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4대6으로 진 LG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4대6으로 진 LG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와는 또다른 신세계다. 3-4경기만에 승부가 결정될 수 있는 단기전에서는 일반적인 예상이나 계산과는 다른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게 바로 우리가 가을야구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키움 히어로즈가 가을야구에서 언더독의 돌풍을 일으키며 대망의 한국시리즈행에 한걸음 다가섰다. 지난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키움은 LG 트윈스와 접전 끝에 6-4로 승리했다. 키움은 이 승리로 플레이오프(5전3승제) 전적 2승1패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사실상 ‘20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LG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쳤다. LG는 올시즌 상대전적에서는 키움에 10승 6패로 우위를 점했고, 평균타율(.266-0.225), 자책점(3.14-4.19), 득점(4.9점-3.5점), 팀 홈런(118개-94개)에서 모두 앞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앞선 LG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하여 충분한 휴식까지 취한 반면, 키움은 KT와 준PO에서 최종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고 올라오느라 녹초가 되어있었다. 모든 ‘데이터’는 LG의 승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실제로 LG가 1차전을 가져갈 때만 해도 분위기는 LG쪽으로 쉽게 기우는 듯 했다. LG는 24일 1차전에서 에이스 케이시 켈리의 6이닝 6피안타(1홈런) 2실점 호투를 앞세워 6-3 낙승을 거뒀다. LG가 우승후보답게 공수 양면에서 탄탄한 전력을 과시한 반면, 키움은 중요한 경기에서 실책을 4개를 저지르며 집중력이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차전부터 분위기는 정반대로 반전됐다. 키움은 경기 초반부터 LG의 연이은 실책성 플레이를 놓치지 않고 집중타로 빅이닝(2회 5득점)을 만들어내며 주도권을 잡았다. LG도 경기 중반부터 반격에 나서서 1점차까지 추격했지만 막판 4이닝간 양팀 모두 추가 득점없이 팽팽한 불펜 공방속에 키움이 끝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7-6으로 첫 승을 따내고 반격에 성공했다.
 
그리고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3차전, 겉보기에 팽팽한 균형을 이루는 듯 했지만 실제로 부담이 훨씬 컸던 쪽은 LG였다. 도전자의 입장이었던 키움 덕아웃은 상대적으로 평소와 다름없는 덤덤한 분위기가 돋보였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이미 벼랑 끝까지 몰리는 경험을 해봤던 키움은, LG와의 1차전 패배 직후에도 선수단 분위기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반면 LG는 이번이야말로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높은 기대치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지 선수들의 표정에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양팀은 나린히 선발 안우진과 김윤식의 호투로 초반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LG가 경기 초반 키움 에이스 안우진을 공략하여 2회초 문보경의 적시타와 3회 채은성에게 솔로 홈런으로 2-0으로 앞서나갔다.
 
잠잠하던 키움 타선은 경기 중반 대반격에 나섰다. 호투하던 김윤식(5.2이닝 3안타 무사사구 3삼진 1실점)이 6회 2사 3루의 위기를 맞자 투구수가 82개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LG 벤치는 키움 이정후 타석에서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류지현 감독은 김윤식이 허리에 통증을 느껴서 교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좌완 진해수가 이정후의 사구를 허용했고, 이어진 2사 1·3루에서 김혜성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LG는 다시 정우영을 투입했으나 푸이그에게 행운의 내야안타, 김태진의 좌전 적시타를 잇달아 허용하며 2-3으로 역전당했다.
 
LG 타선은 곧바로 7회초 2점을 뽑아내며 4-3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시 7회말에 키움의 장타력이 폭발했다. 대타 임지열이 2사 1루에서 LG 이정용에게 초구에 중월 투런 홈런을 뽑아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어 다음 타자 이정후도 임지열의 초구를 공략하며 백투백 홈런을 작렬하며 6-4까지 점수차를 발렸다.
 
올시즌 피홈런을 3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던 이정용은 이날 포스트시즌 한 경기에서만 2개를 잇달아 허용했다. 정규시즌에서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2.89)을 자랑한 LG 불펜이 3차전에서 두 번이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또한 7-8회에만 6실점을 내줄 동안 모두 2사 이후에 내준 실점이었다. LG의 최대 강점 중 하나였던 불펜이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고, 이는 곧 가을야구이기에 가능한 이변이었다.
 
선발 김윤식의 투수교체 타이밍과 불펜 붕괴에 이어, 타선의 뒷심도 아쉬웠다. LG는 8회초 채은성과 오지환이 연속안타를 터뜨려 무사 1,2루 찬스를 맞이했으나, 문보경의 보내기 번트 작전이 실패하며 졸지에 아웃카운트 2개를 한번에 날렸다. 문보경은 초구 번트가 실패하고, 3구째 또 번트를 시도하다가 타구가 높이 뜨면서 김재웅의 호수비에 걸렸다.
 
1점도 아니고 2점차 열세에서 굳이 번트 사인을 낸 LG 벤치의 소극적인 판단도 아쉬웠지만, 프로 선수로서 기본적인 보내기 번트를 실패한 문보경의 판단도 아쉬움이 컸다.류지현 감독은 문보경의 2차전 9회 병살타를 의식한 듯 하지만, 오히려 문보경에게는 벤치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사실만 확인시키며 오히려 더한 트라우마까지 안겨주게 됐다.
 
LG는 결국 점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8회 찬스가 무산됐다. 사실상 아슬아슬하던 승부의 흐름이 키움 쪽으로 기운 결정적인 분수령이었다. 키움이 마무리 김재웅을 8회부터 조기 투입하여 2이닝을 맡기는 초강수까지 적중한 것과 대조된 장면이다.
 
2002년이후 20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던 LG는 이로써 또 한번 가을야구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할 위기에 몰렸다. LG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87승(2무 55패), 승률 6할 1푼 3리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마지막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1994년의 승률 .643(126경기 81승 45패)에 이어 28년 만에 최고승률을 달성했지만, 하필 같은 해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SSG 랜더스(88승 4무 52패)에 2게임 차이로 뒤지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쳤다. 이어 가을야구에서는 정규시즌 승차에서 7게임이나 앞섰던 키움에게 ‘업셋’을 당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또다시 실패할 위기에 몰렸다. LG 팬들로서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가을 시나리오다.
 
공교롭게도 LG는 2013년에도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으나 당시 두산에게 1승 3패로 무너지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2013년 두산과 올해의 키움은 모두 준PO를 최종 5차전까지 치르는 혈전을 치르고 어렵게 올라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준PO 5차전을 치르고 올라온 팀에게 '최초의 업셋'을 허용한 팀도, 그리고 유일무이한 '두 번째 업셋'을 허용할 위기에 몰린 팀도 현재 LG가 유일하다. 또다시 흑역사를 추가할 위기에 몰린 LG는 과연 가을야구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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