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한국 시각) 새벽 러시아 소치에서 무릎 꿇기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그 주인공은 축구장 해트트릭 히어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이 소치에 있는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B조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 활약에 힘입어 3-3으로 비겼다.

130초 만에 페널티킥 얻어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알제리의 친선 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알제리의 친선 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명경기였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주말 새벽 3시에 열린 경기라 뜬 눈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토요일 새벽 그 보람이 환하게 밀려올 정도로 멋진 장면들이 펼쳐졌다.

축구의 모든 것이 훤히 다 보이는 33살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경기 시작 후 130초 만에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의 부드러운 스텝 오버 드리블이 스페인 페널티 지역 안으로 접어들어갈 때 나초의 다리에 걸렸고 지안루카 로키(이탈리아)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린 것이다.

호날두 소속 팀 레알 마드리드 CF의 동료 세르히오 라모스를 포함한 스페인 선수들은 주심에게 억울하다고 했지만 이의 신청은 기각됐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호날두는 뒤로 물러났다가 달려들며 오른발 인사이드 킥 방향을 오른쪽 구석으로 돌렸다. 알고도 막지 못할 정도로 옆그물 방향으로 빨려들어가는 완벽한 골이었다. 호날두의 첫 골 세리머니는 왼쪽 구석으로 달려가서 점프 후 관중들에게 등짝을 보여주는 특유의 것이었다.

포르투갈 상대 팀 스페인은 이 중요한 대회 직전에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중대사를 앞두고 지네딘 지단 감독이 떠난 레알 마드리드 CF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스페인 축구의 전설 페르난도 이에로가 급하게 스페인 감독 자리에 앉았지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스페인은 간판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가 24분과 55분에 인상적인 골을 터뜨리며 자존심을 지켰다. 58분에는 오른쪽 풀백 나초가 경기 초반 페널티킥을 내줄 때 반칙한 것을 만회하는 기막힌 오른발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오른발 깎아치기 발리 슛이 포르투갈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간 것이다.

호날두의 멋진 세리머니

페널티킥 선취골 주인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전반전 종료 직전인 44분에 동료 곤살루 게데스의 패스를 받아 기습적인 왼발 슛을 페널티 지역 반원 부근에서 날렸다. 그 공은 곧장 뻗어가서 스페인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의 손에 잡힐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잔디 위를 미끄러진 공은 데 헤아의 장갑에 맞고 방향이 바뀌며 옆으로 굴러들어가고 말았다.

이 골을 확인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포르투갈 벤치 쪽으로 달려가면서 멋지게 무릎으로 미끄러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리고는 동료들의 품에 안겼다. 무릎 꿇는 퍼포먼스는 이럴 때 펼치는 것이라고 가르쳐주는 듯 보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스페인 나초의 기막힌 골로 점수판이 2-3으로 뒤집한 상황으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가 88분에 잠시 멈췄다. 스페인 페널티지역 반원 부근에서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려 프리킥이 선언된 것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특유의 무회전 프리킥으로는 어려울 것 같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였다. 숨고르기가 끝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오른발은 너무나도 섬세했다. 스페인 선수들이 쌓은 수비벽 오른쪽 위를 넘어 그림같이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막힌 코스와 절묘하게 떨어지는 회전 킥을 선택한 것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자신의 수식어이기도 했던 무회전 프리킥을 고집하지 않았다. 상황에 어울리는 유연한 판단과 과감한 실행이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결과(16일 오전 3시, 피시트 스타디움-소치)

★ 포르투갈 3-3 스페인 [득점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분,PK),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4분,도움-곤살루 게데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88분) / 디에고 코스타(24분), 디에고 코스타(55분,도움-세르히오 부스케츠), 나초(58분)]
- 관중 : 4만3866명

◇ 주요 기록 비교
공 점유율 : 포르투갈 38% - 스페인 62%
유효 슛 : 포르투갈 3개 - 스페인 5개
골대 맞는 슛 : 포르투갈 0개 - 스페인 1개
경고 : 포르투갈 1개 - 스페인 1개
코너킥 : 포르투갈 4개 - 스페인 5개
프리킥 : 포르투갈 13개 - 스페인 13개
패스 성공률 : 포르투갈 87%(318/364) - 스페인 93%(673/722)
뛴 거리 : 포르투갈 102km - 스페인 103km

◇ B조 현재 순위
이란 3점 1승 1득점 0실점 +1
포르투갈 1점 1무 3득점 3실점 0
스페인 1점 1무 3득점 3실점 0
모로코 0점 1패 0득점 1실점 -1
축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월드컵 세리머니 자유한국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