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피터스 문> 포스터

영화 <주피터스 문>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시리아의 난민 아리안(솜버 예거 분)은 아버지와 함께 헝가리의 국경을 넘다가 경찰에 발각되고 가슴에 총상까지 입는다. 수용소에서 난민을 빼내며 뒷돈을 챙기던 부패한 의사 스턴(메랍 니니트쩨 분)은 기적처럼 회복한 아리안에게 중력을 거스르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음을 알게 된다. 스턴은 애타게 아버지를 찾는 아리안을 돕는 척하면서 그의 능력을 이용한 돈벌이에 나선다. 아리안에게 총격을 가했던 냉혈 경찰 라슬로(기오르기 세르하미 분)는 집요하게 두 사람을 뒤쫓는다.

197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데살로니카 국제 영화제 초청을 받은 <천국의 나날들>, 시체스 영화제에서 상영된 <성녀 요한나>,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델타>와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한 <화이트 갓> 등 내놓는 작품마다 유력한 영화제의 초청과 수상을 거듭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슈퍼히어로 장르로 조명한 유럽 난민 문제

 영화 <주피터스 문>의 한 장면

영화 <주피터스 문>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소재로 삼아 드라마, 어드벤처, 복수극,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여 재해석하는 연출로 정평이 났다.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주피터스 문>도 난민 문제, 테러리즘, 포퓰리즘, 신앙의 가치 등 유럽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SF 판타지 장르에 녹였다. 전작인 <화이트 갓>에서는 생존을 위해 인간에 반기를 드는 유기견을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묘사하며 인종 차별 문제를 다뤘다. <주피터스 문>은 하늘을 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슈퍼히어로 장르란 필터를 통해 유럽의 난민 문제를 관찰한다.

영국 영화전문 매체 <스크린 인터내셔널>로부터 "극적인 드라마에 담긴 묵직한 정치 우화"라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현 시대와 밀접하게 맞닿은 <주피터스 문>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영화 보도자료에 따르면, 난민 캠프를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난민 슈퍼히어로 같은 캐릭터가 유럽의 희망이 될 수 없을까"란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휴머니즘과 도덕이란 무엇인가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유럽이 본래 갖고 있던 좋은 특성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극 중에서 아리안은 세 발이나 총을 맞았지만, 불가사의한 치유의 힘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하늘을 나는 능력을 보여준다. 전작 <성녀 요한나>에서 잠자리를 가지며 병자를 치료하는 요한나와 비슷한 설정이다. 타락한 의사였던 스턴과 폭력 경찰인 라슬로는 초월적인 존재인 아리안을 보며 경외심과 두려움이란 양면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요한나가 성녀인가, 마녀인가로 몰렸던 것처럼 말이다. 마치 <주피터스 문>은 난민 문제에 맞추어 다시 쓴 <성녀 요한나> 같다.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전형적인 종교 영화와 달리, <주피터스 문>이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인 시각에 따라 해석을 내놓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은유와 상징을 곳곳에 심어두었다. 영화는 목성의 위성은 67개이고 그 중 바다가 있다고 추정되는 위성 '유로파'는 새로운 생명체의 발상지가 될 수 있다는 문구로 시작한다. '유로파'는 지금 '유럽'의 어원으로 알려졌다. 새 생명의 발상지가 될 수 있는 '유로파'는 현재의 절망적인 유럽과 반대되는 희망이다. 그리고 미래의 유럽, 나아가 더 나은 세계로 치환이 가능하다.

스스로 희생하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영화 <주피터스 문>의 한 장면

영화 <주피터스 문>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아리안의 '비행'도 여러 뜻을 가진다. 비행은 경계를 넘어서는 걸 의미한다. 아리안은 경계가 없는 하늘을 자유로이 난다. 이것은 인간이 누려야 할 자유인 셈이다. 또한, 차별과 편견이란 중력을 극복하고 국경(국가)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라는 메시지도 된다. 비행은 신의 대리인이나 천사가 보여준 기적이니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신을 받아들이라는 성경의 목소리도 될 수 있다.

<주피터스 문>은 다채로운 해석을 유도하는 서사적 언어만큼이나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시각적 언어도 돋보인다.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과 마셀 러브 촬영 감독은 난민들이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 수직과 평행 움직임을 원테이크로 보여주는 공중 부양, 부다페스트 거리를 부유하는 아리안, 카 체이싱 등 장면에 거의 CG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중 부양은 실제로 와이어를 연결하여 찍었기 때문에 비행이 주는 감각적인 경험이 대단하다.

아리안이 아파트 위에서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광경은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달빛을 받으며 드리워지는 그림자,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풍경 등이 겹쳐지며 어떤 슈퍼히어로 영화의 비행 장면도 보여주지 못한 매혹적인 신화성을 만끽할 수 있다.

 영화 <주피터스 문>의 한 장면.

영화 <주피터스 문>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보통의 난민 문제를 다룬 영화와는 다른 <주피터스 문>을 "우리가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작업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흑백 논리에 의해 가르기가 아니라 우리가 처해 있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상황을 그대로 옮겨냈다"면서 "결국 자신을 희생하면 무언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관한 영화"라고 주제를 부연 설명했다.

<주피터스 문>은 성경적이고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루며 정치와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탓에 하나에 집중한 영화보다 깊이 탐구하는 맛은 떨어진다. 그러나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멋지게 융합하여 주제 의식과 장르적인 재미를 거머쥐는 성취를 거두었다. 가장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가장 현실적으로 풍경을 묘사하는 스토리텔링도 놀랍다. 게다가 이것을 슈퍼히어로 장르에 담았다.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의 차기작 <디퍼>는 할리우드에서 작업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작비는 9천만 불이고 주연 배우는 갤 가돗과 브래들리 쿠퍼로 알려졌다.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의 도발적인 상상력과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할리우드 시스템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까? 그의 비행이 멋지게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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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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