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개막전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골을 넣은 전북 현대 이동국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개막전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골을 넣은 전북 현대 이동국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 현대(이하 전북)는 한국프로축구(K리그)에서 왕조를 구축한 최강팀이다. 1994년 12월 창단한 전북은 2009년 K리그1 첫 정상에 오른 이후 무려 6차례(2011, 2014, 2015, 2017, 2018, 2019년)나 우승을 차지했고 2006년과 2016년 2번에 걸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를 제패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0, 2003, 2005년 FA컵을 품에 안았으며 2004년에도 K리그 슈퍼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전북이 그동안 한국프로축구와 아시아클럽 축구에 아로새긴 업적은 위대하다. 하지만 이런 전북이 '하나원큐 K리그1 2020' 수원과의 개막 경기(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줘 2020시즌 왕조 사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사실 전북이 왕조를 구축할 수 있었던 원인은 2005년 전북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61.상하이 선화) 감독이 추구한 '닥공축구(닥치고 공격)' 때문이었다. 이런 최강희 감독 '닥공축구'는 2006년 AFC 올해의 아시아 최고 클럽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고 이어 2016년 시즌에는 33경기 최다 연속 경기 무패(18승 15무)라는 '전대미문'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같은 최강희 사단의 중심에는 이동국(41), 김신욱(32.상하이 선화), 이용(34), 김영권(30.감바 오사카), 이재성(28.홀슈타인 킬), 김민재(24.베이징 궈안), 에닝요(39.브라질), 레오나르도(34.톈진 톈하이), 루이스(39.브라질), 로페즈(30.상하이 상강) 등등이 있었다. 전북은 이들을 앞세워 상대팀에게 위압감을 안겨주며 근접할 수 없는 막강 화력을 발휘했다. 그렇지만 이런 전북에게도 악재는 있었다. 그것은 바로 2016년 터진 심판 매수사건이었다. 전북은 이 여파로 승점 삭감(9점)과 벌금(1억원) 그리그 AFC로 부터 2017년 AFC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야말로 전북은 창단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전북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2017 K리그1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북의 야망은 2019 시즌을 기점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2018년 시즌을 끝으로 전북을 떠난 최강희 감독 영향이 대두된다. 직설적으로 최강희 감독이 떠난 빈자리에서 드러난 2019시즌 전북 축구는 '닥공축구' 실종 그 자체였다.

2018년 새로운 사령탑에 올라 2019년시즌 첫 선을 보인 조제 모라이스(55.포르투갈) 감독 축구는 한 마디로 수비에 안정을 추구하는 축구였다. 따라서 공격 화력은 무뎌졌고 수비도 기복이 심하여 총 38라운드 경기 중 승점 1점에 그치는 13 무승부 경기를 펼쳤다. 결국 이 같은 무승부 경기로 전북은 울산 현대와 최종라운드까지 치열한 접전 끝에 골 득실차로 우승을 확정짓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에 2019시즌 전북의 우승은 조제 모라이스 감독의 지도 능력에 의한 우승이라기 보다는, 왕조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이었던 선수들의 경험과 노련함으로 일군 우승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결국 우승으로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2019 K리그1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실질적인 조제 모라이스 감독의 지도 능력 평가는 2020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일천한 선수생활에 비하여 지도자 커리어는 풍부하다.

하지만 2019시즌에 이어 2020시즌 개막 경기에서 드러난 조제 모라이스 감독 축구는 여전히 특징없는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2019시즌 왕조의 명맥을 이어가는데 앞장섰던 킬러 김신욱과 측면 자원인 로페즈, 문선민(28.상주 상무) 그리고 수비의 핵 김민재가 떠난 전북은 수원 삼성을 맞아 경기는 지배했지만 측면 공격의 실종과 골 결정력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경기를 보였다. 후반 38분 코너킥 세트피스에 의한 베테랑 이동국의 천금같은 헤더 결승골로 귀중한 승점 3점을 얻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전북은 2020시즌을 대비하여 오반석(32), 김보경(31), 홍정호(31), 구자룡(28), 조규성(22), 외인 라스 벨트비크(28.남아공), 쿠니모토(23.일본) 등을 폭풍 영입하며 왕조의 명맥을 이어가는 리그 4연패 달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개막전에서 드러난 경기력은 이와는 거리가 먼 부진한 경기력이었다. 김신욱을 대신한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신예 조규성은 개인 능력과 활동폭에서 뚜렷한 면을 보여주지 못해 위협적이지 못했으며, '닥공축구'에서 공격의 키워드였던 양쪽 측면 플레이도 해결 능력이 부족해 크로스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궁극적으로 이 같은 플레이로 공격은 단조로운 가운데 결정력 부족이라는 최대 단점을 노출했다. 물론 능력과 경험을 갖춘 김보경이 활발한 공격을 펼치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지만, 김신욱, 문선민, 로페즈 삼각편대가 공격을 이끌었던 2019시즌 보다 무게감은 현저히 떨어졌다. 전북의 이 같은 색깔없는 축구는 급기야 지난 3월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1차전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1-2로 패한데 이어, 2차전 시드니와의 경기(호주 시드니의 네스트라타 주빌리 스타디움)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는 졸전으로 이어졌다.

전북의 이 같은 경기력으로는 조제 모라이스 감독이 부임 이후 노리는 K리그1 2연패의 야망을 이룰 수 없다. 특히 15년 만에 K리그1 우승을 노리는 울산 현대는 물론 대구 FC와 강원 FC에게도 거센 도전을 받을 전망이다.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2019년 1월 전북 지휘봉을 잡고 '닥공축구' 계승과  K리그1,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등 트레블 달성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트레블은 고사하고 K리그1 우승을 차지하는 데에도 급급했다.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무리뉴 사단' 출신으로 세계적인 명문 클럽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마드리드에서 지도자 생활을 경험했다.

만약 이런 커리어의 영향으로 전북 지휘봉을 잡았다면 그에 걸맞은 지도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K리그1 2년차를 맞는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20시즌은 조제 모라이스 감독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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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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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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