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에 겹겹이 둘러싸인 미스터리 영화 <빛과 철>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끝냈다. 악몽을 꾸듯 절망과 혼돈의 시간이 이어지는 이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흐릿한 가운데서 묘한 위로를 받는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빛과 철>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렸다.
 
진실 파헤치지만 진실이 중요한 게 아냐
 
 영화 <빛과 철>

영화 <빛과 철> ⓒ 찬란

 
한밤중 자동차 2대가 충돌하는 사고로 가해자 희주(김시은 분)의 남편은 죽고 피해자 영남(염혜란 분)의 남편은 의식불명에 빠진다. 하지만 이것은 세상이 정한 잣대로 판명된 가해자와 피해자이며 진실은 따로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아내들이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면서 그날의 교통사고에 관한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영남의 딸 은영(박지후 분)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진실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진다.
 
"누가 맞다, 틀렸다를 가리는 영화가 아니다. 인간과 인간이 왜 단절되고 멀어질 수밖에 없는지 고민한 것이 이 영화를 출발하게 된 계기다." (배종대 감독)
 
이 영화가 미스터리 장르인 이유는 단지 진실이 베일에 가려져 있어서만은 아니다. 감독의 말처럼 누가 맞고 누가 틀린지, 누가 진짜 가해자이고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 즉 진실을 찾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에 미스터리라 부를 수 있겠다.
 
 영화 <빛과 철>

영화 <빛과 철> ⓒ 찬란

 
영화가 진행돼가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수차례 바뀌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특히 이때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극적이다.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 세 사람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안개 속을 걷는 듯 더욱 혼란스러워지지만 앞서 말했듯 진실을 가려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이 심리 변화는 영화를 끌어가는 동력이고 백미라 할 수 있다.

배종대 감독 역시 공식 인터뷰에서 "사건보다 인물에서 출발했다"며 "같은 사고를 겪었지만 양극단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두 인물이 만나 서로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빛과 철>은 그것이 악연이라 할지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영향을 줘가며 함께 성장하고 절망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들의 연기가 두드러지는 영화
 
 영화 <빛과 철>

영화 <빛과 철> ⓒ 찬란

 
사건보다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는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스크린 안으로 관객을 빨아들이는 염혜란-김시은-박지후의 연기는, 중요한 요소였던 만큼 훌륭했다. 각자 마음속에 비밀을 품고 있는 세 인물이 서로의 마음을 미세하게 드러내거나 감추면서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칼날을 던지는 모습이 서늘하다.
 
염혜란 배우는 이 영화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거머쥐기도 했는데, 오랜 연기내공을 이 영화에서 폭발시킨다. 염혜란을 포함해 세 사람 각각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서로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서슬 퍼런 감정들의 오감이 배우들의 연기를 유기적으로 완성시킨다.
 
배종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은 제22회 부산독립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수상했고 서울독립영화제, 탈린블랙나이츠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관심을 받고 있다.

한 줄 평: 이 비밀, 감당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평점: ★★★★☆(4.5/5)

 
영화정보

제목: 빛과 철 (Black Light)
장르: 시크릿 미스터리
각본/감독: 배종대
출연: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 외
제작: ㈜원테이크필름, 영화사 새삶
제공: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주)
공동제공/배급: 찬란
상영시간: 107분
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1년 2월 18일
 
 
 영화 <빛과 철>

영화 <빛과 철> ⓒ 찬란

빛과철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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