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그래도 팬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현대캐피탈이 '값진 준우승'으로 한 시즌을 마감했다.

현대캐피탈은 3일 오후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2-3(25-23, 25-13, 22-25, 17-25, 11-15)으로 패배하며 시리즈 전적 3패로 준우승을 확정했다.

4년 만에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서 '리턴매치'가 성사돼 관심을 모았지만, 결과는 그때와 정반대였다.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1차전과 2차전을 내리 내준 데 이어 홈에서 열린 3차전도 잡지 못했다.

그나마 이전 두 경기와 달리 3차전에서는 1, 2세트를 차지하면서 4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3세트 정지석의 서브에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더니 분위기가 완전히 대한항공 쪽으로 넘어갔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젊은 선수들은 덤덤했던 반면 베테랑 선수들은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어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응원한 전광인은 경기가 끝난 이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쥔 '베테랑' 문성민은 눈물을 흘렸다.
 
 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패배로 준우승을 확정한 현대캐피탈

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패배로 준우승을 확정한 현대캐피탈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


최악의 시즌 뒤로하고 세대교체 성공한 현대캐피탈

그럼에도 현대캐피탈의 2022-2023시즌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6위(2020-2021시즌), 7위(2021-2022시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팀으로 거듭났다. '든든한 국내 쌍포' 전광인-허수봉을 중심으로 장점인 블로킹까지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2010년대 후반 팀을 강팀 반열에 올려놓았던 최태웅 감독의 세대교체가 빛을 본 시즌이었다. 지난 두 시즌의 경우 팀 성적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대신 미래를 내다보며 팀을 운영했다. 장기간 강팀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프로는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위권에 머무른 팀 순위에 실망한 팬들의 질책이 끊이지 않았다. 꾸준히 봄배구를 경험했던 팀이었기에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순위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최 감독은 자신의 계획을 그대로 이어갔다.

올 시즌에 데뷔한 세터 이현승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전 세터 김명관 못지않게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이현승과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을 때면 최태웅 감독이 호통을 치기도 했지만, 그만큼 선수 입장에서는 배운 게 많은 시즌이었다.

전광인이 빠진 단기전에서는 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꺼내들었다. 정규시즌만 해도 백업 멤버였던 이시우, 김선호, 홍동선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거치면서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끝내 대한항공의 벽을 넘진 못했어도 기대 이상의 활약이었다.
 
 신구조화를 앞세워 다른 팀으로 거듭난 현대캐피탈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신구조화를 앞세워 다른 팀으로 거듭난 현대캐피탈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


이제는 더 높은 곳 바라본다

한층 젊어진 팀은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주전 선수가 빠지더라도 남은 선수들이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세대교체가 성공했으니 이제는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시기다. 최종적으로는 우승 트로피를 다시 되찾아오는 게 현대캐피탈의 목표다.

결국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는 역시나 대한항공을 극복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인천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대한항공을 상대로 원정 경기서 이긴 경기를 찾으려면 202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트로피 탈환도 쉽지 않다.

허수봉과 전광인을 받쳐줄 수 있는 외국인 선수도 필요하다. 높은 타점을 자랑했던 오레올 까메호(등록명 오레올)도 훌륭했지만, 냉정하게 팀을 정상으로 이끌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특히 상대의 목적타 서브에 공략을 당하는 등 리시브에서 약점을 보였다. 현대캐피탈로서는 다음 달에 있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아쉬워할 시간이 없다. 현대캐피탈의 시선은 2023-2024시즌을 향한다. 직전 시즌에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새로운 시즌에는 결실을 맺어야 한다. 봄배구 그 이상까지도 내다봐야 한다. 올해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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