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농구(WKBL) 사상 첫 정규리그 4위팀의 챔피언전 우승이라는 이변이 현실화 될 것인가. 용인 삼성생명이 다시 한번 대어 KB 청주스타즈를 잡고 대망의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9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KB 스타즈의 경기. 연장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은 삼성생명 김한별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9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KB 스타즈의 경기. 연장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은 삼성생명 김한별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생명은 9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84대 83으로 승리했다. 플레이오프의 히든카드로 거듭난 윤예빈은 21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4스틸을 해내며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고, 배혜윤도 18득점으로 지원사격했다.

특히 김한별이 19득점 9어시스트 7리바운드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친 것을 비롯하여 연장전에서는 극적인 위닝샷까지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생명은 연장전에서 82-83으로 끌려가던 경기 종료 0.8초를 남기고 김한별의 과감한 돌파에 이은 골밑슛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KB스타즈는 박지수(20점 16리바운드)와 강아정(23점, 3점슛 5개)이 분전했으나 3쿼터 한때 10여점 차를 리드를 지키지못하고 역전패를 당하며 아픔이 배가 됐다. KB는 4쿼터 종료 0.9초를 남기고 강아정이 자유투 두 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가는 데 성공했지만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삼성생명은 1998년 여자프로농구 출범 후 총 5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명문구단이지만 2006년 여름리그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지난 15년간 여자농구계를 지배한 두 '왕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초강세에 밀려 만년 2-3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올 시즌도 삼성생명의 우승 가능성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여자농구 6개구단 중 상위 4개팀까지 진출하는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4위(14승16패)로 간신히 턱걸이 했던 팀이다. 하지만 4강전(3전 2선승제)에서 1위팀 우리은행을 상대로 1차전을 먼저 내주고도 2,3차전을 내리 따내며 업셋(Upset)을 달성한 데 이어, 챔프전에서는 2위 KB을 상대로도 예상을 깨고 1,2차전을 내리 쓸어담으며 플레이오프에서만 4연승을 질주했다. 역대 챔프전에서 2차전까지 먼저 2승을 거둔 팀의 우승 확률은 100%(12/12)로, 이제 삼성생명이 우승에 절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삼성생명은 올해 플레이오프는 여자프로농구는 물론이고 한국 프로스포츠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정규리그 4위가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은 2001년 겨울리그 한빛은행(우리은행의 전신)에 이어 역대 2번째이자 무려 20년 만이다. 내친김에 '4위팀이자 정규리그 승률 5할 미만'인 팀이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여자농구 사상 최초가 된다.

삼성생명 돌풍의 원동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임근배 감독의 맞춤형 용병술이다. 임 감독은 선수 시절인 1997-1998시즌 챔프전 대전 현대(현 전주 KCC)에서 1회, 은퇴 후 코치로서 남자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총 3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삼성생명 감독으로 부임한 후에는 2016-2017시즌과 2018-2019시즌. 두 번이나 챔프전 진출을 이끌었지만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벽을 넘지못하고 연이어 3전전패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2년 주기로 올 시즌 세 번째 챔프전 진출에 성공한 임 감독은 애초부터 플레이오프를 염두에 두고 시즌을 운용했다. 정규 시즌 김한별 등 핵심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을때도 무리하지 않고 다양한 선수들을 고르게 가동했다. 삼성생명은 정규시즌 1.2위팀이던 우리은행과 KB에 모두 상대전적 1승 5패로 절대 열세를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은 대부분 팽팽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해진 시즌 막바지에는 아예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플레이오프를 대비하여 비장의 수비 전술을 아끼는 여유를 보여줬다. 이는 주전 의존도가 높았던 다른 상위팀들에 비하여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이 체력전과 뒷심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전혀 다른 팀으로 각성했다. 반면 상대팀인 우리은행은 김정은의 부상으로 인하여 플레이오프에서 주축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KB는 박지수라는 최강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지나친 공수 의존도가 오히려 챔프전에서는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두 번째는 플레이오프 방식의 변화다. WKBL은 기존의 플레이오프 진출팀은 3개팀에서 4개팀까지 늘렸고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 어드밴티지를 폐지하고, 1위-4위, 2위와 3위가 동등한 단계에서 PO를 거쳐 챔프전 진출팀을 가리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하여 정규리그 상위팀 입장에서는 장기레이스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도 아무런 혜택을 입지 못하는 역차별이 됐다. 기존의 플레이오프 제도처럼 하위팀이 준PO-PO를 거쳐 낮은 단계부터 올라와야 하는 스텝업 방식이었다면 삼성생명의 이변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제 4위팀의 첫 우승이라는 기적에 1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KB는 이제 여자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2연패 뒤 3연승으로 우승을 뒤집는 기적에 도전해야 한다. 서로 다른 기적을 꿈꾸는 두 팀의 대결은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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