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안방에서 5위 키움을 꺾고 지난주 4승 2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6안타를 때려내며 5-2로 역전승을 거뒀다. 한화는 키움 선발진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안우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역전승을 따내면서 이날 KIA타이거즈에게 5-10으로 패한 7위 KT위즈와의 승차를 반경기로 좁혔다(8승 13패).

한화는 이날 타선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한 임종찬이 7회 결승 적시타를 때렸고 한화의 간판타자 노시환은 6회 안우진으로부터 2타점 동점 적시타를 작렬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박윤철이 5이닝 2실점을 기록한 가운데 6회부터 등판한 4명의 불펜투수가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9회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은 장시환은 최근 3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독수리 군단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떠오르고 있다.

끝내 완성되지 못했던 강속구 유망주
 
투구하는 장시환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한화 장시환이 8회에 투구하고 있다.

▲ 투구하는 장시환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한화 장시환이 8회에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선동열이나 구대성, 김용수처럼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올리는 대투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투수들은 본인이 편하게 생각하는 보직이 따로 있다.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동안 111세이브를 올렸던 정재훈(두산 투수코치)은 2009년 선발로 변신했지만 단 5승에 그쳤다. '선발체질'이 아님을 확인한 정재훈은 2010년 불펜으로 돌아가 8승 23홀드를 기록하며 생애 첫 홀드왕에 등극했다.

2012년까지 장효훈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장시환은 천안북일고 시절부터 강속구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다. 백정현(삼성 라이온즈), 김민성(이상 LG 트윈스), 손아섭(NC다이노스), 김강률(두산) 등 현재 KBO리그에서 각 구단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선수들보다 먼저 지명됐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는 선수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장시환은 현대 유니콘스가 우리 히어로즈, 서울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로 이름이 바뀌고 본인의 이름이 장효훈에서 장시환으로 바뀌고 만년 하위팀이었던 히어로즈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 때까지 프로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장시환의 성장가능성을 믿고 꾸준히 기다렸던 히어로즈 구단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찾아왔고 결국 2014 시즌이 끝난 후 KT의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에서 장시환을 보호선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강속구 투수 영입에 목 말랐던 KT에서는 곧바로 장시환을 지명했고 장시환은 2015시즌 KT의 창단 첫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을 맡았다. 장시환은 2015년 4월 12일 넥센전에서 3.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친정팀을 상대로 KT구단의 창단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장시환은 열흘 후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5.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프로 데뷔 9년 만에 감격적인 첫 승리를 따냈다.

KT는 2015년 .364의 승률로 독보적인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KT의 붙박이 마무리였던 장시환은 7승 5패 12세이브 평균자책점 3.98로 대단히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장시환은 2016년 마무리 자리를 김재윤에게 내주며 선발로 전환했고 선발투수로도 7경기에서 1승 6패 8.13으로 전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장시환은 2017년 4월 2:2 트레이드를 통해 김건국과 함께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장시환 덕에 뒷문 든든, 한화도 지키는 야구?

롯데는 공이 빠르고 마무리 경험이 있는 장시환을 필승조로 활용하려 했지만 장시환은 2017년 4승 10홀드, 2018년 1승 2홀드로 롯데 불펜의 핵심멤버로 활약하지 못했다. 장시환은 2019년 다시 한 번 선발로 변신해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활약했지만 돌아온 것은 리그 최다패 공동 2위(13패)의 불명예였다. 결국 장시환은 3년에 가까웠던 롯데에서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장시환은 2020년 선발 투수가 부족한 한화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132.2이닝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했지만 2년 연속 리그 최다패 2위(14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시즌에는 19경기에서 승리 없이 11패 1홀드 7.04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2020시즌 성적까지 더하면 두 시즌 동안 13연패를 이어가게 된 셈이다. 이제 한화팬들도 30대 중반에 접어든 장시환에 대한 기대를 대부분 접었다.

롯데 시절이던 2019년부터 3년 연속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장시환은 올 시즌 4년 만에 불펜으로 돌아왔다. 지난 5일 KIA전에서 1이닝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장시환은 8일 KT전에서 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는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며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고 이틀 후에도 1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추가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마무리 정우람이 어깨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장시환이 마무리의 중책을 맡게 됐다.

21일 또 하나의 친정팀 롯데를 상대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2016년 8월 24일 이후 무려 2066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한 장시환은 22일 경기에서는 선두 SSG랜더스를 상대로 또 하나의 세이브를 추가했다. 그리고 지난 3일 동안 등판 없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장시환은 26일 키움전에서 5-2로 앞선 9회에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장시환은 마무리를 맡은 후 3경기에서 3이닝 동안 단 한 명에게도 출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현재 우완 윤호솔과 좌완 김범수, 사이드암 신정락 등이 필승조를 맡고 있는 한화는 25일 또 한 명의 필승조 강재민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현재 2군에 내려간 정우람 역시 부상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장시환마저 마무리를 맡은 후 3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불펜체질'임을 증명하고 있다.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한화도 주축투수들이 모두 모이면 충분히 '지키는 야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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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장시환 강속구 유망주 임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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