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마지막 미계약 선수였던 구자욱과의 연봉협상을 마쳤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팀 내 유일한 미계약 선수였던 구자욱과 작년보다 2000만 원 삭감(-6.7%)된 2억8000만 원에 올 시즌 연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단, 구자욱은 올 시즌 성적에 따라 2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삭감된 연봉만큼 인센티브를 통해 보상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한편 내야수 이학주는 2700만 원에서 223%가 인상된 90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하며 팀 내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투수 원태인 역시 196%가 인상된 8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반면에 FA계약기간이 끝난 최고참 투수 권오준은 작년보다 47%가 삭감된 8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고 작년 타율 .215 6홈런 25타점으로 부진했던 거포 김동엽도 1억8500만 원에서 5000만 원이 삭감(-27%)된 1억35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의 간판타자로 성장한 연고지역 출신 특급 유망주
 
 삼성 구자욱

삼성 구자욱 ⓒ 연합뉴스

 
뛰어난 타격과 빠른 발, 1루수와 3루수, 외야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능력, 그리고 수려한 외모까지. 삼성은 오랜만에 등장한 연고지역 대형 유망주의 등장에도 마냥 쾌재를 부르지 못했다.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가 2010년부터 '전력 평준화'라는 명분 아래 지역 연고제를 폐지하고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역에 좋은 유망주가 나와도 앞에서 다른 구단이 뽑아가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구자욱은 삼성에 입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신생 구단 우선 지명권 2장이 있었던 NC다이노스를 포함해 앞선 13번의 지명 순서에서 구자욱의 이름이 불리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대구고 출신의 청소년 대표 구자욱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2순위 지명을 받고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연고구단 삼성에 입단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이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나 강백호(kt위즈)처럼 1군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구자욱 역시 입단 첫 해 최강전력을 자랑하던 삼성의 1군에서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고 삼성은 훗날 팀의 미래를 책임질 구자욱을 상무에 입대시켰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구자욱의 이른 군문제 해결은 개인에게도 삼성에게도 탁월한 선택이 됐다.

상무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기량이 급성장한 구자욱은 2014년 타율 .357 3홈런48타점 27도루를 기록하며 남부리그 타격왕에 등극했고 전역 후 곧바로 삼성의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구자욱은 1군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5년 삼성의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타율 .349 11홈런 57타점 97득점 17도루라는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활약을 펼쳤다. 시즌 후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싹쓸이했음은 물론이다.

삼성은 2016 시즌을 앞두고 채태인(SK 와이번스)을 트레이드하면서 '1루수 구자욱'에게 더욱 힘을 실어줬다. 구자욱은 2016년 108경기에 출전해 타율 .343 14홈런 77타점 105득점 10도루를 기록하며 '2년 차 징크스'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2년 연속 엘리트 타자의 상징이라는 '타율 3할, 출루율 4할, 장타율 5할'을 기록한 구자욱은 1군 데뷔 2년 만에 삼성의 간판타자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작년 공인구 변화 후 데뷔 첫 시련, 올 시즌 명예회복 노린다 

2017년 간판타자 최형우(KIA 타이거즈)가 팀을 떠나고 외국인 1루수 다린 러프가 합류하면서 구자욱은 우익수로 변신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갑작스런 포지션 변신은 후유증을 남기게 마련이지만 구자욱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구자욱은 2017년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310 21홈런 107타점 108득점을 기록하며 엘리트 1루수에서 엘리트 외야수로 단 1년 만에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구자욱은 2018년에도 옆구리 부상으로 28경기에 결장했음에도 116경기에서 타율 .333 20홈런 84타점 100득점을 기록했다. 구자욱은 해를 거듭할수록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도 점점 좋아졌고 홈런수도 꾸준히 늘어나며 이렇다 할 약점을 찾을 수 없는 '무결점 타자'로 성장했다. 이승엽도 없고 최형우도 없고 박석민(NC)도 없는 삼성 타선에서 구자욱은 삼성 타선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골든글러브급' 성적을 올리면서 연봉이 3억 원까지 인상된 구자욱은 작년 시즌 프로 데뷔 후 첫 시련을 경험했다. 공인구 변화의 영향을 온 몸으로 받은 구자욱은 122경기에서 타율 .267 15홈런 71타점 66득점으로 부진했다. 2년 연속 3할 타율 20홈런 80타점 100득점을 기록했던 구자욱의 부진에 팬들은 믈론 삼성 구단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구자욱은 시즌이 끝나고 처음으로 연봉 삭감 대상에 포함됐고 삼성 입단 후 한 번도 내리막길을 경험한 적이 없는 구자욱은 이를 쉽게 받아 들이기 힘들었다. 게다가 구자욱은 그동안 성적이 좋을 때에도 비슷한 성적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만족스러운 연봉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결국 삼성 구단과 구자욱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될 때까지 연봉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하지만 구단과 선수의 연봉 갈등은 길어질수록 선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고 구자욱은 10일 인센티브를 통해 삭감액을 보상받는 선에서 연봉협상을 마무리했다.

구자욱은 오는 13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삼성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구자욱은 시즌을 앞두고 한창 훈련에 전념해야 하는 귀중한 2주의 시간을 잃었고 만약 이로 인해 구자욱이 올해 부진하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삼성이 입게 된다. KBO리그를 대표하던 엘리트 외야수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올 시즌 5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삼성의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도 구자욱의 올 시즌 성적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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