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현역 시절 '진공청소기'로 불리며 A매치 98경기에 출전했던 김남일 감독은 지난 2016년 일본 J2리그의 교토상가FC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후 장쑤 쑤닝, 한국 대표팀, 전남 드래곤즈 등에서 코치 생활을 한 김남일 감독은 올해부터 성남FC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광주FC의 박진섭 감독보다 생일이 3일 늦은 김남일 감독은 K리그1을 이끄는 12명의 사령탑 중 가장 어린 감독이 됐다.

하지만 K리그 감독으로서 김남일 감독의 출발은 그리 순조롭지 못하다.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2승 2무를 기록하며 '성남 돌풍'을 주도하는 듯 했던 김남일 감독은 이후 4경기에서 대구FC와 울산 현대, 수원 삼성, 상주 상무에게 나란히 패하며 6월 들어 승점을 1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한 때 상위권을 노릴 수 있을 것 같았던 성남의 순위도 어느덧 9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K리그1에는 승격 2년째에 초보감독이 팀을 이끄는 성남보다 순위가 낮은 팀이 세 팀이나 있다. 그 중에서도 작년 시즌 3위를 차지하며 올해는 내심 우승을 넘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FC서울의 추락은 축구 팬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서울은 지난 3라운드 포항 스틸러스 원정 2-1 승리를 마지막으로 무려 5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쌍용' 영입 실패로 돌아가며 아쉬운 겨울 보낸 FC서울
 
 이청용

이청용 ⓒ 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은 지난 2018 시즌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로 대변되는 '황선홍식 리빌딩'의 실패로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결국 황선홍 감독은 시즌 개막 두 달 만에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K리그 통산 6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서울은 이제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 때 서울의 구세주로 등장해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서울을 극적으로 K리그1에 잔류시킨 인물이 바로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었다.

2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와 서울을 강등 위기에서 구한 최용수 감독은 2019 시즌에도 서울을 리그 3위로 이끌었다. 물론 우승 도전이라는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현대가인 전북과 울산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K리그1의 판도에서 최용수 감독과 서울이 보여준 선전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성기가 완전히 지났다고 평가 받은 박주영은 12골 7도움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서울의 공격을 이끌었다.

서울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다가 젊은 나이에 유럽으로 진출했던 '쌍용' 기성용(RCD마요르카)과 이청용(울산)의 컴백에 공을 들였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기성용과 이청용은 여전히 박지성과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을 제외하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스타들이다. 이들이 동시에 친정으로 복귀한다면 그로 인한 전력 상승, 그리고 마케팅 효과는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기성용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중국 슈퍼리그가 코로나19 사태로 전면 중단됐고 중동리그는 거리의 제약이 있어 K리그 복귀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은 이제 막 30대 초반 구간을 지나고 있는 기성용을 은퇴를 앞둔 노장 선수처럼 대우하려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결국 협상과정에서 마음이 상한 기성용은 K리그 복귀 계획을 철회하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눈을 돌렸다.

서울은 설상가상으로 '블루 드래곤' 이청용마저 울산에게 빼앗기고 '쌍용' 영입이 실패로 돌아갔다. 서울은 김진야와 한찬희, 한승규(임대)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지만 팀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고 팬들의 큰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쌍용'영입에 실패하면서 조금은 우울하게 2020 시즌을 시작했다. 

성남전 0-1 패배 시작으로 내리 5연패, 안양LG 시절 이후 22년만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경기. 울산 현대 비욘존슨과 FC서울 김원식이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2020.6.20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경기. 울산 현대 비욘존슨과 FC서울 김원식이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2020.6.20 ⓒ 연합뉴스

 
서울은 강원FC와의 개막전에서 1-3으로 패했지만 2, 3라운드에서 각각 광주FC와 포항 스틸러스를 1-0, 2-1로 꺾으며 연승을 달렸다. 서울이 5월 마지막날 홈에서 맞붙은 상대는 작년 9위에 머물렀던 김남일 감독의 성남FC. 서울은 내심 성남을 3연승의 제물로 여겼지만 서울은 페시치와 박동진, 오스마르 등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최용수 감독은 장수 쑤닝 시절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김남일 감독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3연승이 좌절된 서울의 6월 첫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었다. 서울은 내심 안방에서 전북을 잡고 성남전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 버릴 생각이었지만 후반 이승기에게 결승골, 이동국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며 1-4로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전북은 K리그1에서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절대강자'였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축구팬들은 서울의 추락이 이렇게 길고 깊을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축구 팬들이 올시즌 서울 전력의 심각성을 파악한 경기는 14일 대구와의 6라운드였다. 작년 대구를 상대로 3승 1무라는 압도적인 전적을 기록했던 서울은 이날 전반과 후반 각각 3골씩 허용하는 민망한 경기 끝에 올 시즌 K리그 최다 점수차에 해당하는 0-6 패배를 당했다. 자책골이 무려 두 골이나 나왔고 8년 동안 서울에서 활약하며 184골을 기록했던 '레전드' 데얀 다먀노비치에게 6번째 골을 허용했다.

17일 상주 상무와의 7라운드는 무관중 경기 속에서도 FC서울의 서포터들이 상주 시민운동장 근처 언덕에서 "잊지 말자 2018"이라는 배너를 펼쳐 든 채 경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서울은 후반 13분 상주의 김진혁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4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서울은 3일 후 리그 1위를 다투는 울산과의 홈경기에서도 0-2로 패했다. 안양 LG시절이던 1997~1998 시즌 7연패 이후 22년, 단일 시즌으로는 1995년 이후 무려 25년 만에 당한 5연패의 수모다.

20일 울산전은 서울의 주장이자 '원클럽맨' 고요한이 통산 400번째 경기를 치르는 날이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주장의 역사적인 경기에서 주세종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연고지 이전 후 최초로 5연패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선물하고 말았다. 어느덧 11위까지 떨어진 서울의 다음 상대는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다. 만약 서울이 인천과의 경기에서도 연패를 끊지 못한다면 역대 최악으로 평가 받는 2018년보다 더 큰 '악몽'이 찾아올 지도 모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리그 FC서울 최용수 감독 5연패 안양LG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