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야구인 출신 KBO 총재가 나올 전망이다. 그 주인공은 '허프라' 허구연 해설위원이다.

KBO는 11일 제 4차 이사회를 열고 MBC 허구연 해설위원을 제 24대 총재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8일 정지택 전 총재가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한 달여 만에 차기 총재 후보가 확정된 것이다.

그동안 KBO 총재직을 맡았던 14명은 정치인(10명)이거나 기업인(4명)이었다. 그러다보니 야구계 안팎에서는 KBO리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야구를 잘 아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허 위원이 순수 야구인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KBO를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랜 기간 동안 마이크를 잡았던 허구연 해설위원(오른쪽)이 한국 야구 발전이라는 과제를 안고 KBO 총재직을 맡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마이크를 잡았던 허구연 해설위원(오른쪽)이 한국 야구 발전이라는 과제를 안고 KBO 총재직을 맡게 됐다. ⓒ MBC


한국 야구 발전 위해 힘써왔던 허구연 해설위원

경남고등학교, 고려대학교를 졸업해 한일은행 소속으로 실업야구에서 뛰다가 1970년대 말 동아방송서 해설가 생활을 시작한 허구연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출범에 맞춰 1982년부터 MBC에서 해설가로 활약했다. 1986년에는 청보 핀토스 지휘봉을 잡아 역대 최연소(만 34세) 1군 감독이라는 이력을 남겼으나 저조한 성적으로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2004년부터 9년간 대한야구협회 이사를 맡기도 했던 허 위원은 KBO 규칙위원장,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야구발전위원장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KBO 총재 고문 경험도 있어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유소년 야구 등 다방면에서 큰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도 그를 대표하는 용어인 '허프라(허구연+인프라의 합성어)'에 걸맞게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등 국내 신축 구장 공사와 더불어 9번째 구단 NC 다이노스, 10번째 구단 KT 위즈가 KBO리그에 입성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다.

허 위원은 KBO리그 중계를 할 때마다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2020년에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야구팬들과 더 활발한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다. 최근에는 공사 진행 속도가 더딘 대전 신구장 문제를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총재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KBO 정관 '제 10조(임원의 선출)' 조항에 따라서 이사회 재적 인원(11명)의 3/4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적어도 8명 이상이 찬성 쪽에 표를 던져야 한다는 것인데, 지난 2일에 열린 제 3차 이사회서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다음 이사회를 기약했다.

이번 이사회에는 8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단일 후보로 KBO 총재 후보에 올랐다. 향후 개최될 구단주 총회에서도 재적회원 3/4 이상이 찬성하게 된다면 허구연 해설위원은 제 24대 KBO 총재가 된다. 현재로선 구단주 총회서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 위원 취임한다면... 크고 작은 변화 기대해볼 수도

허구연 해설위원은 이전 총재들과 달리 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 정지택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2년간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지만, '변화'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우선 최근 직접 문제로 제기했던 대전 신구장 공사 상황을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높다. 원정팀 덕아웃을 새 단장한 잠실구장을 포함해 기존 구장의 인프라 개선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내년에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열리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KBO가 올초부터 공정한 선발 기준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큼이나 잡음 없이 대회를 준비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또한 여성 팬 유입과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리그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주 이야기하는 등 마케팅을 중요하게 여겼던 허 위원이 자신이 갖고 있는 야구관이나 생각을 정책적인 요소에 잘 녹여낸다면 야구팬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수 년간 방역수칙 위반, 스트라이크존 판정 등 여러 이유로 리그에 대한 팬들의 신뢰도가 추락한 상태다. 이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 허 위원이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20여 일 앞두고 상식적인 결정이 나온 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희망을 엿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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