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의 류중일 감독은 지난 2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앞두고 2차전 선발투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2차전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1차전 승리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LG는 실제로 연장13회, 4시간57분의 대접전 끝에 키움에게 4-3으로 승리하며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결코 쉽지 않은 승리였지만 각오대로 한 경기 만에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반면에 키움은 7회 2-1, 13회 3-2의 리드를 잡으며 2차전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동점 및 역전을 허용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시즌을 마감했다.사실 키움으로서는 2차전을 위해 아껴둔 최원태와 에릭 요키시를 제외한 불펜 대부분을 소모한 13회는 어떨 수 없었다 해도 2-1로 앞서던 7회 말 2사 만루에서 안우진이 홍창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것이 대단히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제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 베어스와 LG의 '잠실 시리즈'가 2013년 이후 7년 만에 열린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관중은 절반 밖에 입장하지 못하지만 잠실 라이벌의 포스트시즌 만남은 야구팬들을 뜨겁게 만들기 충분하다.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과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앞세운 두산과 연장 끝내기 역전승으로 신바람을 탄 LG의 맞대결. 과연 kt 위즈가 기다리는 고척행 티켓을 따게 될 주인공은 어디일까.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 앞세운 '디펜딩 챔피언' 두산

 
 10월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2-0으로 승리를 거둔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10월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2-0으로 승리를 거둔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년 동안 두산은 정규리그 1위 3회와 2위 1회를 기록했던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강팀이었다. 언제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던 두산에게 준플레이오프는 제법 낯선 무대다. 하지만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던 2013년과 2015년에도 파죽지세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고 2015년에는 류중일 감독이 이끌던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기억도 있다.

두산이 내세우는 최대 강점은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20승2패 평균자책점 2.54로 다승왕과 승률왕(.909)을 동시에 차지했고 각종 부상으로 불운한 시즌을 보낸 플렉센도 복귀 후 절정의 구위를 과시하고 있다. 다만 플렉센과 알칸타라를 내세운 1,2차전에서 연승을 거두지 못할 경우 국내 선발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은 두산 선발진이 가진 불안요소다.

시즌 중반 선발에서 마무리로 변신한 이영하는 시즌 마지막 한 달 동안 12.2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1.42로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이영하의 마무리 투입이 유력한 가운데 두산으로선 정규리그에서 기복을 보였던 두 이적생 이승진과 홍건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LG에 오지환, 김현수, 로베르토 라모스 등 강한 좌타자가 많은 만큼 불펜으로 나설 함덕주의 할약 여부도 시리즈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두산은 '타선의 폭발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 속에서도 3할 타자 5명을 배출하면서 팀 타율 1위(.293), 팀 득점 2위(816점)에 올랐다. 특히 김재환과 호세 페르난데스,오재일,최주환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파괴력은 LG보다 우위에 있다. 다만 무릎부상과 족저근막염으로 시즌 막판 충분한 실전을 소화하지 못한 박건우와 최주환이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두산 타선의 위력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전적 15승1패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던 2018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두산은 올해도 LG와의 상대전적에서 9승1무6패로 5년 연속 우세시즌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물론 변수가 많은 포스트시즌에서 정규리그의 데이터는 참고사항일 뿐이지만 두산 선수들이 LG를 상대로 남다른 자신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 5년 간 세 번이나 포스트시즌 최종전의 승리자였던 두산의 '가을DNA'는 LG가 가지지 못한 최고의 무기다.

LG에겐 7년, 류중일 감독에겐 5년 전 설욕의 기회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류중일 감독은 삼성을 정규리그 5연패로 이끌었던 지난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만나 1승4패로 크게 패했다. 물론 당시 삼성이 주력 투수 3명이 원정도박스캔들로 엔트리에서 제외돼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지만 통산 5연패를 노리던 삼성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결과였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0년, 이제 류중일 감독은 삼성이 아닌 LG를 이끌고 한국시리즈가 아닌 준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두산에게 설욕할 기회를 얻었다.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선발로 등판해 97개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켈리의 1,2차전 등판은 쉽지 않다. 토종 10승투수 임찬규마저 불펜으로 소모한 LG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루키 이민호를 선발로 예고했다. 만약 이민호가 1차전에서 플렉센을 상대로 대등한 투구를 하거나 승리를 따내 준다면 LG는 더욱 원활하게 선발진을 운용할 수 있다.

시즌 후반 기복을 보이면서 팬들의 우려를 샀던 불펜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정우영, 진해수, 고우석으로 이어지는 핵심 필승조 3인방은 3이닝을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다만 마무리 고우석이 여전히 1.2이닝 동안 3개의 사사구를 허용하며 흔들린 것이 류중일 감독과 최일언 투수코치를 불안하게 하는 부분이다. LG는 타일러 윌슨이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다면 임찬규나 정찬헌을 불펜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신인 홍창기가 동점 밀어내기 볼넷을 골랐고 연장 13회에는 대주자 요원 신민재가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가을의 '씬스틸러'로 활약해 준다면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10월 타율 .207에 키움전에서도 2번 타순에 배치돼 6타수1안타에 그쳤던 '캡틴' 김현수가 친정팀을 상대로 더 좋은 타격감을 뽐낼 필요가 있다.

LG는 지난 2000년과 2013년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해 두산에게 2승4패, 1승3패로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로 범위를 좁히면 LG는 1993년 2승1패, 1998년에는 2연승으로 두산의 전신인 OB베어스를 꺾고 플레이오프로 진출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올해 준플레이오프는 예전처럼 3전2선승제로 진행된다. LG에게 올해는 두산을 잡고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적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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