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뭉쳐야 찬다 프로그램 로고

JTBC 뭉쳐야 찬다 프로그램 로고 ⓒ JTBC

 
일요일 저녁 7시 반이 되면 일흔 넘은 노모와 마흔 넘은 중년의 딸이 군것질거리를 준비해서 TV 앞에 앉는다. JTBC <뭉쳐야 찬다 2>를 보기 위해서다. 모녀는 시즌 1과 시즌 2를 통틀어 두세 번을 제외하고 모두 본방사수했다. 이 프로그램의 찐팬이다. 시즌 1은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이 강했다면 시즌 2는 리얼 다큐라고 할 수 있다. 진짜 필드 축구를 한다. 어색한 모습으로 오디션에 참가한 후 어렵게 어쩌다 벤져스에 합류하고, 거듭되는 훈련과 실전 경기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묘한 희열과 감동을 느낀다.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이 궁금해서 매주 일요일을 기다린다.

자신의 주 종목에서는 레전드라 불렸던 선수들인데, 그동안 누리고 쌓아왔던 명성을 모두 내려놓고 조기축구 회원의 한 사람으로 필드 위에 선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 자신을 버리고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에서 느꼈을 복잡한 심정들과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의 좌절감이 화면 안에 고스란히 담기기에 끊임없이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지금도 여전히 오프사이드라인에서 주춤하다 반칙을 당하기도 하고 부정확한 패스로 실점을 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빌드 업도 가능하고 세트피스에서 골을 성공시킬 정도로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장면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뭉클해진다. 무엇보다도 골게터인 류은규, 임남규 선수의 합류는 팀에 활력을 불어 넣어줬고, 진공청소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강칠구 선수의 꾸준함은 안정적인 팀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놀라운 발전이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포인트는, 축구 경기 중에 자신의 주 종목 특성이 불쑥 불쑥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대훈 선수의 발차기 기술, 김현우 선수의 고난도 낙법, 안드레진 선수의 몸싸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생 몸으로 익힌 동작들이 축구 경기 중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장점으로 승화시켜 경기력에 보탬을 주고 있기에 그 점이 매우 흥미롭다.

매주 한 명씩 선정하는 MOM(Man of the match)은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저조한 컨디션으로 실수 연발이던 김동현 골키퍼가 지난주에 MOM으로 선정되었다.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돋보였다. 안정환 감독은 그에게 "두 골을 넣은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칭찬을 해줬다. 김동현 선수는 자신감을 얻은 듯 보였다. 김동현 선수의 해맑은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발목 부상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박태환 선수의 상황은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 한창 상승세를 보이면서 골맛을 알아가고 있던 차에 당한 부상이 그의 질주를 멈춰세워 버렸다. 여전히 재활 중인 그가 하루빨리 어쩌다 벤저스에 합류하여 모태범과의 태태라인을 다시 부활시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쯤에서 필자가 가장 응원하는 선수를 밝힌다. 류은규 선수와 박제언 선수이다. 류은규 선수의 발재간과 빠른 돌파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류은규 선수는 상대팀으로부터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자주 지목되기도 한다. 지치지 않는 체력 또한 그의 장점이다. 박제언 선수는 수비수로서 자신의 몫을 성실히 해내고 있다. 가끔 치명적인 실수로 가슴을 쓸어내리게도 하지만, 탄탄한 수비라인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두 선수가 보여줄 성장 스토리가 기대된다.

또한 안정환 감독과 이동국 코치의 티키타카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고 감동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골을 넣었을 때 진심으로 환호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끈끈한 동지애가 느껴진다. 한국 축구계의 레전드들이 조기축구 '감코진'으로 또 다른 성장을 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 포인트가 된다.

어쩌다 벤져스 선수들이 전국 도장 깨기에 성공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이미 승자라는 것을 안다. 넘어지면 손잡아 일으켜 주고, 실수한 뒤 고개 숙인 동료에게 괜찮다고 소리쳐주는 '한 팀'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멋지고 자랑스럽다.

어쩌다 벤져스는 이제 곧 새로운 선수의 영입을 시도한다고 한다. 또 한 번의 오디션을 통해 경기에 즉시 투입해도 손색없는 숙련된 선수들을 선발한다. 그들의 발견이 기존 선수들의 자리를 위협하게 될지, 아니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감동의 드라마가 완성될지 몹시 기대되고 궁금하면서 흥분된다.

앞으로도 모녀의 일요일 저녁 시간은 어쩌다 벤져스와 함께 울고 웃고 환호하면서 마무리될 것이다. 아울러 한 가지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관객을 모집해서 펼치는 '전국 도장 깨기' 경기를 꼭 한번 직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이 온다면, 응원용 플래카드에 진한 고딕체로 '류은규, 박제언 파이팅'을 적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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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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