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9회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오승환은 3-2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내며 KBO 최초로 300세이브 달성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9회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오승환은 3-2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내며 KBO 최초로 300세이브 달성했다. ⓒ 연합뉴스

 
삼성이 상대 마무리 투수 폭투로 결승점을 뽑으며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패 후 연승으로 KIA와의 원정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만든 삼성은 공동 선두 LG 트윈스와 SSG랜더스에 반 경기 뒤진 단독 3위로 한 단계 순위를 끌어 올렸다(11승9패).

삼성은 9회 2사 만루에서 정해영의 폭투로 결승점을 뽑았고 8회에 등판한 4번째 투수 우규민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하지만 이날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통산 300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끝판왕' 오승환에게 쏠렸다. 오승환은 497경기 만에 300세이브를 달성한 KBO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과연 수많은 세이브를 달성했던 오승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세이브 순간은 언제였을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오승환도 그렇다

매년 그렇듯 200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도 용마고의 에이스 조정훈, 신일고의 파이어볼러 서동환, 투타를 겸비한 부산고의 야구천재 정의윤(SSG) 등 뛰어난 유망주들이 즐비했다. 180cm도 채 되지 않았던 단국대 출신의 대졸투수 오승환은 2차1라운드 전체 5순위의 지명순위와 1억 8000만 원의 계약금이 말해주듯 특급 유망주와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오승환이 무려 300번이나 삼성의 승리를 지켜낼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투수전문가' 선동열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오승환은 삼성의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마무리 권오준(삼성 퓨처스 스카우트)의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 역할을 맡았다. 시즌 초반 10경기에 등판해 홀드 2개만 기록했던 오승환은 2005년 4월27일 LG와의 홈경기에서 8회에 등판해 2이닝을 1탈삼진 퍼펙트로 틀어 막으며 드디어 역사적인 커리어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물론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고 해서 오승환이 곧바로 삼성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삼성의 마무리는 사이드암 권오준이었고 오승환은 그를 보좌해 전반기에만 5승 1패 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1.44를 기록했다. 그리고 선동열 감독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권오준과 오승환의 보직을 변경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 5개월을 갓 넘긴 풋내기 신인에게 팀의 뒷문을 맡기는 모험을 단행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선동열 감독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오승환은 후반기에만 24경기에 등판해 5승13세이브0.74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10승1패16세이브11홀드1.18로 루키 시즌을 마감했다. 오승환은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에서 7이닝을 던지며 1승1세이브0.00의 성적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만끽한 오승환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돌부처'가 '노송'을 넘어 최고가 되는 순간

오승환이 등장하기 전까지 KBO리그에서 마무리와 세이브를 상징하는 투수는 단연 두 번의 한국시리즈 MVP와 KBO리그 최초의 100승 200세이브에 빛나는 '노송' 김용수였다. 그는 1990년과 1996~1998년 선발 투수로 외도를 한 적이 있음에도 마무리 투수로서 통산 200개가 넘는 세이브를 기록했다(선발로 활약한 네 시즌 동안 모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고 18승을 올린 1998년에는 다승왕에 등극했다).

그렇게 김용수는 통산 126승89패227세이브1홀드2.98이라는 화려한 숫자를 남기고 2000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물론 지금은 김용수보다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가 3명(오승환, 손승락, 임창용)이나 나왔지만 당시만 해도 10년 연속 20세이브를 해야 도달할 수 있는 김용수의 기록이 깨질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지난 2012년 김용수가 16년 동안 세운 기록을 단 8년 만에 경신했다.

2006년 풀타임 마무리 첫 시즌에 47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은 2008년까지 3년 동안 연 평균 42세이브를 기록하며 적수가 없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2009년 어깨 부상으로 4년 연속 세이브왕 등극에 실패한 오승환은 2010년 사타구니 가래톳 부상과 팔꿈치 뼛조각 수술로 16경기 등판에 그치면서 4세이브에 그쳤다. 하지만 오승환은 부상 복귀 시즌이었던 2011년 커리어 두 번째 47세이브를 기록하며 '돌부처'의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다.

그리고 2012년 7월 1일 대구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의 경기에서 3-1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4타자를 상대로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시즌 16번째이자 통산 228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김용수의 대기록을 넘어 KBO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주인공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그 날 이후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라 기록한 세이브 하나 하나는 모두 KBO리그의 새 역사가 됐다.

300세이브 달성,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겨눈다

2013년까지 통산 277세이브와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하며 국내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었던 오승환은 2013 시즌이 끝난 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한신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을 차지한 오승환은 일본에서 정확히 80세이브를 기록한 후 메이저리그로 건너가 232경기에서 42세이브를 추가했다. 그리고 2019년 8월 삼성과 계약하며 6년 만에 국내 복귀를 확정했다.

오승환은 일본에서 활약하던 2015년 삼성의 동료 투수들과 함께 저지른 불법도박사건에 대한 징계를 받느라 작년 6월에야 1군 무대에 등장했다. 작년 45경기에 등판한 오승환은 3승 2패 18세이브 2홀드 2.64의 성적을 올렸다. 한국나이로 39세가 된 마무리 투수의 성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리그를 지배했던 오승환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다.

오승환은 올 시즌에도 시즌 개막 후 첫 7번의 등판에서 4세이브 평균자책점 7.20으로 만족스런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지난 1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299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후 열흘 넘게 세이브 기회 없이 '아홉수'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25일 KIA전에서 1이닝1피안타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번째 세이브를 기록하며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3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한국에서 300세이브, 일본에서 80세이브, 미국에서 42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422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불혹이 된 오승환의 나이와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그의 기량을 고려하면 오승환의 다음 목표라 할 수 있는 500세이브까지는 분명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더 좋은 기록을 쌓아 후배들에게 더 큰 목표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역대 최고 마무리 오승환의 도전은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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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300세이브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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