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리그에서 부진한 팀들에게 성난 팬들의 '버막(선수단 버스 가로막기)'와 '감독콜'이 필수 통과의례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번엔 강원FC의 최용수 감독도 팬들의 소환을 피하지 못했다.
 
5월 1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13라운드 경기에서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은 수원 삼성의 한호강과 안병준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0-2로 패했다.
 
이로써 강원은 5월 들어서만 리그 3연패를 당하며 2승 4무 7패로 리그 12개구단 중 11위에 머물렀다. 특히 이날 패배는 타격이 더 컸다. 하필 최하위인 수원과의 맞대결에서 덜미를 잡히며 불과 2점차로 추격을 허용한 강원은 이제 꼴찌 추락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현재 수원의 사령탑인 김병수 감독은 바로 강원의 전 감독이었기에 이날 경기는 '김병수 더비'로 불리기도 했다. 수원의 소방수로 투입된 김병수 감독은 친정팀을 제물로 사령탑 부임 이후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해 상위스플릿(6위)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강원이지만 올시즌에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개막 이후 8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에 허덕이다가, 4월 26일 9라운드 FC서울(3-2), 29일 전북현대(1-0)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며 모처럼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 했다. 하지만 5월들어 수원FC(0-2), 울산(0-1)에 이어 수원 삼성까지 내리 세 경기 연속 무득점 연패를 당하며 승점 쌓기에 실패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골 가뭄'
 
 지난 5일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23 K리그1 강원FC와 울산 현대의 경기. 강원 최용수 감독이 이마를 만지고 있다.

지난 5일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23 K리그1 강원FC와 울산 현대의 경기. 강원 최용수 감독이 이마를 만지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강원의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골가뭄이다. 강원은 현재까지 리그 13경기에서 고작 7골을 뽑아내는 데 그치며 경기당 0.53골이라는 최악의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K리그1 12개구단 중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한 팀은 강원이 유일하다. 3경기 연속 무득점은 4월에 이어 올시즌 벌써 두 번째이며 13경기중 절반이 넘는 8경기에서 골이 터지지 않았다.
 
강원의 주전 스리톱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작년 초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년을 날리고 돌아온 외국인 공격수 디노는 올시즌 리그 8경기에서 도움 1개만 기록하며 아직까지 마수걸이 득점포를 올리지 못했다. 지난 시즌 무려 20골을 합작했던 김대원(1도움)과 양현준(1골 1도움)도 올시즌에는 둘이 합쳐 1골 2도움에 그치고 있다. 또다른 베테랑 공격수 이정협 역시 부상으로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최용수 감독도 "결정력 있는 선수의 부재가 아쉽다"고 이야기 할 정도다.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을 찾은 5천여 명의 강원팬들은 답답한 경기력에 결국 폭발했다. 일부 강원 팬들은 선수들이 나오는 출입구를 막아서서 '우리에게 봄은 언제오나'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최용수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에 최 감독은 팬들 앞에 나서 그동안의 부진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최 감독은 "팬 분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드리려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왔다. 선수 탓을 하기보다 제가 너무 죄송스러워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 감독은 "사실 시즌 초반이 원하는대로 선수구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구단 지원과 전력 보강에 대한 아쉬운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 감독은 "핑계같지만 축구는 어쨌든 결과로서 보여드리는 것이기에 다시 한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여름에 선수보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만큼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달라. 저부터 각성하고 열정을 쏟아붓겠다"라고 약속했다. 

'버스막기'와 감독콜, 이대로 괜찮나
 
최근들어 K리그에서는 '버막'과 감독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위권으로 추락한 '명가'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는 일찌감치 '버막'을 피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버막'과 감독콜을 당했던 두 팀은 각각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병근 감독과 김상식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잇달아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최용수 감독은 시즌 초반 '버막'이 리그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자 한 인터뷰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하지만, 감독도 인격체다. 프로팀 감독이 쉽지 않은 일이다. 일일이 말할 수 없는 고충이 많다. 팬들이 비판하더라도 부디 수위는 조절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약 한달여만에 '버막'의 당사자가 되고 말았다. 
 
다행히 최용수 감독과 강원 팬들의 만남은 우려했던 만큼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최 감독이 흔쾌히 팬들 앞에 나서서 팀의 부진을 솔직히고 인정하고 시종일관 유연하고 낮은 자세로 대처했다. 팬들 역시 일방적인 질타보다는 일문일답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전북에서 김상식 전 감독이 서포터즈와 계속 신경전을 벌이다가 최악의 대치 상황까지 초래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런데 과연 '버스막기'와 감독콜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팬들은 팀에 대한 애정과 참여의식, 구단과의 소통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팬들의 여론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감독과 선수들에게 일시적으로 자극을 주는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자꾸 남발되다 보면 선수들은 더 압박을 받게 되고 자칫 서로 감정만 상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팀의 내부사정이나 경기운영을 둘러싼 전문적인 선택들을 일일이 팬들에게 공개하고 설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소통과 존중은 서로에게 모두 필요하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선을 넘지 않은 자세가 필요하다. 최용수 감독과 강원은 과연 '버막'과 감독콜 징크스를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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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감독 강원FC 버스가로막기 감독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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