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무대에 데뷔한 '2년차' 투수가 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데뷔 첫 시즌 1군에서 21경기에 등판해 가능성을 검증받기는 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팀의 필승조로 활약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선두' 두산 불펜의 중심이 된 박치국의 이야기다.

27일 마산 NC전까지 43경기 46.2이닝 1승 4패 10홀드 3세이브 ERA 2.89를 기록, 현시점에서 두산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는 단연 박치국이다. 팀이 경기 중반까지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 1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군입대와 재활 등으로 적잖은 투수들이 이탈한 가운데서도 박치국의 등장으로 두산 불펜은 시즌 개막 이후 지금까지 큰 위기를 맞이하지 않았다. 투-타 전력에 있어서 유일한 아킬레스건이었던 불펜 문제를 박치국이 해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승승장구' 박치국, 힘 있는 패스트볼로 상대를 압도하다

기뻐하는 박치국-박세혁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두산 대 kt 경기. 두산 마무리투수 박치국(오른쪽)과 포수 박세혁이 9-8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2018.6.14

▲ 기뻐하는 박치국-박세혁 지난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두산 대 kt 경기. 두산 마무리투수 박치국(오른쪽)과 포수 박세혁이 9-8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발로 이동한 이용찬, 시즌 초반 주춤했던 김강률 등 불펜 사정을 고려하면 박치국의 역할이 일찌감치 커질 수밖에 없었다. 부담스러운 상황임에도 안정감 있는 투구로 김태형 감독의 무한신뢰를 받았고, 특히 5월에는 11경기 3홀드 1세이브 ERA 1.29로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많은 구종으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그럼에도 상대 타자들이 박치국을 쉽게 공략할 수 없다. 피홈런은 단 2개(5월 22일 vs. 한화 호잉, 6월 21일 vs. 넥센 김혜성)밖에 내주지 않았고, 득점권 피안타율도 0.231로 굉장히 낮은 편이다.

1년 사이에 패스트볼과 커브, 이 두 가지 구종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그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두 가지 구종의 평균 구속과 구사율에서 작은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묵직한' 패스트볼로 자신감 있게 투구하는 것이 2018 시즌 박치국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박치국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5km로 지난 시즌(138.2km)보다 약 2km 상승했다. 최고 구속이 144~145km까지 나오는 날도 있다. 또한 지난 시즌 패스트볼 구사율은 65%에서 올 시즌 패스트볼 구사율이 73.1%까지 올라갔다. 자연스레 커브 구사율은 6% 이상 하락(26.8%->20.2%)했다.

물론 좌타자 승부는 박치국의 과제다. 우타자를 상대로 피홈런 하나 없이 자신의 장점을 맘껏 발휘한 것과 달리 좌타자를 상대할 때 비교적 고전하는 모습이다.(우타자 피안타율 0.240, 좌타자 피안타율 0.389) 피홈런 두 개 또한 모두 좌타자에게 허용한 홈런이다. 아직 2년차이기에 단점을 보완할 시간은 충분하다.

AG 엔트리 승선한 박치국, 적절한 관리도 필요한 시점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박치국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선동열 감독의 눈도장도 받아냈다. 덕분에 타 팀 불펜 투수들을 밀어내고 당당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타자들을 포함해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 중에서 가장 어리다.

소속팀에서의 역할을 감안했을 때 아시안게임에서도 선발보단 불펜으로 나설 전망이다. 박치국과 함께 사이드암 투수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박종훈(SK), 임기영(KIA)이 선발로 나서거나 긴 이닝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박치국은 지금처럼 확실히 1이닝 혹은 그 이상을 막아주는 게 중요하다.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면서도 휴식기 없이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다시 후반기 잔여 경기를 치러야 하는 점은 박치국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체력적인 부분을 감안한다면 지금부터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타이트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박치국의 등판이 잦아질 수밖에 없지만,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투수다. 결국 부담을 줄이려면 김강률, 김승회 등 필승조로 나서는 투수들이 제 몫을 다해줘야 한다. 홀로 매일같이 마운드에 오를 수는 없다.

데뷔 이후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런 박치국의 투구를 보면 그저 놀랍다는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는다. 두산의 희망이자 한국 야구의 희망인 박치국, 아직 21세인 그의 성장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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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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