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의 신보 < Summmer Magic >이 겨냥하고 있는 방향은 너무나 명확하다.

레드벨벳의 신보 < Summmer Magic >이 겨냥하고 있는 방향은 너무나 명확하다. ⓒ SM 엔터테인먼트


"이 노래는 사상 최대 히트곡이예요. 메가 히트곡!"

지난 주, 레드벨벳의 콘서트 < REDMARE >에서 예리는 '빨간 맛'(Red Flavor)을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해 여름 '빨간 맛'이 남긴 여운을 생각해 보면, 레드벨벳 막내 예리의 자신감은 결코 빈 말이 아닐 것이다. < The Red Summer >의 타이틀곡 '빨간 맛'은 레드벨벳에게 '여름 걸그룹'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 최고의 히트곡이기 때문이다.

'빨간 맛'은 캐치한 멜로디와 시원한 사운드, 흡입력 있는 가사까지. 여름 히트곡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곡이었다. 더불어,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렸던 레드벨벳 음악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타이틀곡이었다.

'빨간 맛'이 있었기에 지난해 레드벨벳은 가장 행복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기록적인 폭염이 멎을 조짐을 보이지 않는 8월, 레드벨벳이 새 미니 앨범 < Summer Magic >을 들고 돌아왔다. < The Red Summer >와 마찬가지로, '여름'이라는 단어가 앨범 제목에 들어간 '여름 앨범'이다.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다. 타이틀곡 'Power Up'은 지난 6일, 발매됨과 동시에 주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수록곡 전곡이 동시에 순위권에 진입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뮤직비디오 영상 조회수 역시 발표 이후 높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케이팝에서 레드벨벳의 존재는 특별하다.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걸그룹'으로도 유명하다. 레드벨벳의 음악과 안무는 철저한 컨셉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지만, 결코 뻔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동어 반복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Summer Magic > 역시 마찬가지다. < Summer Magic >의 타이틀곡 'Power Up'은 트와이스의 'Dance The Night Away'를 작곡한 스웨덴 작곡가 Jonatan Gusmark & Ludvig Evers a.k.a Moonshine가 작곡한 곡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댄스곡이라는 점만 놓고 보면 '빨간 맛'의 연장선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곡 간의 분위기 차이는 꽤 크다. 'Power Up'의 곡 중간에 삽입된 8비트 사운드는 옛 게임 배경 음악의 추억을 소환한다. '빨간 맛' 당시 그랬던 것처럼 뮤비에 나오는 과일 등 작은 요소들이 모여 곡에 발랄함을 더한다.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는 켄지의 가사는 자연스럽게 공감을 유도하고, 곡과 듣는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힌다.

 레드벨벳의 'Power up' 뮤직비디오

레드벨벳의 'Power up' 뮤직비디오 ⓒ SM entertainment


"태양은 우릴 놀리고 아스팔트 온도 50도
원해요 에너지 차갑거나 아예 뜨겁게/
Let's power up! 까맣게 다
타버릴 거예요"
- 'Power Up' 중

레드벨벳에게 '동어 반복'은 없다

독특한 것으로 치면 수록곡 중에 'Power up'보다 더 흥미로운 곡들도 많다. 'Mr.E'는 지난해 앨범 수록곡 'ZOO'처럼 동물 울음소리를 삽입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더니, 강력한 드럼 사운드를 내세운다. 'Mosquito'는 뉴잭스윙의 거장이자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프로듀서 출신인 테디 라일리(Teddy Riley), 그리고 레드벨벳과 여러 번 작업한 프로듀서 오비 클라인(Obi Klien)이 함께 빚어낸 곡이다. 둔탁한 뉴질스윙 사운드가 곡 전반에 깔린 가운데, 남녀 관계를 모기에 비유한 가사가 재미있다.

삼바 리듬을 차용한 'Hit That Drum'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역동적인 댄스곡이다. 듣고 있으면 박력 있는 퍼포먼스가 미리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앨범 후반부, 청량한 신시 사이저와 중량감 있는 베이스 사운드가 버무려진 'Blue Lemonade' 역시 팬들의 호평을 받는 곡이다. 'RED' 컨셉을 지향한 이번 앨범의 방향성에 아주 잘 맞는다.

앞서 소개한 'Power up'의 후반부에서 레드벨벳은 "선생님은 내게 말씀하죠 놀 때도 일할 때도 즐겁게 해"라고 노래한다. 이 가사에서 '선생님'은 켄지가 SM 워크샵 때 이수만 대표로부터 들은 말을 가사에 녹여낸 것이라고 한다(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의 노래에 이수만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이수만 대표가 켄지에게 한 말처럼, 레드벨벳의 이번 앨범에 베여 있는 정서는 '낙관'과 '행복' 그 자체다.

아무런 고민 없이 여름철에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또 한 번 탄생했다. 형식적으로도 '레드벨벳다움'을 유지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유난히 뜨거운 여름, 드디어 레드벨벳이 돌아왔다.


레드벨벳 POWER UP SUMMER 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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