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라는 단어는 스포츠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가미됐음을 의미하는 합성어다. 그만큼 프로스포츠도 이제는 승패와 함께 팬들에게 즐길 만한 요소를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프로스포츠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는 매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역시 전 구단이 스포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본격적으로 이 요소가 프로야구에 적용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지만, MBC 청룡(LG 트윈스 전신)의 고 김동엽 감독이 잠실구장에서 치어리더들과 춤을 추고, 1990년대 같은 장소에서 최초로 패션쇼가 시작된 이후로 다양한 유형의 팬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이에 선수들도 야구만 하는 수동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를 제공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데, 최근 그라운드에도 '꽃미남 열풍'이 불면서 야구를 잘 하는 미소년에 대한 관심도 증대하고 있다. 야구라는 기본 전제 속에서 훤칠한 외모까지 자랑하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도 있다. 20대 시절의 박용택(LG)만 해도 그라운드 밖에서는 꽃미남다운 패션으로 많은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장충고 꽃미남 3인방, '청룡 여의주 접수하러 갑니다'

 야구도 잘 하고 외모도 출중한 장충고 김병휘-이후석-박민석(사진 좌측부터) 트리오

야구도 잘 하고 외모도 출중한 장충고 김병휘-이후석-박민석(사진 좌측부터) 트리오 ⓒ 김현희


재미있는 것은 최근 아마야구에도 야구를 잘 하는 미소년들이 곳곳에 있다는 점이다. 그라운드에서 상당한 투지를 보여주면서도 경기 이후에는 아직 카메라가 쑥스러운 듯 수줍은 미소를 보이기도 한다. 오는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청룡기 선수권에 출전하는 장충고에도 이러한 선수들이 있다. 그것도 무려 세 명이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팀의 앞 타순에서 팀을 이끄는 이들이면서도 프로야구의 내일을 밝혀줄 수 있는 예비 스타라는 점에 있다. 내야수 박민석(18, 3학년)-김병휘(17, 2학년) 듀오에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외야수 이후석(18, 3학년)이 바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장충고에서 유격수를 맡고 있는 박민석은 사실 시즌 전부터 '2018 유격수 4천왕 후보'로 꾸준하게 거론됐던 유망주였다. 발 빠르고, 수비 범위가 상당히 빼어나 팀에서 리드 오프를 맡고 있다. 이재록(SK)이나 박찬호(KIA), 최준우(SK), 박준호(중앙대)가 그러했듯이, 장충고 공격의 시작인 1번 타자로 나서면서 상대 배터리들을 어지럽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지난해에는 주로 2루수로 나오다가 올해 유격수로 나서면서 팀 내 역할이 더 커졌다. 올해 무려 0.420의 출루율을 선보이면서 18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부분이 눈에 띈다. 이러한 점은 마치 지난해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최준우를 연상하게 한다.

이에 대해 장충고 송민수 감독은 "전체적인 안정감은 아무래도 (최)준우가 낫다. 그렇지만, 스피드나 선구안은 (박)민석이가 더 나은 것 같다"라며, 서로 다른 둘의 장점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박민석은 1회전에서 충암고 타선을 이끌고 있는 같은 포지션(유격수)의 양우현(18, 3학년)과 맞대결을 펼친다. 역시 정교한 타격과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양우현도 올해 유격수 재원들 중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팀의 살림을 맡고 있는 외야수 이후석은 올해를 절대 잊지 못할 듯하다. 전반기 주말리그에서 도루상을 받을 만큼 승승장구했지만, 경기 막판 몸에 맞는 볼이 본인의 헬멧을 향하면서 정작 황금사자기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중상이 아니라 본선 무대에 바로 오를 수 있었지만, 송민수 감독은 무조건적인 휴식을 명했다. 단, 장충고가 4강에 오르면 그때부터 다시 실전에 투입하겠다는 약속과 함께였다.

안타깝게도 장충고가 목표로 했던 4강에 실패하면서 그 약속도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 후반기에 다시 경기에 투입된 이후석은 불방망이 실력을 과시하면서 청룡기 선수권 직전까지의 타율을 0.396로 만들었다. 그만큼 타석에서 집중력을 갖고 타격에 임했다는 증거다. 출루율은 무려 0.515에 달하며, 장기인 도루도 14개나 성공시켰다. 황금사자기 공백만 아니었다면, 20도루도 충분히 노려봄직했다.

이후석의 또 다른 장기는 '투지'와 '긍정적인 마인드'다. 주장답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외부로 드러내 보인다. 또한, 늘 자신감이 가득하다. 지난해 리드오프였던 박준호보다 발이 더 빠른 것 같다는 칭찬에는 "맞습니다. 발 빠른 것 만큼은 정말 자신있습니다."라며 전반기 도루왕을 차지했던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장충고 꽃남 3인방에 대한 사진 촬영을 요청할 때 가운데에 누가 서겠다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저요!"라고 했던 이가 이후석이었다는 점이다. 팬들은 이렇게 자신감 있어 하는 루키들을 프로 1군 무대에서 보고 싶어하는 법이다.

장충고 3인방 가운데 유일한 2학년생인 내야수 김병휘 역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교타자다. 박민석의 졸업 이후에는 유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할 것이 유력할 만큼,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발 빠르고,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많이 보이면서 내년을 더 기대하게 하는 유망주이기도 하다. 0.548의 출루율은 셋 가운데 가장 빼어나며, 주로 하위 타선에 배치되면서도 12타점을 기록했다. 그만큼 찬스에도 강하다는 증거다.

김병휘는 이후석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2번 타자로 선발 출장하기도 했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황금사자기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면서 선배의 공백을 잘 메우기도 했다. 내년에 유격수로도 뛸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 할 것이다"라는 말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김병휘는 야구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김병휘 역시 U-15 청소년 대표팀에도 선발됐을 만큼 유년시절에 이미 두각을 나타냈던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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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고 이후석 박민석 김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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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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