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볼 수 있어.'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이 극대화된 강권주(이하나 분). 강권주는 돌고래급 청력을 갖고 있다. 이는 120m 떨어진 곳에서 작은 공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다. 그 능력 덕분에 112신고 센터에서 아버지가 사망하는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112 신고 요원에 불과했던 강권주가 풀어내기엔 역부족이었던 사건. 강권주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소리를 기반으로 범죄 유형을 분석하는 '보이스 프로파일러'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들리는 소리를 기반으로 사건 현장의 미세한 단서마저 포착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나 범인의 상황이나 심리 상태까지 추측할 수 있는 강권주 팀장을 필두로 하여 112 신고 체계를 업그레이드한 '골든타임 팀'이 꾸려진다.

 보이스 2

보이스 2 ⓒ ocn


또다른 강력한 사이코패스의 등장

강권주와 골든타임 팀은 112 신고센터를 중심으로 포진한다. 그런 그들에게는 현장으로 달려가 사건을 수습하고 범인을 체포할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보이스1>에서는 그 파트너십의 중심에 강권주 팀장의 아버지와 같은 사건에서 아내를 잃은 '미친개' 괴물 형사 무진혁(장혁 분)이 있었다. 이 드라마가 시작될 당시엔 보이스 프로파일러라는 설정조차 생경했지만 강권주와 무진혁은 깔끔한 슈트를 입고 철공을 휘두르는, 극단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사이코패스 모태구(김재욱 분)와 결합하며 <보이스1>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2018 여름, <보이스>가 시즌2로 찾아왔다, 그런데, 무진혁 팀장이 사라졌다. 매일 사건을 쫓아다니느라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들고 나왔다 참변을 당한 아내를 죽인 범인을 쫓아 미친개처럼 동분서주했던 무진혁 형사가 병원에 있던 아들의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시즌2는 모태구 못지않은 강력한 사이코패스를 등장시키면서 서막을 연다. 마치 <보이스>라는 시리즈의 특장점이 '잔혹 범죄'에 있기라도 한듯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배 위에서 벌어지는 형사 살해 및 시신 절단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 현장에는 범인과 공모자, 그리고 피해자 외에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바로 시즌2에서 출동팀 팀장이 될 형사 도강우(이진욱 분)다.

 보이스 2

보이스 2 ⓒ ocn


연속성, 변주, 그리고 확장

도강우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건, 시즌2의 가장 큰 변수가 된다. 경찰대 출신 시즌1의 무진혁 못지않게 범인을 쫓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 '또라이 형사'. 하지만 파트너 형사의 죽음은 뜻밖에도 그에게 '동료 형사 살인범'이라는 함정을 만든다. 팀의 존재를 거추장스러워하는 반사회적 인물이자, 살인범인지 정의를 쫓는 형사인지 모호한 도강우의 존재는 오로지 사건 해결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던 무진혁이란 시즌1의 캐릭터를 새롭게 변주해 내며 시즌2의 볼거리를 확장시킨다.

시즌1의 모태구 사건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목소리에 기반을 둔 골든타임 팀을 확고부동하게 안착시킨 강권주 팀장은 무진혁 팀장의 공석을 이어받은 장경학 팀장의 사망사건으로 변화를 맞는다. 팀원을 잃은 골든타임 팀에 동료 형사를 잃은 도강우가 출동 팀장으로 합류한다.

여기에 자신이 살해한 시신의 일부를 수집하는가 하면 살인을 배후조종하는 방제수(권율  분)가 6회부터 전면에 등장하며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대립구도의 각을 세운다. 도강우의 파트너이자 살해당한 나형준 형사의 형이자 풍산경찰청 강력계장 나홍수(유승목 분)가 더해지며 인물구도가 확장된다.

 보이스 2

보이스 2 ⓒ ocn


시즌2의 관전 포인트

<보이스1>이 그랬듯 시즌2 역시 골든타임 팀의 112 긴급 출동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즌1의 스스로 보호 능력이 없는 어린 아이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 범죄는 시즌2에선 어린이 성폭행 범죄로, 최종 보스에 의해 조장되는 카피캣 범죄는 시즌2에서는 종범들의 급발진 사건 등으로 이어져, 시즌의 연속성을 환기시킨다. 또한 시즌1에서 무진혁 팀장에게 도시락을 들고 가다 살해당한 '은형동 형사 아내 살해 사건'은 시즌2에서 강권주 팀장을 위해 오이소박이를 싸들고 가다 보이스 피싱 범죄에 연루된 박중기 형사 아내 사건으로 변주된다. 이렇게 마진원 작가에 의해 이어지는 시즌 1과 시즌2는 시즌의 연계성을 가지며 시즌을 이어보는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배가시킨다.

물론 그럼에도 시즌 1과 시즌 2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지역을 배경으로 경찰을 쥐락펴락하며 무시무시하게 암약하는 사이코패스의 존재다. 모태구보다 더한 괴물이 나올 수 있는가 싶었지만, 첫 회 자신이 훼손한 시신을 찍고, 그 일부를 기념품으로 챙기는 살인마의 등장은 이미 '모태구'를 잊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시즌의 일관성 외에 도강우의 향정신성 의약품 복용, 과거 도강우의 기억 상실,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의 검거 과정에서 보인 죽음을 방조하는 듯한 도강우의 행동, '나형준 사건의 공모자'라는 메시지 등은 도강우에 대한 '진실'을 혼돈에 빠뜨리며 <보이스2>의 흥미를 배가한다.

시즌 1은 성운시에서 버스사업으로 시작해 재벌이 된 남자와 그의 사이코패스 아들이라는 설정을 통해 우리 사회 재벌 족벌체제의 암울한 부분을 극대화했다. 풍산시로 자리를 옮긴 <보이스2>는 의문의 존재 도강우와 살인마 방제수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남길 것인가. 범죄의 해결 이상으로 사건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시즌 2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보이스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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