입장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에서 대형 엠블럼 현수막이 입장하고 있다.

▲ 러시아 월드컵 엠블럼 입장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에서 대형 엠블럼 현수막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2018러시아월드컵 월드컵개막전 역대개막전결과 역대개최국첫경기성적 역대개최국성적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