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경기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기.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경기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기.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시아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 무대에 복귀했지만 세계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 느낌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5일 오전 0시(아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개최국 러시아와 맞대결에서 0-5로 대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개최국 첫 경기 무패 역사를 깨기 위해 '맞불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허무하게 무너졌다.

사우디 아라비아처럼 12년 만에 본선 밟은 스웨덴, 하지만...

추가골 넣는 러시아 데니스 체리세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 경기. 전반전 러시아 데니스 체리세프가 사우디 수비를 뚫고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추가골 넣는 러시아 데니스 체리세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 경기. 전반전 러시아 데니스 체리세프가 사우디 수비를 뚫고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월드컵 본선 무대가 낯설었기 때문일까. 사우디아라비아는 허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평범한 전방 압박에 우왕좌왕하기 일쑤였고, 수비는 실수를 연발했다. 90분 동안 제대로 된 유효 슈팅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보인 화끈한 공격력은 자취를 감췄다.

할 말이 없는 완패. 전반 12분 러시아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 승부는 이미 갈린 것처럼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신들이 준비해온 것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했다. '이런 팀이 어떻게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라운드를 누빈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은 '경기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았을까 싶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을 지켜보며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첫 번째 상대인 스웨덴 역시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스웨덴도 본선 경험이 부족하다. 이런 약점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생긴다. 최종명단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같은 슈퍼스타가 없다는 점도 기대를 키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스웨덴은 완전히 다르다. 미안한 얘기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에 속해있기 때문에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지난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아시아에서조차 12년간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팀이기도 하다. 스웨덴이 아시아 소속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을 돌아보자

슛하는 살렘 알다와사리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 경기. 사우디 살렘 알다와사리가 슛을 하고 있다.

▲ 슛하는 살렘 알다와사리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 경기. 사우디 살렘 알다와사리가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냉정하게 봐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문전에서 슈팅을 시도하려는 선수를 향해 무려 두 명의 수비수가 태클을 시도했으나 볼을 빼앗지 못했다. 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평범한 압박에 짓눌려 백패스를 남발하고,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은 공을 전방으로 연결하지 못한다.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꿈꾸지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컸다. '뻥축구'만이 공격을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헛된 희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우리 대표팀은 16강 진출을 자신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세대가 주축이었고, 대진도 역대 최고였다. 우리의 조별리그 상대는 러시아와 알제리, 벨기에였다. 1차전 러시아전에서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승점 1점을 따내며 자신감은 확신이 됐다. 

당시 우리는 알제리를 경기 시작 전까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저 '당연히 이기는 상대'라 여겼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한국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전반전에만 3골을 내줬다. 수비는 연속된 실점에 완전히 붕괴됐다. 상대의 압박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중앙선을 넘어서는 것조차 힘겨웠다. 후방에서 긴 패스를 활용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열린 23일 오전(한국시간)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손흥민 등 선수들이 2대4로 완패한 후 허탈해하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열린 지난 2014년 6월 23일 오전(한국시간)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손흥민 등 선수들이 2-4로 완패한 후 허탈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도 그랬다. 우승 후보로도 손꼽히는 우루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모하메드 살라를 앞세운 이집트보다는 개최국 러시아가 만만하다고 봤을 것이다. 전반 10분까지,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가 선수들의 움직임에서 느껴졌다.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어차피 3패' 예상하는 차가운 시선, 잃을 것 없다는 각오로 뛰어야

교훈을 얻는다. 한국은 각오를 더욱 단단히 다져야 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갖되, 자만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완벽한 경기를 치르겠다'는 무리한 욕심보다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현실적인 목표가 필요하다. 지난 4년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불과 며칠 만에 바꿀 수는 없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최대한 살리고, 못하는 것은 숨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길뿐이다.

스웨덴은 4년 전 대한민국과 오늘의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자신감이 넘친다. 한국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한국은 당연히 이긴다'는 확신에 차 있다. 그들의 월드컵은 2차전 독일전부터 시작일 수 있다. 우리에게 고마운 일이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른 시간 실점 이후 빠르게 무너졌다. 러시아의 많이 뛰는 축구는 오랜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 도전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균열이 생겼고, 집요하게 팠다. 상대에게 일말의 희망도 주지 않기 위해 90분 내내 전력을 다했다. 결과는 5-0, 완벽한 승리였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현실에서 해답을 찾는다. 4년 전 알제리전을 기억하고, 헛된 희망을 경계하라. 백 마디의 말보다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스웨덴전만 바라보라. '어차피 3패'라면 잃을 것 없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만한 이는 잃을 것이 많다는 점을 활용하길.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마지막 훈련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훈련하고 있다.

▲ '오스트리아에서 마지막 훈련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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