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11 10:07최종 업데이트 23.08.1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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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강하게, 물 폭탄이 쏟아졌다.
    •    새로운 유형의 태풍이었다. 태풍은 적도의 열에너지를 극지방으로 보내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맞추는 기상 현상이다. 북상하다가 편서풍을 만나 오른쪽으로 빠지는 게 일반적인 경로인데 카눈은 제트 기류를 타지 못했고 느리게 지나갔다.
    •    태풍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동쪽의 바람이 더 세다. 이번에도 극한 호우가 강원 영동에 집중됐다. 강원 지역에 시간당 91mm가 쏟아졌고 곳곳이 물에 잠겼다. 속초는 무려 402mm가 내렸다. 창원에서는 맨홀 뚜껑이 튀어 올라 지나가던 버스 바닥을 뚫는 사고도 있었다.
 

이재명 대표 ⓒ 이재명 대표

 
민주당 혁신안, 매듭이 더 꼬였다.
    •    "혁신안 폭탄"이란 말도 나온다. 혁신위가 대의원제를 무력화하고 권리 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해체했다. 이재명(민주당 대표) 팬덤이 강한 친명계에 유리하고 비명계는 "공천 학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지금까지 민주당 전당대회 의결권은 대의원 30%와 권리당원 4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의 비중이었는데 혁신안에서는 권리당원 70%와 여론조사 30%를 제안했다.
    •    한겨레는 조심스러운 논조다. "지금 국민들이 민주당에 요구하는 게 전당대회 제도 바꾸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하는 팬덤정치를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강성 권리당원들 의견이 과잉 대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중앙일보는 "민주당을 호남당과 개딸당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는 민주당 3선 의원의 말을 전했다. 본격적으로 갈라치기가 시작됐다. "강경파 정청래와 김용민, 장경태 등이 당 대표 선거에 못 나온 건 컷오프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인데 혁신안에 따르면 이들이 차기 대표가 될 것"이라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도 눈길을 끈다.
    •    "이재명이 혁신안의 덫에 걸렸다"는 분석도 있다. 혁신위는 이재명 체제에 아무런 평가도 내리지 않았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서 이재명이 혁신안을 덜컥 수용하면 담합했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고 그렇다고 장고 끝에 나온 혁신안을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로 문화 교류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제가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 2023 세계잼버리 운영 상황 일일브리핑. 2023. 8. 6. 중에서. ⓒ KTV

 여성가족부가 다 뒤집어 쓰고 해체하나.
    •    애초에 김현숙(여성가족부장관)은 여성가족부 해체의 사명을 받고 임명된 사람이다.
    •    행정안전부는 이미 2022년 10월 여성가족부 폐지를 담은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적 있다. 2023년 2월 민주당의 반대로 개편안 통과가 무산됐다. 김현숙의 책임도 크지만 애초에 여성가족부 해체를 밀어붙이면서 잼버리 준비를 떠맡긴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    윤건영(민주당 의원)은 "여가부를 없애려고 한 사람한테 책임을 물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이 인터뷰한 익명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권에 책임을 물으려면 우리도 여가부 장관이라도 해임해야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 ⓒ ⓒ5.18기념재단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차기환 어록.
    •    "경악! 북한군 광주 5·18 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기사를 인용하면서 "많은 민간인 사망자들이 진압군이 쓰는 M16이 아니라 M1이나 칼빈 탄알에 맞아 죽었다는 것은 87년 청문회와 사망진단서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 정치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도 했다.
    •    세월호 때는 "일부 유가족들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며 위헌 여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고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를 비하하는 일간베스트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    "우리 사회에는 '종북'은 명백히 실재하지만, '극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    "문재인 정권은 정책을 보면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한 좌익 정권"이라는 칼럼도 논란이 됐다.
    •    이런 사람이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MBC 대주주) 이사로 임명됐고 곧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임될 전망이다.

[더 깊게 읽기]
 

조국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2023. 8. 10.) ⓒ 조국

 
"차라리 나를 끌고 가서 고문을 하길 바란다."
    •    검찰이 조국(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을 결국 재판에 넘겼다. 공소 시효 만료(8월 26일)를 보름 앞둔 시점이다.
    •    비슷한 사건과 비교해 보면,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때는 소년 보호 사건으로 넘겼고 최서원(최순실) 입시 비리 사건 때는 정유라를 기소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전형적인 공소권 남용"이라고 평가했다. "4년 전에 다 조사해놓고 왜 그때는 기소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    검찰이 조민 기소를 앞두고 간을 본 것도 논란이다. "조국 부부의 입장을 확인하겠다"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조국이 반성을 하면 조민을 기소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었다. 조국이 다시 한 번 페이스북에 "불찰과 잘못이 있었음을 자성하고 있다"고 밝혔는데도 조민을 기소한 것은 조국과 지지자들에게 모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    검찰은 조국의 페이스북 글과 조민의 기소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공범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국은 페이스북 글과 달리 재판에서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왜 4년이나 지나서 기소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부모들 재판 결과 이후 그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다. ⓒ 게티이미지

 
히트플레이션: 폭염이 지갑을 태운다.

    •    폭염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경향신문은 히트플레이션이 이제 시작이라고 전망했다.
    •    아르헨티나에서는 소고기 가격이 72%나 올랐다. 가뭄이 심해서 소가 먹을 풀도 없다. 콩이 51% 줄었고 옥수수와 밀도 36%와 48% 줄었다. 소고기 가격이 연말까지 40% 더 오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    남유럽에서는 올리브유 때문에 난리다. 스페인에서는 가뭄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었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가격이 125%나 뛰었다.
    •    멕시코에서는 할라피뇨 가격이 올라서 스리라차 소스가 1병에 5달러에서 80달러까지 뛰었다. 인도에서는 토마토 가격이 445%나 올라 도둑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    그린피스는 빈부격차는 기후변화에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가장 큰 국가들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과 피해를 받지만 기후변화에 책임이 거의 없는 국가들의 국민들은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빼앗기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급소를 때렸다.
    •    미국인이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투자하지 못하게 만드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양자 컴퓨터 등이다. 한국 등에도 동참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    미국이 먼저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했고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의 중국 투자는 1년 동안 76%나 줄었다.

[오늘의 TMI.]
 

맥스 팍(Max Park, 박상현) ⓒ 박상현

 
큐브 대회, 한국에서 열린다.
    •    세계 랭킹 1위가 한국인 맥스 박이다. 기록은 3.13초. 4년 7개월 동안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다.
    •    맥스 박은 두 살 때 자폐 진단을 받았고 21세인 지금 사회적 연령은 9세다. 처음에는 물병이라도 혼자 딸 수 있게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다른 자폐 아동의 치료비 지원까지 한다.
    •    맥스 박의 아버지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맥스는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는 트럭"이라며 "부모가 할 일은 아이를 믿고 한 발 비켜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명예훼손 정진석 징역형.
    •    정진석(국민의힘 의원)이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 여사가 가출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은 혼자 남아있다가 목숨을 끊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어제 법원이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이고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 받을 수 없다"며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    명예훼손 사건에서 중형이 선고된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어제는 1심이었고 대법원까지 가서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현직 의원이라는 이유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 ⓒ 게티이미지

 
"왕의 DNA를 가진 아이, 좋게 돌려서 말하라."
    •    이게 학부모가 담임 교사에게 보낸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다. "또래와 갈등이 생기면 철저히 편을 들어달라", "하지마, 안 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고개 숙여 인사를 강요하지 않도록 하라"는 등의 요구도 있었다.
    •    갑질이 먹히지 않았는지 담임 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했고 교육청이 직위해제 처분을 했는데 검찰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학부모가 교육부 5급 사무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폭우가 무섭지만 프로모션이 뜨면... ⓒ 게티이미지

 
"무섭지만 프로모션이 뜨면 고민이 되죠."
    •    배달 기사들 이야기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배달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쉴 수가 없다. "수입과 안전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    배달의민족은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네카오 하반기 개편 핵심은 숏폼과 개인화.
    •    틱톡과 유튜브, 페이스북 모두 숏츠(릴스)가 대세다. 네이버는 숏폼 콘텐츠를 모은 클립탭을 신설하고 카카오는 업로드 이후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펑'을 신설한다.
    •    "짧을수록 많이 보고 돈이 된다"는 업계 공식이 있다고 한다.
    •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는 데 들이는 시간이 2분에서 1분으로 줄었는데 전체 시청 시간은 2.3배 늘었다. 10분짜리 하나보다 60초짜리 10개를 보는 빈도가 늘었다는 이야기다. 페이스북에서도 릴스를 보고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이용자 비율이 61%나 된다.

[해법과 대안]
 

WASPI(Women Against State Pension Inequality; 국가연금 불평등에 반대하는 여성) 시위. 1950년 출생 여성(노인)의 국가연금 혜택 인하를 반대하는 시위. 2019년 2월 24일 모습. ⓒ James Ito CC BY NC.

 
연금 개혁, 질문이 잘못됐다.
    •    국민연금 보험료를 높이는 데 찬성하느냐고 물으면 좋은 답변이 나올 리 없다. 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나이를 늦추는 데 찬성하느냐는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    영국의 설문 조사는 달랐다.
    •    첫째, 연금 소득자가 될 경우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보다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
    •    둘째, 앞으로 더 많은 세금이 연금에 쓰여야 한다.
    •    셋째, 개개인은 노후 준비를 위해 더 많이 저축해야 한다.
    •    넷째, 연금 가입자들은 더 오래 일해야 한다.
    •    다섯째, 고용주도 피용자의 연금 부담에 기여해야 한다.
    •    다섯 가지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연금 개혁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전략이다. 연금을 적게 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결국 해법은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것이다. 사전 지식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답변이 달라진다는 게 영국의 경험이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있었다.
    •    윤석명(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연금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은 국회가 주도하는 정당 합의형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적 협의형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영순(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주장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의 의지와 리더십이 중요하다.
    •    공적 연금 미적립 부채는 GDP의 130%가 넘는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1인당 7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사학연금은 5억 원이 넘는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명령이 없는데 항명죄가 가능한가.

    •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을 조사하던 수사단장이 항명죄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국방부가 수사 결과를 경찰에 넘기지 말라고 했는데 넘겼다는 이유다.
    •    김종대(연세대 교수)는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횡설수설이자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혐의 대상자 기록을 지우려고 했던 건 사실"이고 "명령이 없었다면 굳이 항명죄는 왜 적용했느냐"는 질문이다.
    •    "새로운 사법질서가 정착되느냐, 아니냐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왔다.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죄로 수사받을 일이 아니라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국방 수뇌부가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아야 할 일이다."

심리적 분당 방치하면 당 깨진다.
    •    정우상(조선일보 정치부장)은 여든 야든 심리적 분당을 극복하는 게 총선 승리 전략이 될 거라고 본다.
    •    민주당이 원팀을 강조하는 건 원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의 주역들이 모두 비주류로 떠돌고 있다.
    •    "지금 대선 연합은 깨졌다. 나경원은 인사 문제로, 안철수는 인수위 갈등으로, 이준석은 친윤과 충돌한 이후 겉돌고 있다. 비판적 지지 그룹은 돌아섰거나 독자 살림을 준비 중이다. 이념적·계층적·세대적으로 더 두툼하고 묵직한 세력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지금 여당은 더 빈약하고 뾰족해졌다."
    •    여당 지도부가 해결할 타이밍은 이미 지났고 대통령이 나서야 할 상황인데 윤석열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    정남구(한겨레 논설위원)이 "윤석열은 아직도 말에서 내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말을 타고 천하를 얻을 수는 있지만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다"는 중국 고사의 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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