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개그우먼들의 끈끈한 투혼과 팀워크가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14일 방송된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는 여성 개그우먼들로 구성된 '개벤져스'와 재한 외국인들로 구성된 '월드클라쓰'의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다.

'월드클라쓰 vs 개벤져스'의 단두대 매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불타는 청춘 멤버들로 꾸려진 '불나방'이 1승 1패, 개벤져스가 1승, 월드클라쓰가 1패를 기록중이었다. 이미 조별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불나방은 지난 경기에서 개벤져스에게 승부차기 끝에 첫 패를 기록했지만, 이미 1승에 골득실에서도 +2로 앞서있었기에 토너먼트 진출은 사실상 확정된 상황. 개벤져스는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올라갈수 있으나 월드클라쓰가 이긴다면 승자승으로 역전도 가능한 단두대 매치였다.

개벤져스에게는 최종전을 앞두고 비보가 전해졌다. 팀의 주축이던 오나미가 불나방전에서 당한 발가락 부상 때문에 경기 출전 불가 통보를 받은 것. 월드클라쓰 역시 최진철 감독과 팀원들의 훈훈한 케미를 보여주며 최종전에서의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드디어 시작된 최종전 경기는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개벤져스의 선축으로 시작된 킥오프와 동시에 김민경이 묵직한 첫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경실의 슈팅이 에바의 태클에 막혔고 코너킥에서는 신봉선이 한 끗 차이로 슈팅 시도가 헛발질이 됐다. 에바의 핸드볼로 문전 바로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에서는 김민경의 페이크에 이어 신봉선의 슈팅으로 상대 허를 찌르는 멋진 세트플레이를 선보였으나 월드클라쓰의 수비벽에 막혔다. 조혜련이 길게 문전으로 연결해준 골킥에 이은 이경실의 백헤딩이 유효슈팅으로 이어지며 첫 헤딩골이 나올 뻔했으나 엘로디가 잘 선방해냈다.

초반 개벤져스의 파상공세에 밀리던 월드클라쓰는 사오리의 스피드를 이용해 서서히 반격에 나섰다. 중원에 양팀 선수들이 몰린 혼전 상황에서 김민경의 중거리 슈팅을 마리아가 클리어링한 볼이 사오리에게 연결되며 완벽한 1대 1찬스를 맞이했다. 개벤져스는 조혜련이 사오리의 슈팅을 발로 선방해내며 위기를 넘겼다. 사오리는 문전 근처에서 끊임없이 위치를 바꿔가며 개벤져스의 골문을 위협했다.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흐름이 점점 월드클라쓰 쪽으로 넘어갔다.

결국 월드클라쓰가 개벤져스의 수비 집중력이 무너진 틈을 타 선제골을 따냈다. 조혜련의 골킥을 측면에서 따낸 에바가 한박자 빠른 스루패스를 전방으로 연결했고 쇄도하던 구잘이 또다시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다. 조혜련이 뛰어나왔지만 구잘은 조혜련과의 볼경합마저 이겨내고 무인지경에서 침착하게 왼발로 공을 골문에 밀어넣었다. 월드클라쓰가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하며 이대로는 개벤져스가 탈락하는 상황.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한 장면.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한 장면. ⓒ SBS

 
개벤져스도 전반 막판 결정적인 동점 기회를 잡았다. 김민경이 개벤져스 진영 측면에서 킥인한 슈팅이 그대로 골문을 갈랐다. 개벤져스는 동점골에 환호했지만 의외로 황선홍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축구규정상 사이드에서의 킥인은 다른 선수와의 접촉이 없이 골문에 들어가면 득점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득점이 취소된 개벤져스는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양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한 끝에 전반이 종료됐다. 양팀 선수들은 하프타임에도 김민경의 킥인 상황에서 사오리의 수비 위치를 두고 열띤 논쟁을 펼치며 뜨거운 승부욕을 이어갔다.

양팀은 필승의 전의를 불태우며 후반전에 나섰다. 선제골의 흐름을 탄 월드클라쓰의 공세가 이어졌다. 에바의 중거리 슈팅이 조혜련의 선방에 막혔고, 코너킥 상황에서 사오리의 감각적인 터닝 슈팅이 골대를 맞고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기도 했다.

월드클라쓰의 역습 상황에서 사오리와 안영미, 이경실 세 명이 잇달아 충돌하여 넘어지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안영미는 지난주 불나방전에서 서동주와의 충돌로 오른쪽 눈가를 다친 데 이어 이번엔 왼쪽 눈가에 부상을 입으며 2주 연속 붕대 투혼을 펼쳐야 했다. 

설상가상 이경실도 팔부상으로 더 이상 경기출전이 어렵게 됐다. 더 이상 교체선수가 없는 개벤져스는 위기에 몰렸고 결국 오나미가 발가락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출전을 자처했다.

개벤져스에게도 단 한골만이 필요한 상황. 김민경을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월드클라쓰가 역습과 세트피스로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월드클라쓰는 2대 1 찬스를 맞이했지만 구잘의 아쉬운 패스미스로 추가골의 기회를 놓쳤다. 엘로디의 킥인으로 연결된 사오리의 슈팅은 조혜련의 선방에 막혔고, 이어진 에바의 2차 슈팅은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최진철 월드클라쓰 감독은 1분30초를 남기고 작전타임을 통하여 개벤져스의 흐름을 끊고는, 사오리를 제외한 전원 수비에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시간에 쫓긴 개벤져스는 경기 막판 골키퍼 조혜련까지 골문을 비우며 전방으로 올라가며 마지막 총공세를 노렸다. 하지만 월드클라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수비에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고, 추가시간 개벤져스의 마지막 공격에서 신봉선의 킥인을 에바가 멀리 클리어링해내며 경기는 결국 월드클라쓰의 1-0 승리로 끝났다.

화제성와 인기 증명한 '골때녀'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한 장면.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한 장면. ⓒ SBS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송된 <골때녀>는 가구 시청률 6.4%(수도권 기준 평균 시청률)를 기록했으며 화제성과 경쟁력 지표인 2049 타깃 시청률에서는 3.2%로, 5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드 클라쓰의 본선 진출이 확정된 클라이맥스 순간에는 최고 시청률이 10%까지 치솟았을 만큼 높은 화제성과 인기를 증명했다.

승패를 떠나 두 팀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 서로를 아껴주는 따뜻한 팀워크는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아쉽게 토너먼트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공식전 첫 경기에서 불나방에 1-3으로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던 월드클라쓰는 2차전에서 개벤져스를 잡고 기사회생하며 극적인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최진철 감독 개인으로서도 설특집 파일럿때 구척장신의 감독을 맡아 꼴찌를 기록하며 경질당한 것을 포함하여 무려 3연패의 수모를 딛고 대회 첫승을 거두게 됐다.

감독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한국인이 없이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로 구성된 월드클라쓰는 축구를 통하여 국경을 넘어서 하나의 팀이 된 모습을 보여주며 훈훈한 미소를 짓게 했다. 최진철 감독은 "이게 뭐라고, 월드컵 나가서 이길 때보다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눈물까지 흘린 엘로디는 "우리를 위해서 화도 안내고 열심히 가르쳐주신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었다"며 최 감독에게 승리의 영광을 돌렸다.

패자인 개벤져스 역시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던 개벤져스는 잘 싸우고도 아쉽게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괜찮아, 최선을 다했다"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개벤져스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라커룸은 눈물바다가 됐다. 김민경은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한골인데, 그 한골을 못 넣었다"며 속상해했고 오나미는 "다쳐서 너무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후배들 앞에서 애써 감정을 자제했던 조혜련도 라커룸에 쓰러져서 눈물을 흘렸고 주장 신봉선이 다가가 조혜련을 포옹하며 위로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개벤져스 출연자들이 얼마나 이 프로그램에서 진심을 다하여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편, 개벤져스는 이제 B조 최하위팀과 5·6위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또한 다음 주 방송에는 이번 대회에 첫 선을 보이는 신생팀 액셔니스타의 등장과 함께 모델팀 구척장신과의 B조 2차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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