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250(본명 이호형·40)의 '뽕'은 2022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다.

DJ 250(본명 이호형·40)의 '뽕'은 2022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다.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뽕'은 일종의 조미료"

'뽕'을 찾는 아티스트가 있었다. 원래 그는 세련된 전자 음악을 선보이며 보아, NCT127, 있지 등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던 프로듀서였다. 어느 날 소속사의 제안을 받아 뽕을 접한 남자는 트로트의 하위 장르 뽕짝에 사로잡혔고, 관광버스나 고속도로, 카바레와 장터에서 울려 퍼지는 오묘한 음악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녔다. 2018년 해외 래퍼의 내한 공연이 벌어지던 홍대의 지하 클럽에서 처음 만난 그의 관심은 오로지 뽕, 그것뿐이었다.

DJ 250(본명 이호형·40)의 '뽕'은 2022년 상반기 화제작이다. 기나긴 탐구와 제작의 과정을 거쳐 제작한 앨범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뽕짝의 본질을 탐구하여 그 속에 깊게 배인 인간의 감정을 전자 음악으로 풀어낸 문제작이다. 3월 18일 발매된 '뽕'은 순식간에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3월 31일 서울 삼각지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250은 "옛날 음악 같지만 요즘 음악처럼 들렸으면 좋겠고, 슬픈 음악이지만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뽕'을 일종의 조미료라 생각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심심한 음식에 조미료 한 숟가락을 넣으면 모든 맛이 다 끌러내어지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마저 되살려내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음악을 일단 만들어 놓은 다음, 은은한 슬픔을 전하기 위해 뽕의 요소를 넣었습니다."
 
 힙합, 케이팝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250은 '뽕'을 만들기 위해 7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제작된 '뽕'은 '뽕마니(뽕+심마니)'의 치밀한 기록이다.

힙합, 케이팝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250은 '뽕'을 만들기 위해 7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제작된 '뽕'은 '뽕마니(뽕+심마니)'의 치밀한 기록이다.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7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제작된 '뽕'은 '뽕마니(뽕+심마니)'의 치밀한 기록이다. 정겨운 트로트 가락을 힙합,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록, 신스 팝에 접목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250만의 음악으로 만들었다. 고속도로 테이프 속 휘황찬란한 전자오르간(신시사이저) '꽈배기 톤' 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때리다가도 처연한 건반 소리가 들릴 때면 이유 없이 서글퍼진다. '뽕'은 '뽕'이되 '뽕'이 아니다. 

250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꺼려지는 이 장르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대한민국 음악의 산증인들을 불러 모았다. 대한민국 뽕짝 대표 이박사는 '사랑이야기'에 추임새를 더했고 그의 영원한 음악 파트너 김수일은 앨범을 여는 '모든 것이 꿈이었네'에서 생전 처음으로 보컬 녹음을 했다. 베테랑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이 참여한 '로얄 블루', 대중음악의 전설 신중현의 음악을 샘플링한 '나는 너를 사랑해', 시대를 풍미한 작사가 양인자가 가사를 쓰고 '아기 공룡 둘리'의 주제가를 부른 오승원이 노래를 부른 '휘날레'가 쉴 틈 없이 휘몰아친다. 전자오르간 마스터로 손꼽히는 나운도도 힘을 보탰다. 

긴 시간 묵묵히 자리를 지킨 음악을 복각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티스트도 노래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박사의 키보디스트 김수일의 목소리를 담은 '모든 것이 꿈이었네'를 완성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무심코 찾아본 유튜브 영상 속 청아한 목소리로 추억의 만화영화 주제가를 부르던 오승원을 찾아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휘날레' 빚어낸 시간도 결코 짧지 않았다. 작업 과정을 회상하며 250은 자기 자신에 대해 '이만한 앨범을 만드는 데 이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모든 것이 꿈이었네'의 경우 보컬 녹음 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2년 정도 답보 상황이었지요. 어느 날 '지난 시간에 대한 기록물로 남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멋지게 들리는 드럼 사운드를 빼버리고 한 사람이 손뼉 치면서 노래하는 느낌을 만들어나갔습니다.

오승원 님이 '휘날레'를 부르시자마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30여 년 전 TV 앞에서 '아기 공룡 둘리'를 보던 꼬마 아이 시절의 기억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었어요. 어딘가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슬프더군요. 오승원 선생님의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저는 시간이 흘러 아저씨가 되어버렸으니까요."

250의 설명처럼 '뽕'은 기억 속 깊이 잠들어있던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모든 것이 꿈이었네'를 시작으로 돌아가는 삶의 필름은 마지막 열정을 태워보려 마구 몸을 움직이는 '뱅버스'와 '사랑이야기'를 펼쳐 보이지만 이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한 장면을 몰래 엿보는 소격 효과의 '이창'과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허무함이 짙게 남는다. '바라보고'와 '나는 너를 사랑해', '주세요'의 무아지경을 거쳐 고독한 위스키 한 잔을 마시는 남자의 '로얄 블루'와 '레드 글라스'가 초라한 남자의 뒷모습에 희미한 조명을 비춘다. 250의 '뽕'은 회한 , 슬픔, 그리고 고독이다.

"아주 격렬한 사운드로 슬픈 멜로디를 연주하면 복잡한 감정이 들거든요. 악보를 보며 음악을 느끼는 건 아니잖아요. 소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어떤 감상이 있어요. 똑같은 선율도 어떤 악기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르고요. '뽕'은 우리에게 익숙한 뽕짝의 요소도 고려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제가 사용하는 악기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에 뽕을 첨가해 현대적으로 만들려 했던 작품이에요. 250의 뽕짝인 거죠."
 
 3월 31일 서울 삼각지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250은 "옛날 음악 같지만 요즘 음악처럼 들렸으면 좋겠고, 슬픈 음악이지만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3월 31일 서울 삼각지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250은 "옛날 음악 같지만 요즘 음악처럼 들렸으면 좋겠고, 슬픈 음악이지만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뽕'은 프랑스 프로듀서 챠브(CHAB)와 일본의 엔지니어 거장 코테츠 토루의 두 가지 믹스로 발매됐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챠브의 버전을, 2,000장 한정 판매량 매진을 달성한 CD는 코테츠 토루의 믹스를 확인할 수 있다. 250은 챠브와 코테츠 토루의 버전을 '선명한 해상도로 모든 부분이 향상된 음악과 과거 당대 최고의 고급 텔레비전으로 담아놓은 아기자기한 음악'의 차이로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250에게 '뽕'의 의미를 물었다. 

"'모든 것이 꿈이었네'에서 '아이고, 나는 가수가 아니니까...'라 읊조리시는 김수일 선생님의 말씀이 핵심이에요. 제가 뽕짝 아티스트는 아니잖아요. 제가 해석한 '뽕'을 담으려 노력한 작품입니다. 긴 시간 동안 '뽕'을 들으며 살아온 삶의 여러 감정, 그중 슬픔의 정서를 마주 보고 마무리하려 했던 앨범이죠. '휘날레'에 오승원님을 꼭 모시고 싶었던 이유에요. '아기 공룡 둘리'의 슬픔이 오승원 님의 목소리였다면, 그 슬픔을 끝낼 수 있는 사람도 오승원님밖에 없는 거잖아요. '뽕'은 '뽕'으로 맺어져야 하는 거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음악 플랫폼 제너레이트(http://naver.me/xMbmD57N)에도 실렸습니다.
250 이오공 음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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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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