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 동안 삼성 라이온즈를 이끌면서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선동열 전 감독이 추구하던 야구는 강력한 불펜을 앞세운 '지키는 야구'였다. 권오준, 권혁(두산 베어스), 정현욱(삼성 투수코치), 안지만,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선동열 감독이 구축한 2000년대 중·후반 삼성의 필승조는 류중일 감독(LG트윈스) 부임 후까지 이어지며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 왕조'의 초석이 됐다.

하지만 2013시즌을 끝으로 '끝판왕' 오승환이 해외에 진출했고 안지만, 임창용이 2015년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떠나면서 막강하던 삼성의 불펜은 균열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6년부터 삼성의 마무리는 심창민(상무), 장필준, 우규민으로 계속 바뀌었고 필승조와 추격조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도 찾기 힘들었다. 불펜의 붕괴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삼성이 이후 4년 연속 가을야구조차 나가지 못한 결정적 이유였다.

하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던 삼성 불펜은 작년 '더블스토퍼' 우규민과 장필준을 앞세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여기에 작년 시즌이 끝난 후 6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환한 오승환이 가세하며 올 시즌 사자군단의 뒷문은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삼성의 신임 허삼영 감독이 팀이 마지막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5년 이후 5년 만에 '지키는 야구'를 꿈꿀 수 있는 이유다.
 
 1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팬들이 펜스 너머 그라운드에서 열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자체 청백전을 보고 있다.

1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팬들이 펜스 너머 그라운드에서 열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자체 청백전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과 메이저리그 거친 오승환, 7년 만에 KBO리그 복귀

통산 9시즌 동안 28승13패277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1.69에 9이닝당 삼진수 11.02개. 세이브왕 5회에 한국시리즈 MVP 2회, 그리고 5개의 우승반지까지.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게는 더 이상 KBO리그에서 증명할 게 남아 있지 않았다. 따라서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3세이브를 기록하며 삼성의 통합 3연패를 이끈 오승환이 시즌 후 해외진출을 노린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오승환의 해외에서 활약도 대단히 눈부셨다. 2014년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 오승환은 곧바로 한신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하며 2014년과 2015년 각각 39세이브와 41세이브로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특히 2014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는 6경기에서 4세이브1홀드를 기록하며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승환은 2015년 도박 사건에 연루됐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강행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다. 내셔널리그 명문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로 활약한 오승환은 2년 동안 39세이브를 기록했고 201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이적 후에는 셋업맨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콜로라도 로키스 유니폼을 입었던 작년 3승1패3홀드9.33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오승환은 빅리그에서도 통산 3.31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작년 7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일찍 마감한 오승환은 8월 삼성과 연봉 6억 원에 계약하며 국내 복귀를 선택했다. 오승환은 도박사건에 연루되면서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삼성에서 곧바로 오승환을 정식선수로 등록하면서 작년 후반기 징계기간 42경기를 소화했다. 일각에서는 '꼼수'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돌아온 오승환을 조금이라도 일찍 마운드에 올리고 싶었다.

오승환은 삼성의 자체 청백전 2경기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이 개막한다 해도 3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해야 하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승환 입장에서는 컨디션 점검이 매우 중요하다. 어느덧 30대 후반이 된 오승환이 해외 진출 전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부족했던 삼성에서 베테랑 오승환의 가세는 분명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엘리트 잠수함' 우규민과 2017년 마무리 장필준 건재

LG트윈스 시절이던 2007년 시즌 30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던 우규민은 2013년부터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가 2018년 다시 불펜으로 돌아왔다. 그런 우규민에게 작년 시즌은 8위에 머물렀던 부진한 팀 성적과는 별개로 매우 의미 있는 한 해였다. 2008년 이후 11년 만에 마무리로 돌아와 30대 중반의 나이에 15세이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마무리를 맡은 후반기에만 11세이브를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우규민은 올 시즌에도 오승환이 복귀하기 전까지 삼성의 뒷문을 책임질 확률이 높다. 전성기에 비하면 구위는 다소 떨어졌지만 다양한 구종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은 여전히 매우 뛰어나다. 타고투저가 심했던 2018년 4.30, 투고타저의 바람이 불었던 작년엔 2.7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우규민이 작년 정도의 성적만 유지해도 충분히 리그에서 '엘리트 잠수함'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삼성이 하위권을 전전하던 지난 4년 동안 얻은 커다란 수확 중 하나는 해외파 불펜 투수 장필준의 발굴이었다. 2015년 삼성에 입단해 2016년부터 1군 투수로 활약하기 시작한 장필준은 2017년 4승8패21세이브3홀드4.68의 성적으로 삼성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비록 2018년과 작년엔 심창민과 우규민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한 이닝을 책임지기엔 부족함이 없는 위력적인 구위를 가지고 있다.

삼성은 마무리 경험이 있는 3명의 투수 외에도 작년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린 '좌완 스페셜리스트' 임현준이 있다. 여기에 팀 내에서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1.95)을 기록했던 이승현과 작년 63경기에 등판한 최지광의 성장속도도 빠른 편이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층 많아진 만큼 허삼영 감독과 정현욱 투수코치가 풍부한 불펜 자원들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삼성은 올 시즌 충분히 경쟁력 있는 불펜진을 구축할 수 있다.

사실 삼성의 진짜 고민은 불펜보다는 선발, 특히 작년에도 3명의 투수가 13승을 따내는 데 그친 외국인 투수들이다. 벤 라이블리와 재계약한 삼성은 데이비드 뷰캐넌을 새로 영입해 윤성환, 백정현, 원태인 등과 선발진을 꾸릴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의 선발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오승환과 우규민, 장필준으로 이어지는 노련하고 위력적인 필승조가 뒷문을 지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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