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빈필하모닉 협연을 공지하는 카네기홀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조성진의 빈필하모닉 협연을 공지하는 카네기홀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카네기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출연이 취소된 러시아 피아니스트를 대신해 카네기홀에 섰다.

조성진은 25~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 출연해 협연을 펼쳤다.

당초 이번 공연은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협연할 예정이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지지한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그러나 공연을 앞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터지자 게르기예프와 마추예프의 공연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0년 넘게 친분을 쌓아온 게르기예프는 푸틴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TV 광고에 출연하고, 러시아 정부가 추진한 성소수자 탄압 법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또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침공해 강제 합병할 때도 러시아 문화·예술가 19명과 함께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마추예프도 이 성명에 참여했다. 

당초 빈필하모닉 측은 게르기예프와 마추예프는 정치인이 아니라 예술가로 공연에 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공연을 불과 하루 앞두고 이들을 전격 교체했다. 

카네니홀과 빈필하모닉에는 항의 전화가 쏟아졌고, 소셜미디어에서는 #CancelGergiev'(게르기예프를 취소하라)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들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넘쳐났다. 시위에 참여한 한 뉴욕 시민은 "예술은 침공에 반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보이콧' 확산... "예술은 침공 반대해야"
 
 러시아 출신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빈필하모닉 지휘 취소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러시아 출신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빈필하모닉 지휘 취소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 뉴욕타임스

 
결국 게르기예프를 대신해 야닉 네제 세갱이 지휘를 맡고 맡게 됐고, 피아니스트 마추예프의 빈자리는 조성진이 채우게 됐다. 처음으로 빈필하모닉과 협연하게 된 조성진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카네기홀은 조성진에 대해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하며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을 위해 독일 베를린에서 뉴욕으로 온 것에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최근 음악계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 지지자인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도 이날 덴마크 공연을 불과 1시간 정도 앞두고 돌연 출연이 취소됐다.

반면에 우크라이나 침공에 강력히 반대하는 러시아 예술가도 있다. 체코 필하모닉 음악감독이자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는 침공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고,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멜니코프는 공연에 앞서 "러시아 사람이라는 것에 죄책감을 갖게 한 이들에게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조성진 러시아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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