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김유성 지명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김유성을 지명했다. 사진은 김유성. (NC 다이노스 제공)

▲ 두산,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김유성 지명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김유성을 지명했다. 사진은 김유성. (NC 다이노스 제공)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학교폭력 가해자' 김유성(고려대)을 드래프트에서 지명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9월 15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총 1165명의 지원자가 참여한 가운데 110명의 선수들이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두산은 2라운드 9순위로 김유성의 이름을 호명했다.
 
김유성은 이번 신인드래프트의 '뜨거운 감자'였다. 사실 1년 전만 해도 김유성은 황금사자기고교야구대회에서 김해고의 에이스로 전국대회 첫 우승을 이끌었고 150㎞/h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보유한 우완투수로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당시 NC는 2021년 신인 1차 지명으로 김유성을 지명하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유성은 NC에 지명된 이후 과거 2017년 내동중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유성은 학교 후배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교내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 정지 5일, 이듬해인 2018년 2월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는 20시간 심리치료 수강과 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여기에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도 2020년 1년 출전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김유성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징계까지 받았다. 이미 신인지명 전부터 온라인을 통하여 제기된 바 있지만 사전에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NC 구단도 덩달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NC는 고심 끝에 김유성의 신인 지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프로야구에서 구단이 신인 선수의 지명을 철회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야구 규약상 구단이 계약교섭권을 포기한 사례여서 다른 선수를 지명할 수도 없었던 NC로서는, 김유성을 포기한 것만이 아니라 귀중한 1차지명권 자체를 아예 날린 셈이 되어 이중의 손해를 감수한 격이었다.
 
프로에 진출할 길이 막힌 김유성은 대안으로 대학무대에 눈을 돌려 야구인생을 다시 이어나갔다. KBO가 2023 신인드래프트부터 4년제(3년제 포함) 대학교 2학년 선수가 프로 입단을 시도할 수 있는 얼리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김유성은 2년 만에 다시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었다. 고려대 진학 후 학폭과 관련된 징계를 모두 소화하여 김유성의 신인드래프트 참가와 지명에 법적인 걸림돌은 더 이상 없는 상태였다.
 
'김유성 폭탄' 끝내 끌어안은 두산

실력과 잠재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도덕성과 여론이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여전히 학폭 전력이 있는 김유성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김유성이 여전히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숙과 반성의 진정성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야구계에서는 '이미 징계를 충분히 받은 만큼 이제는 기회를 줘도 된다'는 의견과, '학폭 전과가 있는 선수에게 프로 지명 자체가 면죄부를 주는 격'이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실제로 여러 프로구단들이 김유성의 지명을 진지하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앞서서 기회가 있었던 NC와 한화, KIA, 롯데, SSG, 키움, LG, 삼성이 모두 김유성을 포기했다. 이는 팬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김유성 폭탄'을 끝내 끌어안은 것은, 두산이었다. 1라운드서 북일고 투수 최준호 지명 후 2라운드 19순위로 김유성의 이름이 두산에 호명되자 장내가 술렁였을 정도였다. 두산도 지명 직전 2분간의 타임을 거쳐 논의 끝에 결국 최종적으로 김유성을 선택하기까지 나름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문제는 하필 두산이 이미 소속 선수인 이영하 역시 학폭 논란에 연루된 상태였고 이 문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유성을 또 지명했다는 것이다. 이영하는 선린인터넷고 동기 김대현(LG 트윈스)과 함께 고등학교 시절 연루된 학폭 문제로 불구속기소 됐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가 학폭 문제로 재판까지 받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특수폭력-강요-공갈 등 각종 죄목이 하나같이 가볍지 않아서 만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파장이 클 전망이다.
 
'클린베이스볼' 노력 어디로

두산이 이런 상황에서 비슷한 혐의로 논란이 된 김유성까지 지명한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많다. 그나마 이영하는 아직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서 진실을 다툴 여지라도 남아있지만, 김유성은 이미 학폭 가해가 빼도박도 못하는 공식적인 사실로 인정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측은 이러한 사실과 여론의 반응을 충분히 알면서도 김유성이 '즉시전력감'이라서 뽑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두산 측의 태도는 이번에도 '야잘용(야구만 잘하면 다 용서된다)'이면 선수의 도덕성이나 팬들의 여론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학폭 전력이 있는 선수가 프로에서 뛰고 있는 게 김유성만의 사례는 아니다. 심지어 안우진(키움)은 올시즌 KBO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치면서 국가대표 발탁 자격에 대한 찬반양론까지 쏟아질 정도다.
 
다만 이들은 프로에 입단한 이후 논란이 뒤늦게 밝혀졌거나, 혹은 최소한 피해자와 합의 혹은 용서를 받는 과정 등을 거쳤다. 학폭 진상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은 두산과 김유성과는 상황이 다르다. 또한 프로야구는 팬들의 인기와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기에 단순한 법적 판단만이 아니라 사회적 여론과 공감대에 기반해야 한다는 게 시대적 추세다.
 
안타깝게도 두산 구단이 '도덕성 리스크'를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는 듯한 태도는 김유성 사례만이 아니다. 두산은 과거 스캔들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임태훈, 금지 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김재환, 불법 스포츠도박에 연루된 진야곱 등에 대해서도 '제식구 감싸기'와 안이한 솜방망이 처분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전력들이 화려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프로야구는 야구보다 인성,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KBO가 강조하는 '클린베이스볼' 역시 이러한 인식 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두산은 프로 원년이래 오랜 역사에 걸쳐 다수의 우승과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하며 KBO리그를 대표해온 전통의 구단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성적만이 아니라 명문구단과 KBO리그 구성원에 걸맞는 '품격'이 필요했다. 두산이 김유성을 지명한 결과는, 함께 '클린베이스볼'을 추구해온 팬들-야구계 구성원들의 노력과 고뇌를 한순간에 우습게 만들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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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김유성 학교폭력 이영하 신인드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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