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 세버그>의 포스터.

영화 <진 세버그>의 포스터. ⓒ 이선필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서 진 세버그를 만난 영화팬이라면 그 매력에 흠뻑 빠졌을 것이다. 화면 속 그의 앳된 모습은 큰 잠재력과 스타성을 품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프랑스와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배우로 급성장하며 활짝 꽃을 피웠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만큼 화려하기만 하거나 풍요롭진 못했다. 흑인 인권 단체의 후원자로, 미국 내 만연했던 인종차별에 반대했던 운동가로서 세버그는 배우 생활과는 전혀 다른 탄압과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비밀리에 말이다. 진 세버그는 자신을 상징하는 숏컷과 당당한 이미지로 1960년대를 풍미했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이후에도 영화팬들 가슴에 오래 남아있다.

오는 11월 4일 개봉하는 영화 <세버그>는 바로 화려하면서도 동시에 암울했던 세버그의 데뷔 이후 시절을 담고 있다. 흑인 인권 운동가이자 흑표당과 관계가 깊던 하킴 자말과 강한 유대감이 있던 진 세버그의 모습이 마치 실제인 듯 화면에 구현된다.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진 세버그 역을, <어벤져스> 시리즈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안소니 마키가 하킴 자말을 연기했다.

영화는 자유분방했던 진 세버그와 그를 감시하게 되는 FBI 요원을 교차로 등장시키며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삶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시작했을 때 나타나는 비극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FBI의 부흥기를 이끈 존 에드거 후버 국장 시절 민간인 사찰과 정보 조작이 얼마나 잔혹했고, 비윤리적이었는지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영화 <세버그>의 한 장면.

영화 <세버그>의 한 장면. ⓒ 블루라벨픽쳐스

  
 영화 <세버그>의 한 장면.

영화 <세버그>의 한 장면. ⓒ 블루라벨픽쳐스

 
진 세버그는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당대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탄압을 겪었다. 남편 로맹 가리와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던 그는 FBI의 공작으로 하킴 자말과 불륜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기도 했고, 사실과 다른 임신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지게 됐고, 홀로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두려움에 떨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 여배우의 저항정신, 행동가로서의 위대함도 중요하지만 무분별한 권력의 통제와 개입의 무서움을 새삼 강조한 모양새다. 감독은 신입 FBI 요원 잭 솔로몬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그나마 잠재적으로 싹트고 있던 양심의 힘과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가짜 뉴스와 인종차별이 판치던 그 시기를 낱낱이 보이고 싶었다"고 연출자인 베네딕트 앤드류 감독은 밝힌 바 있는데 어쩌면 오늘날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획 의도기도 하다.

가짜 뉴스가 SNS발 소식으로 전환됐고, 인종차별은 여러 형태의 혐오로 발현되는 요즘이다. <세버그>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의 삶을 통해 어떻게 깨어 있어야 하는지 새삼 질문을 던진다.

한줄평: 개인을 파괴하는 사회에 대한 뜨거운 고발 
평점: ★★★☆(3.5/5)

 
영화 <세버그> 관련 정보
감독:    베네딕트 앤드류
각본:    조 샤널, 안나 워터하우스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안소니 마키, 잭 오코넬
수입:    ㈜블루라벨픽쳐스
배급:    ㈜예지림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102분
개봉:    2021년 11월 4일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세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흑표당 블랙 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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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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