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 모습

지난 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1 세 팀이 나란히 3골을 몰아넣으며 완승의 휘파람을 신나게 불었다. 토요일 대구 FC와 수원 FC 두 팀이 먼저 기분 좋은 승리 소식을 홈팬들에게 전했고, 수원 블루윙즈는 일요일 오후 전주성을 적막하게 만들었다. 초록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그라운드에 나서기까지 많은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던 백승호는 물론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도 최근 4게임 무승(3무 1패 3득점 5실점)이라는 부진한 성적 때문에 5478명 홈팬들 앞에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대구 FC, 파죽의 5연승

토요일 오후 먼저 웃은 팀은 대구 FC와 수원 FC였다. 오후 2시 DGB 대구은행파크와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동시에 시작한 두 게임이 비교적 이른 시간에 터진 골들로 흐름이 한쪽으로 넘어갔다.

게임 시작 후 10분만에 대구 FC가 멋진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전 라운드까지 가장 잘 나가는 두 팀(4게임 연속 승리 대구 FC, 3게임 연속 무패 인천 유나이티드)의 만남이었기에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질 것 같았지만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대구 FC가 완벽하게 살려내며 완승의 발판을 놓았다. 

근육 부상을 털어버리고 돌아온 세징야의 프리킥이 먼저 키다리 수비수 정태욱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날아들었고 헤더 어시스트를 받은 김진혁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바로 앞에서 머리로 돌려넣었다.

대구 FC의 완승에는 운도 따랐다. 첫 골 이후 3분만에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 실수로 행운의 추가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대구 FC의 롱 패스 공격 시도를 끊으려는 인천 유나이티드 센터백 오반석이 동료 골키퍼 이태희에게 헤더 백 패스를 보냈다가 호흡이 안 맞아 세징야에게 빈 골문을 쉽게 열어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게임 시작 후 13분만에 2-0으로 앞서나간 대구 FC는 88분에 U22 유망주 오후성이 츠바사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침착한 오른발 돌려차기로 프로 데뷔골을 터뜨리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5게임 연속 승리 기록을 찍어냈다.

반면에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시즌 첫 풀 타임 활약을 펼쳤지만 압도적인 공 점유율(인천 유나이티드 66%, 대구 FC 34%)과 패스 성공률(인천 유나이티드 85.8% 612/713개, 대구 FC 65% 175/269개)에도 불구하고 효율성 떨어지는 공격으로 완패하고 돌아서야 했다.

수원, 축구 수도 연합 깃발 휘날리다

다른 시민 구단 수원 FC도 같은 시각에 서귀포에서 신나는 완승 소식을 전해주었다. 같은 승격 팀 입장이라도 순위표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어웨이 게임이라 까다로운 조건이었지만 전반전에만 코너킥 세트 피스로 두 골을 몰아넣으며 완승의 밑거름을 뿌렸다.

수원 FC의 수비수 조유민이 두 번의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모두 골로 연결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게임이었다. 센터백과 공격수를 넘나들며 대구 FC를 3위까지 끌어올린 김진혁에 이어 '골 넣는 수비수' 부문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셈이다.

코너킥 세트 피스 순간 상대적으로 가까운 쪽 움직임이 날카로운 조유민은 18분에 무릴로가 올린 왼쪽 코너킥으로 첫 골을, 28분에 이영재가 올린 오른쪽 코너킥으로 두 번째 헤더 골을 성공시켰다. 10분 간격을 두고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수비수가 골을 연거푸 터뜨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꼴찌 팀 수원 FC에게는 매우 큰 힘이 되는 순간들이었다.

수원 FC는 58분에 김상원의 기습적인 얼리 크로스를 받은 라스가 오른발로 쐐기골을 터뜨려 제주 유나이티드 남기일 감독을 화나게 만들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이창민이 한 골을 따라붙기는 했지만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원 FC는 지난달 4일 홈 게임으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시즌 첫 만남에서도 조유민의 극장 결승골을 프리킥 세트 피스로 만들어낸 바 있기에 이번 어웨이 게임 코너킥 세트 피스 두 개로 만든 완승에 더 큰 의미가 보인다. 덕분에 수원 FC는 이번 라운드 게임이 없었던 광주 FC를 끌어내리고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토요일 수원 FC가 어웨이 게임을 3-1로 이긴 것과 매우 비슷하게 일요일 수원 블루윙즈도 어웨이 게임을 3-1로 이겼다. '축구 수도 수원'이라는 연합 깃발을 만들어 펄럭이게 해도 될 만한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수원 블루윙즈의 상대 팀이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였기에 더 놀라웠다. 

특히 수원 블루윙즈의 U22 멤버들(정상빈, 강현묵, 김태환)이 전북의 내로라하는 베테랑 멤버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펄펄 날았다. 그 중에서도 정상빈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임 시작 후 9분만에 왼쪽 측면 역습 기회에서 전북이 자랑하는 오른쪽 풀백 이용을 따돌리는 드리블 실력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고 결국 후반전에 큰 일까지 해냈다.

62분 21초부터 71분 12초에 이르는 8분 51초 동안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가 3골을 몰아넣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곳이 챔피언의 앞마당 전주성이었기에, 그리고 그동안 수원 블루윙즈와 그 팬들을 우습게 여겼던 전북 미드필더 백승호가 70분까지 뛰었기에 더 놀라운 결과였다.

62분 21초에 수원 블루윙즈의 첫 골이 전북 골망을 흔들었다. 이 게임 후반전부터 뛰기 시작한 주장 김민우의 날카로운 발끝이 더 돋보이는 날이었다. 김민우의 전진 패스를 받은 정상빈이 낮게 깔리는 오른발 유효 슛을 날렸고 이 공을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 가까스로 쳐냈다. 하지만 세컨드 볼을 놓치지 않겠다는 고승범의 활동량과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밀어넣기가 압권이었다.

첫 골이 들어간 뒤 3분 20초만에 수원 블루윙즈의 두 번째 골이 더 멋지게 들어갔다. 이번에도 김민우의 빠른 판단이 어시스트 패스로 이어졌고 수원 블루윙즈의 희망 정상빈이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최성근의 가로채기 과정에서 김보경을 쓰러뜨리는 반칙 논란이 있었지만 김종혁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 확인을 거쳐 골 판정을 그대로 인정했다.

그리고 5분 31초 뒤에 수원 블루윙즈의 쐐기골까지 이어 나왔다. 이번에도 김민우가 빠르게 방향을 바꿔 넘겨준 공을 이기제가 받아서 시원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전주성 점수판을 '전북 현대 0-3 수원 블루윙즈'로 만들어냈다.

K리그 1 연속 우승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우기 위해 승승장구하던 전북 현대가 최근 3게임을 모두 비기기는 했지만 이렇게 5478명 홈팬들 앞에서 완패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후반전 추가 시간 1분만에 일류첸코가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따라붙기는 했지만 수원 블루윙즈의 파란 날개를 위협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이 나란히 이긴 것이 지난달 17~18일에 열린 10라운드(수원 FC 2-1 강원 FC / 수원 블루윙즈 3-0 울산 현대)였기에 이번 14라운드 결과는 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곧바로 15라운드가 주중 게임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도 코로나-19로 인하여 2게임 일정이 취소됐지만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은 나란히 홈 게임으로 중요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화요일(5월 11일) 저녁에는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수원 FC와 광주 FC의 꼴찌 싸움이 열리고, 수요일(5월 12일) 저녁에는 수원 블루윙즈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빅 버드에서 상위권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게임을 펼친다.

2021 K리그1 14라운드 결과(왼쪽이 홈 팀)
대구 FC 3-0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진혁(10분,도움-정태욱), 세징야(13분), 오후성(88분,도움-츠바사)] : 관중 2958명

★ 제주 유나이티드 1-3 수원 FC [득점 : 이창민((90+3분,도움-김영욱) / 조유민(18분,도움-무릴로), 조유민(28분,도움-이영재), 라스(58분,도움-김상원)] : 관중 1574명

★ 포항 스틸러스 1-1 강원 FC [득점 : 크베시치(32분,도움-신진호) / 신창무(19분,도움-실라지)] : 관중 2079명

★ 전북 현대 1-3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일류첸코(90+1분,PK) / 고승범(63분), 정상빈(66분,도움-김민우), 이기제(72분,도움-김민우)] : 관중 5478명

☆ 코로나-19로 연기된 14라운드 두 게임 
광주 FC - FC 서울 / 울산 현대 - 성남 FC

◇ 2021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14게임 29점 8승 5무 1패 26득점 12실점 +14
2 울산 현대 13게임 25점 7승 4무 2패 18득점 9실점 +9
대구 FC 14게임 22점 6승 4무 4패 18득점 17실점 +1
4 수원 블루윙즈 14게임 22점 6승 4무 4패 17득점 11실점 +6
5 제주 유나이티드 14게임 20점 4승 8무 2패 15득점 12실점 +3
6 포항 스틸러스 14게임 20점 5승 5무 4패 14득점 15실점 -1
7 성남 FC 13게임 16점 4승 4무 5패 10득점 11실점 -1
8 FC 서울 13게임 14점 4승 2무 7패 15득점 17실점 -2
9 강원 FC 14게임 14점 3승 5무 6패 13득점 18실점 -5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14게임 14점 4승 2무 8패 13득점 24실점 -11
11 수원 FC 14게임 13점 3승 4무 7패 14득점 23실점 -9
12 광주 FC 13게임 13점 4승 1무 8패 11득점 15실점 -4

◇ 2021 K리그1 U22 득점 순위(총 179골 중 26골)
1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1999년 9월생) 5골
2 정상빈(수원 블루윙즈, 2002년 4월생) 4골 
3 김민준(울산 현대, 2000년 2월생) 3골
4 오후성(대구 FC, 1999년 8월생) 1골
4 김태환(수원 블루윙즈, 2000년 3월생) 1골
4 김봉수(제주 유나이티드, 1999년 12월생) 1골
4 강현묵(수원 블루윙즈, 2001년 3월생) 1골
4 엄지성(광주 FC, 2002년 5월생) 1골
4 이성윤(전북 현대, 2000년 10월생) 1골
4 구본철(인천 유나이티드, 1999년 10월생) 1골
4 김진성(FC 서울, 1999년 12월생) 1골
4 정한민(FC 서울, 2001년 1월생) 1골
4 이중민(성남 FC, 1999년 11월생) 1골
4 김대우(강원 FC, 2000년 12월생) 1골
4 엄원상(광주 FC, 1999년 1월생) 1골
4 조상준(수원 FC, 1999년 7월생) 1골
4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2001년 7월생) 1골

◇ 2021 K리그1 15라운드 일정(왼쪽이 홈 팀)
☆ 인천 유나이티드 FC - 포항 스틸러스 [5월 11일(화) 오후 7시 30분, 인천 전용]
☆ 수원 FC - 광주 FC [5월 11일(화) 오후 7시 30분, 수원 종합]
☆ 수원 블루윙즈 - 제주 유나이티드 [5월 12일(수) 오후 7시, 수원 월드컵]
☆ 강원 FC - 울산 현대 [5월 12일(수) 오후 7시 30분, 춘천 송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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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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